부서져도 살아갈 우리는 - 응급실 의사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깨달은 치유의 힘
미셸 하퍼 지음, 안기순 옮김 / 디플롯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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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응급실 의사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깨달은 치유의 힘이다. 저자는 남성과 백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응급실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의사로 근무 중이다. 내면의 크고 작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새로운 도시와 직장에서 낯선 삶을 마주한다. 하퍼는 환자들에게서 수많은 위로와 통찰을 발견한다.

 

아수라장인 병원 응급실에서 하루 버티며 노예가 됐다가 구원자가 되고 저승사자가 된다. 대개 죽음을 막기 위해 일한다. 흑인 여성으로서 인종차별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정반대의 면모를 드러내는 미국 사회를 살아간다고 한다.

 

저자는 부유층 지역에서 가정폭력을 겪으며 자랐다. 엄마 아빠가 싸우고 오빠가 싸움을 말리는 것은 일곱 살 아이에게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아빠의 폭력을 경찰에 신고를 해도 도와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싸움을 말리던 오빠의 손가락이 물어뜯긴 사건으로 응급실을 가게 되었고 폭력 너머에서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면, 겹겹이 쌓인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면, 응급실 의사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

 

정치 성향을 가진 백인 남편은 독립 영화 제작자이고, 흑인 아내는 의사다. 하버드대학교 재학 시절 연인이 되고, 결혼을 하였다. 저자가 레지던트 과정을 졸업하기 몇 달 남겨두고 이제 나 자신을 찾아야겠어라는 말과 함께 이혼을 통보받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빠와 가족으로 이어진 끈을 끊었다. 삶에서 아빠가 사라진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의사 하퍼는 응급실에서 온갖 종류의 참혹한 고통 속에 놓인 환자들을 마주한다. 생후 12일 신생아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이송되어 온다는 소식은 반갑지 않았다. 아기가 이미 세상을 떠났는데 소생술은 잔인할 수 있었다. 아기 엄마는 어렵게 임신했고, 너무 행복해했는데 견디기 힘든 밤이었다. 저자는 아기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목이 메었다. 의료진이 환자를 도와주려다 오히려 공격받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성추행을 당하기도 하고 그런 환자 차트에 황색경보라고 쓰여 있었다.

 

마약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된 남자가 수갑을 차고 끌려와서 검사 받는 것을 꺼린다면 검사를 강요할 수 없고 환자에게 인간답게 대우해야 한다. 게다가 경찰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외상을 당한 환자가 들어오면 치료를 하고 상담이 필요하면 사회복지사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어린 시절 폭력에 노출되었을 때 자신에게 안전하냐고 물어봤다면 이 세상에는 다른 사람을 보호해줄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을 배웠을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누구나 망가진 존재라는 사실, 하퍼의 삶처럼 누구든 특별한 이유 없이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학대당할 수 있다는 사실,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머리에 부상을 입은 응급환자를 대할 때는 마음이 복잡하다. 죽는 거냐고 눈물로 호소할 때 약물보다 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환자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던 순간을 기억하며 탄식했다. 타국에서 상사와 동료에게 강간을 당하고 임신중절을 하고 정신과 치료 중인 군인 비키는 유색 인종 의사 선생님을 뵙다니 반갑다고 했다. 속속들이 털어놓으니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했다.

 

저자는 바쁜 나날에도 경찰관 콜린과 사귀었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어서 헤어졌다. 콜린의 무너진 모습에서 엄마를 보았고 이처럼 깊이 사랑하는 관계를 다시는 맺지 못하리라고 말했다.

 

마약 주사를 맞아 감염이 되어 응급 치료를 하고 정형외과 수술팀을 호출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근처 대학 병원의 교수진이 있는 것은 축복이지만 호출 받은 그들은 십중팔구 화를 내고 무례한 말을 뱉는다. 지역 사회 개업의들은 환자 치료 요청에 협조해주는데 말이다. 약 처방전도 받지 않고 가버렸고 다른 환자는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화학 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거부했다.

 

저자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인정 많은 의료 활동을 한 공로상을 수상했다. 자신이 저지른 모든 일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편지를 읽고 아빠를 용서했다. 명상과 요가를 하면서 상처를 치유한다. 자신을 향한 각종 폭력과 차별 앞에서도 묵묵히 환자를 돌본다. 타인의 상처, 고통, 질병, 죽음을 직면하며 삶을 받아들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며 이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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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파괴 - 군중에서 공중으로
윤동준 지음 / 파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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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파괴]의 저자는 오직 독서만으로 미국 명문대 장학생으로 선발된 23세 청년이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변화를 지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에 있다고 한다. 사회학이라는 장르가 익숙하지는 않다. 다수의 침묵이 우상을 잉태하고 우상은 늘 시대를 비극으로 이끈다고 말하는 청년지성의 선언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

 

토머스 그레셤은 16세기 영국의 무역상으로서 런던 거래소를 설립하고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에게 재정고문관으로 임명될 만큼 당대에 실력을 인정받았다. 가짜 뉴스를 공유하는 횟수가 진짜 뉴스보다 70% 많다고 분석했다. 그레셤의 법칙은 오늘의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이자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양화가 악화로 인해 구축되고 경제가 망가지듯 인간을 행복하게 하려고 태어난 제도와 기술은 군중에게 추종되는 과정에서 계량적인 도구성에만 몰두해 인간을 고통에 빠뜨렸다,

 

군중은 미래학자들이 예언하는 ‘2030년이면 빈곤이 사라지고 2100년에는 물질적 궁핍으로부터 인류가 해방될 것이라는 통계에 취해 축배를 들고 안심한다. 군중은 동요하고 의지하고 집착하기에 자신이 만든 허구의 창조물이 세상을 통제한다고 착각한다. 그들은 양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악화를 유통시킨다.

 

많은 사람들의 서로 간의 미세한 차이에, 출생으로 얻어진 차이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이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자들이 태어나면 그냥 갖게 되는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정체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완전히 다르게 살았을 갈대 같은 자들이다.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의 방관자, 가해자, 수혜자로 살아가는 군중은 남이 아닌 자신이 세계 문제들의 공범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 누구도 집단의 문제들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우리의 책임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아무렇게나 하고 싶은 대로 산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타인은 의지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관념과 이념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여 형성된 정체성을 자신의 경험과 배움으로 점검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미로에 빠져 헤매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각자의 삶이 자유로워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으므로 이것이 때때로 이상적인 상황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다른 인생을 살아왔고 다른 말과 글을 생각을 접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인간 본연의 형식과 성격을 유지한 채 추구할 수 있는 인간적인 가치는 그 수가 한정되어 있다.

 

세상에는 진실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염세주의자들과 비관주의자들이 넘쳐난다. 염세주의자들은 성찰의 유일한 도구이자 진보의 견인차 구실을 한 인간의 이성이 단지 인지적 편향의 묶음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한 앎의 도구를 평가절하한다.

 

계몽주의 시대의 정신은 세계대전을 피해 살아남은 미국에 이어져 민주주의와 관용의 정신으로 선견지명을 갖춘 문명의 리더들을 배출하고 있다. 선구자는 우리의 속죄양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군중의 자아를 버리고 속죄양이 되어야 한다. 죄책감에, 세계의 비참함에, 자신의 무지몽매함과 안이함에 울부짖고 낙담하고 비판해야 한다.

 

우리는 존재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해야 하며 모든 사람에게서 무언가 배우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악을 보면 그들을 비난하기 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고, 그들이 악과 단절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상파괴]는 저자를 주도적인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해주었고 성찰과 수련의 과정이 담긴 독백이다. 인간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자연의 혼돈을 극복하고자 노력을 하며 진정한 자신을 위해 성찰하며 갈망한다고 하였다. 책의 마지막 문장인 아는 대로 말하지 않고, 살아온 대로 말하겠다라고 표현한 글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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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이주영 옮김 / FIKA(피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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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고의 철학자가 말하는 바다와 삶에 대한 이야기

 

인생은 바다를 닮았다.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밀물과 썰물처럼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곧 잔잔하게 빛난다. 삶도 그렇게 소란하게 흐른다. 우리는 삶이 지리멸렬하게 느껴질 때 바다를 보고 싶고, 어디로든 자유롭게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요동친다. 어깨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발걸음을 내디디라고 재촉하기도 한다.

 

로마인들은 지중해를 가리켜 우리의 바다라는 뜻으로 마레 노스트럼이라 불렀다. 지중해는 무역과 탐험, 전쟁의 출발점이기도 하고 최근 수년 동안 바다는 수천 명의 이민자들이 탄 배가 난파한 곳이기도 했다. 살다 보면 받기도 하고 거부도 당하며,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삶이란 항상 불안하고, 고난과 역경을 피하지 못하면 괴롭다. 하지만 산다는 건 바로 그런거다.

 

로빈슨은 브라질에서 농장 일을 하며 살아가다 얼마 되지 않아 아프리카로 향하는 배에 다시 올라탄다. 맨몸으로 혼자 살아남은 로빈슨은 무인도에서 28년하고도 2개월 19일을 살게 된다.대니얼 디포의 소설 로빈슨크루소의 이야기다. 작가가 알렉산더 셀커크라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소설은 완전한 허구는 아니다. 알렉산더 셀커크는 배가 좌초되자 현무암으로 둘러싸인 섬에 내렸다. 현재는 로빈슨 크루소의 섬이라고 불리는 마스아티에라였다. 이 섬에서 4년 이상을 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모국어를 잊게 되었다. 뜻밖에도 셀커크의 생명을 구한 것은 염소들이었다. 고기, , 기름을 얻었고, 새끼 염소들과 춤까지 추었다. 무인도 생활이 너무나도 행복했다고 했다. 사람들은 소설을 보고 무인도 생활에 대해 저마다 로망을 가졌다.

 

파도는 화나고 분한 듯 흰 거품을 내며 물러간다. 프랑스어로 르삭이라고 한다. 르삭은 스페인어 르사카르에서 왔다. 인생은 멀리 바라보는 항해와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라는 항해를 제대로 하려면 상상력을 마음껏 활용해야 한다. 이미 사람들이 지나간 고속도로를 그대로 가지 말고 나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자. 타이타닉호의 경우를 보고 바다의 운명은 침몰의 위험, 건강과 재산을 잃을 위험을 부드럽게 나타낸 표현이다. 인생이란 한순간이고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삶은 당신에게 이미 주고자 하는 걸 모두 주었다.

마치 바다처럼.

 

우리는 순응하고 참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 받아들이고 조용히 입을 다물고 체념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쳇바퀴 같은 일상이 이어지면서 무엇인가에 갇힌 기분이다. 파도와 위험이 도사려도, 거센 바람과 폭풍우가 있어도 생애 단 한 번은 평생 가본 적 없는 곳으로 떠나야 한다.

 

파도는 예상보다 더 깊게 파고들고, 더 멀리 밀려간다. 밀려갈 때는 영영 사라질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발밑에 와 있다. 우리 삶에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없다. 방파제 기술이 전하는 교훈이 있다. 마음이 강하든 여리든 우리는 슬픔을 누를 수 있는 마음의 방파제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덕에 우리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은 1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약 700페이지나 되는 소설을 완성했다. 단순히 고래 사냥 이야기가 아니었다. 신성한 힘을 상징하면서 예측할 수 없고 길들일 수 없는 힘을 상징하는 바다에 대한 찬가를 쓰고 싶었다. <모비 딕>은 손에 넣기 힘든 무엇인가를 쫓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든 삶은 흐른다]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배우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보다 자신의 중심을 지키고 담담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는다. 바다는 같은 모습인 적이 없듯이 바다를 통해 우리는 굴곡 있는 인생을 떠올린다. 잠시도 쉬지 않고 물결치며 흐르는 바다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흘러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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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 시간을 건너는 집 2 특서 청소년문학 34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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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건너는 집]으로 많은 청소년들의 마음을 다독여 준 작가의 [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시간을 건너는 집 2]로 돌아왔다. [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은 미혼모 가정 아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 지적 장애 가족을 둔 소년범 등 폭넓고 다양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얀 운동화를 신은 세 아이가 과거, 현재,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의 집에 모였다. 임대 아파트에 사는 한부모 가정 민아, 청담 비올렛 아파트 히키코모리 아린, 소년보호시설을 탈출한 소년범 무견이다.

 

시간의 집에는 집사 아저씨와 할머니 두 분이 관리를 한다. 하얀 운동화를 신은 아이한테만 파란색 대문이 보인다. 1231일 오후 5시에 소망 노트라고 불리는 공책에 소원을 한 가지 쓰고, 문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다. 아저씨는 이 집의 규칙을 말해준다. 누구에게도 이 집과 하얀 운동화에 대해 말해서는 안 된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이 집에 나와야 한다. 어디로 가든 죽음에 대해서는 바꿀 수 없다. 문 하나를 선택해 들어가는 순간, 이 집에 대한 기억은 모두 사라진다.

 

민아의 엄마는 고2때 미혼모가 되었고 알바를 하며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민아는 미래로 가고 싶다. 이 집보다 조금만 더 넓고 침대, 책상이 놓인 내 방이 있고, 에어컨이 있으면 좋겠다. 친구들처럼 학원에 다니고 엄마가 밤에는 알바를 가지 않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다. 엄마는 공부 열심히 하면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살 수 있고 민아 왼쪽 손목에 있는 동전만 한 모반을 없애줘야 한다고 말한다.

 

아빠가 변호사인 아린은 중학교까지 전교 석차를 주름잡았지만 공황 장애를 앓고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학교에 안간지 오래되었다. 성적 스트레스 때문에 공황 장애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집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할아버지와 삼촌처럼 화가가 되고 싶은데 부모님은 공부만 잘해달라고 부탁한다. 시간의 집에 올 때는 서재 문을 통해서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미래로 가고 싶었고 혼자 살며 그림을 그리고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지적 장애 형과 엄마와 살고 있던 무견은 친구를 폭행하여 소년보호시설에 송치되었다가 탈출을 하게 되었다. 시간의 집에 꼼짝하지 않고 있어야 선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경찰이었던 아빠는 당번이 아니지만 친했던 동료 아저씨의 부탁으로 근무를 하다 죽음을 당했다. 형의 행동과 말투를 흉내 내는 아이들을 혼내준 것이 시설로 가게 된 것이다.

 

민아 엄마는 민아 아빠에게 양육비 지급 소송을 위해 변호사 아린의 아빠를 만나러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독하게 되었다. 아린은 아빠가 민아 엄마의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견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와 형의 소식이 궁금하여 만나러 가는 길에 형사 아저씨에게 붙잡히게 되었다. 민아와 아린은 엄마가 소송을 하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하지 말라고 말렸을 거라고 다투고 있을 때 서로 비난한다면 멤버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한다.

 

예전에도 선택의 문에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이 있었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니 스스로 결정하게 하라고 한다.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으며 나아가는 게 인생이니까 선택을 바로잡아도 되겠다고 한다. 최선을 다했고 남은 일은 이제 운명에 맡기자고 말이다. 사실 민아 엄마도 시간의 집 멤버였다. 시간의 멤버가 되었다는 것은 현재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여긴다. 민아의 엄마를 구하기 위해 집사 할머니, 아저씨는 아린에게 양해를 구하고 문을 부수어 과거로 돌아가기로 한다. 규칙을 어기는 대신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기회도,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포기하면서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다.

 

[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은 현실에 지친 아이들을 위로하고 버팀목이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힐링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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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오페라 - 아름다운 사랑과 전율의 배신, 운명적 서사 25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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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전용 극장에서 공연을 하기에 낯설고 먼 장르라고 여긴다. 이렇게 책으로 만나니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전작[방구석 뮤지컬]을 통해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오페라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한다.

 

언제나 작은 것들이 큰 것을 허물고 문학은 건축을 무너뜨리지

이 문장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노래 가사의 일부분인데 저자가 제일 좋아하는 문구이고 이 책을 집필하기로 마음먹게 한 문장이라고 한다. 5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순서와 관계없이 읽어도 좋다. QR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성악가의 육성으로 전해지는 전율을 경험할 수 있다.

 

첫 장은 오페라 가수들이 용감한 아리아를 부른다.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다 하는 사람은 많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는 로맨티시스트는 현실에 흔치 않다. <피델리오>는 교도소장(피차로)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감옥에 잡혀간 남편을 구하기 위해 아내 레오노레가 피델리오라는 이름으로 간수로 취직을 하고 남편을 구하는 내용이다. 피델리오가 여성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간수의 딸이 청혼을 하게 된다. 남편이 처형을 당하려고 할 때 그의 아내부터 죽이라고 외치면서 극적인 재회를 한다. 총리대신이 사건의 전말을 밝혀주어 악행을 일삼던 피차로가 감옥에 잡혀 가고 두 사람을 축복하는 환희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오페라 <리날도>는 동화 같은 내용과 다소 황당한 결말에도 정기적으로 공연되고 있다. 헨델이 런던 무대를 위해 특별히 작곡한 첫 번째 이탈리아어 오페라이다. 처음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영국에서 극전체가 노래로 구성된 오페라는 익숙하지 않은 장르였다. <리날도>마법의 성에 갇힌 공주를 구하러 가는 왕자라는 이해하기 쉬운 줄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을 위한, 혹은 오페라 입문을 위한 작품으로 많이 추천된다.

 

<피가로의 결혼>는 사랑의 줄다리기와 함께 신분사회의 뿌리를 뒤흔드는 새로운 시민계급의 분노를 집약한 작품이다. 지배계층인 백작에게 사랑을 빼앗겨도 저항할 수 없는 피가로의 분노에 공감하고 재치를 발휘하여 사랑을 되찾으려는 피가로의 분투를 관객들은 지지할 수 있다.

 

<포기와 베스>는 신체장애가 있는 포기가 등장하고 사람들은 예쁜 베스에게 마음을 두지 마라고 농담을 건넨다. 베스의 애인이자 악당인 크라운은 잔뜩 취해 로빈스를 죽인다. 도망치는 크라운. 베스는 두려움에 떤다. 포기가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그러다 크라운을 목졸라 죽이게 된 포기는 잡혀갔지만 일주일 지나 풀려났다. 그사이 스포틴이 베스와 뉴욕으로 가는 배를 탔다는 얘기를 한다. 아무리 힘들지라도 뉴욕에 가서 베스를 찾고야 말겠다는 선언을 끝으로 막이 내린다. 이 작품 대본은 헤이워드의 소설 <포기>, 헤이워드의 아내 도로시와 공동 집필한 동명의 희곡을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원작, 희곡, 오페라 모두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삶을 다루고 있다.

 

<니벨룽의 반지>는 세 여인을 좋아하는 난쟁이 알베리히가 나타나 여인들은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세 여인은 자신들이 아버지 보탄의 명으로 황금을 지키고 있다. 사랑을 부인하는 자만이 강의 황금으로 전능한 힘을 가진 반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알베리히는 세 여인에 대한 사랑을 부인한다. 여인들을 내버려두고 황금을 훔쳐 달아난다. 알베리히는 훔친 반지의 힘을 얻어 많은 보물을 얻었다. 보탄과 로게의 수작에 넘어간 알베리히는 타른헬름의 능력으로 큰 뱀으로 변신한다. 보탄은 반지를 거인 형제에게 넘겨주고 프라이아를 되찾는다. 라인 강의 세 여인이 무대 뒤에서 나타나 잃어버린 황금에 대해 슬퍼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방구석 오페라]는 아름다운 사랑과 전율의 배신, 운명적 서사 25편이 담겼다. 오페라 속의 인물들도 우리와 같이 사랑에 기뻐하고 때로는 좌절한다. 사랑은 인생의 굴곡과 비슷한 것 같다는 말에 깊이 공감을 하였다. 당장은 오페라를 볼 수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오페라에 빠져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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