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이주영 옮김 / FIKA(피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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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프랑스 최고의 철학자가 말하는 바다와 삶에 대한 이야기

 

인생은 바다를 닮았다.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밀물과 썰물처럼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곧 잔잔하게 빛난다. 삶도 그렇게 소란하게 흐른다. 우리는 삶이 지리멸렬하게 느껴질 때 바다를 보고 싶고, 어디로든 자유롭게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요동친다. 어깨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발걸음을 내디디라고 재촉하기도 한다.

 

로마인들은 지중해를 가리켜 우리의 바다라는 뜻으로 마레 노스트럼이라 불렀다. 지중해는 무역과 탐험, 전쟁의 출발점이기도 하고 최근 수년 동안 바다는 수천 명의 이민자들이 탄 배가 난파한 곳이기도 했다. 살다 보면 받기도 하고 거부도 당하며,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삶이란 항상 불안하고, 고난과 역경을 피하지 못하면 괴롭다. 하지만 산다는 건 바로 그런거다.

 

로빈슨은 브라질에서 농장 일을 하며 살아가다 얼마 되지 않아 아프리카로 향하는 배에 다시 올라탄다. 맨몸으로 혼자 살아남은 로빈슨은 무인도에서 28년하고도 2개월 19일을 살게 된다.대니얼 디포의 소설 로빈슨크루소의 이야기다. 작가가 알렉산더 셀커크라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소설은 완전한 허구는 아니다. 알렉산더 셀커크는 배가 좌초되자 현무암으로 둘러싸인 섬에 내렸다. 현재는 로빈슨 크루소의 섬이라고 불리는 마스아티에라였다. 이 섬에서 4년 이상을 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모국어를 잊게 되었다. 뜻밖에도 셀커크의 생명을 구한 것은 염소들이었다. 고기, , 기름을 얻었고, 새끼 염소들과 춤까지 추었다. 무인도 생활이 너무나도 행복했다고 했다. 사람들은 소설을 보고 무인도 생활에 대해 저마다 로망을 가졌다.

 

파도는 화나고 분한 듯 흰 거품을 내며 물러간다. 프랑스어로 르삭이라고 한다. 르삭은 스페인어 르사카르에서 왔다. 인생은 멀리 바라보는 항해와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라는 항해를 제대로 하려면 상상력을 마음껏 활용해야 한다. 이미 사람들이 지나간 고속도로를 그대로 가지 말고 나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자. 타이타닉호의 경우를 보고 바다의 운명은 침몰의 위험, 건강과 재산을 잃을 위험을 부드럽게 나타낸 표현이다. 인생이란 한순간이고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삶은 당신에게 이미 주고자 하는 걸 모두 주었다.

마치 바다처럼.

 

우리는 순응하고 참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 받아들이고 조용히 입을 다물고 체념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쳇바퀴 같은 일상이 이어지면서 무엇인가에 갇힌 기분이다. 파도와 위험이 도사려도, 거센 바람과 폭풍우가 있어도 생애 단 한 번은 평생 가본 적 없는 곳으로 떠나야 한다.

 

파도는 예상보다 더 깊게 파고들고, 더 멀리 밀려간다. 밀려갈 때는 영영 사라질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발밑에 와 있다. 우리 삶에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없다. 방파제 기술이 전하는 교훈이 있다. 마음이 강하든 여리든 우리는 슬픔을 누를 수 있는 마음의 방파제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덕에 우리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은 1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약 700페이지나 되는 소설을 완성했다. 단순히 고래 사냥 이야기가 아니었다. 신성한 힘을 상징하면서 예측할 수 없고 길들일 수 없는 힘을 상징하는 바다에 대한 찬가를 쓰고 싶었다. <모비 딕>은 손에 넣기 힘든 무엇인가를 쫓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든 삶은 흐른다]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배우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보다 자신의 중심을 지키고 담담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는다. 바다는 같은 모습인 적이 없듯이 바다를 통해 우리는 굴곡 있는 인생을 떠올린다. 잠시도 쉬지 않고 물결치며 흐르는 바다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흘러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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