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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우즈키에게 보이는 것
아키야 린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4월
평점 :

이 책은 진직 간호사의 체험이 묘사되어 따뜻함을 전하는 미스터리 소설로 삶과 죽음을 동시에 경험하는 요양 병동에서 간호사 우즈키에게만 보이는 것을 둘러싼 이야기다. 저자는 13년간 간호사로 일하면서 환자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품고 지내다가 간호사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아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간호사 우즈키는 장기 요양 병동에서 6년차 근무하고 있다. 절친의 죽음 이후, 병원에 복귀하고 얼마 되지 않아, 몸이 희미하게 비치는 낯선 사람이 환자 침대 옆에 서 있는 것을 경험한다. 환자가 죽음을 의식했을 때 나타나는 ‘미련’일지도 모른다는 감이 왔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우즈키 눈에만 보이고, 내 앞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만질 수도 없고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오오카 사토루(50세, 남성) 병력: 중증 저혈당증 발병 후 무의식 상태
세키 시게오(60세, 남성) 병력: 간질성 폐렴, 폐암 진단
구마노 데쓰야(42세, 남성) 병력: 알코올성 간염, 간견병증, 간암 말기
고바야시 에리(38세, 여성) 병력: 부비강염으로 인한 뇌염
사사야마 도요(87세, 여성) 병력: 지주막하출혈 후유증으로 인한 마비
가자오카 아오이(45세, 여성) 병력: 유방암 말기
‘미련’은 환자가 죽음을 의식할 때 나타나는 듯싶다. 만약 내가 ‘미련’을 해소하게 되면 환자가 가슴에 박힌 응어리를 하나라도 더 없애고 편안하게 투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지나미를 떠나보낸 슬픔에서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이 세상에 남은 지나미의 응어리진 마음도 해소되는 것은 아닐까. 미련을 해소하면서 환자와 더 가까워진 기분도 갖게 되었다. 그것이 환자를 위한 일일까 안간힘을 써보는 데, 그 상황이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우즈키는 후배 간호사의 고민도 들어준다. 일하면서 자신을 우등생이라는 틀 안에 끼워 맞추어 열심히 하고 있지만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었다. 무엇이 힘든지 자신 스스로 알아낸다면 잘한 일이고, 직업의 길은 하나가 아니니까 여러 가지 길 중에서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고 말해준다.
병원은 여성이 많은 직장이지만 여성의 신체 리듬에 맞춰 일하고 싶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병동 근무에 결혼, 임신, 출산은 힘들 것 같아서다. 신규간호사를 프리셉티라고 부르는데 현장에서는 프리셉터의 아이라는 뜻으로 병아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리셉터나 프리셉티의 업무, 숨을 거둔 환자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궁금증, 간호사로서의 안타까움과 그럼에도 죽음이 함께하는 삶에 대한 지극한 연민과 사랑이 잘 나타나 있어 마음이 따쓰해진다.
“어젯밤 세상을 떠난 그 환자는 마지막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작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 무슨 생각이었을까. 가슴이 먹먹해 온다. 저자의 말처럼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련을 남길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풍족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