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몰래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17
조성자 지음, 김준영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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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은지를 보면서 저의 어린시절이 자꾸 떠올랐어요.

언니에게 물려받아 입은 옷들, 공부를 더 잘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되는 욕심, 투덜거리면서 엄마에게 달라붙었던 모습들.

너무 닮아서 은지에게 동지만이 느낄 수 있는 정이 새록새록 솟아나네요. 엄마가 갖고 싶은 거 사준다는 말에 혹해서 열심히 시험공부했던 모습도 똑같아요. 막상 선물을 받으면 시큰둥해지곤 했는데, 그걸 받으려고 조그만 애가 낑낑 거리면서 애썼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괜히 웃음이 나와요.

 

은지의 표정을 보면 정말 귀여워요. 시무룩해하는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워요. 고민하고 후회하고, 또 망설이는 모습도 아이답게 순수해보이고요. 누구나 살면서 실수를 하게 되지요. 꼭 그렇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오고,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져요. 은지도 그랬어요. 100점을 맞으면 새 운동화를 사준다는 엄마의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 열심히 수학문제를 풀었는데, 그만 딱 한 문제가 찜찜했어요. 68이라고 쓴 것도 같고, 67이라고 쓴 것도 같고..

 




고치려고 교실에 들어갔던 것은 아닌데, 하필 선생님도 자리에 안 계시고, 시험지는 선생님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어요. 정말 보기만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나서 은지의 마음은 편했을까요.

100점을 맞고 선생님께 칭찬받고, 엄마 아빠의 사랑도 듬뿍 받고, 갖고 싶었던 새 운동화도 갖게 되었는데,

은지는 행복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괴로웠어요. 지난 일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후회하고, 힘들어 하는 은지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해집니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 보았을 아이다운 실수였기에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싶어지기도 했고요.

 

실수하고 후회하면서 반성하는 아이의 모습이 동화답게 이쁘게 그려져 있어요. 은지의 표정도 생생하게 잘 그려져 있고요. 아이들에게 자신의 실수를 무조건 탓하고 야단치기 보다는 스스로 깨닫도록 시간을 주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 은지도 비록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었겠지만 앞으로 다시는 엉뚱한 실수를 저질르고 후회하는 일을 일어나지 않겠지요. 어려움을 겪은 만큼 성숙해진다고, 은지도 조금 자라서 의젓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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