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의 박물관
성혜영 지음, 한영희 사진 / 샘터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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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울적할 때 극복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먹는 걸로 푸는 사람, 화내고 폭발하는 걸로 푸는 사람,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 등등.. 저는 주로 먹으면서 기분을 다스리는 편인데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서 자제하려고 합니다. 가끔 차분하고 분위기 있어보이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괜히 끌리고, 배우고 싶고, 그 사람말에 귀기울이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지요. 영화를 보거나 전시회나 박물관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에 위안을 찾는다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저랑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신기하고 부럽기도 해요.

 



뮤지엄 테라피... 박물관에 다니면서 삶에 대해 추억하고 더불어 스스로 마음을 추스리며 안정을 찾는다는 것이 참 좋아보여요.지친 일상을 다독여주려 박물관에 찾아다니다 보면 절로 차분해지고 조금 더 어른스러워질 것 같아요. 글도 사진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삶의 이면에 또다른 일상이 숨어있다는 꽤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는 책입니다. 숙제하려고 박물관을 찾아다니면서 메모를 즐기고, 뭔가 엄청난 것을 갖고 와야 할 것 같은 강박증에 시달렸던 분들이라면 분명 독특한 매력에 푹 빠지게 될 책이에요. 저도 책을 읽으면서 우리 주변에 이처럼 다양하고 신기한 박물관이 숨어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어요. 국립 중앙 박물관처럼 웅장하고 위용이 넘치는 곳도 멋지지만, 생활속 묘미가 숨어있는 작은 박물관 역시 일상에 힘을 불어넣어 줄 에너지가 넘쳐난다는 걸 알고 반가웠습니다.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을 소개하는 글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건 음식을 통해 정을 주고 받는 가족들의 정겨움입니다. 힘든 삶을 지탱해주는 건 따뜻한 먹을거리와 사람의 끈끈한 정이지요. 늘 잔치음식처럼 푸짐한 상을 받을 수 없지만, 소소하고 정성이 깃든 음식들이 있기에 우리 마음이 아직은 체온 이상의 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지요.소개글 안에는 작가의 경험과 생각이 고스란히 묻어 있어요. 식구들 이야기, 어릴 적 추억, 지금의 생각과 느낌이 박물관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맛깔난 향을 만들어냅니다. 50이 넘은 나이에 추억할 거리와 훈훈한 가족이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글로 남길 수 있는 거리가 있다는 게 참 부러웠어요. 저도 그렇게 나이들고 싶어요. 정갈한 사진 역시 박물관이 뿜어내는 작고 웅장한 느낌의 무언가를  전해줍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리워지는 글 ' 왈츠와 닥터만 커피박물관' 소개도 인상적이에요. 남양주에 강가에 자리잡은  박물관인데 꼭 찾아가보고 싶어집니다. 서울 도심에 자리잡은 작고 아담한 박물관도 많더군요. 박물관은 멀어서 큰 마음먹고 찾아가야 하는 장소가 아님을 가르쳐주어요. 박물관을 찾아가는 방법과 관람시간과, 비용도 상세하게 알려주어요. 작가와 한바탕 이야기를 나눈 느낌이 남아요. 솔직하면서 정갈한 글이 차분하게 시간을 함께 나눈 기분이 들게 해주네요.

 

1) 작품이나 유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읽지 않는다.

2) 팸플릿이나 도록은 미리 사지 않는다.

3) 박물관이 정해 놓은 동선을 따르지 않는다.

4) 남의 의견을 참조하지 않는다.

5) 관람시간과 방문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작가가 권해주는 박물관 관람 원칙입니다. 저는 이 모두에 해당되네요. 박물관을 바라보는 시선이 앞으로는 많이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딱딱하고 숙제같은 느낌의 방문이 아닌 , 박물관을 통해 그 안에서 나를 찾고, 바람직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경험을 꼭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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