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끈 - 성장 그림책
이브 번팅 글, 테드 랜드 그림, 신혜은 옮김 / 사계절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소중한 것을 잃고 난 후,  그리워서 눈물 흘려 본 적이 있나요. 소중한 것이 바로 나의 사랑스러운 엄마였다면, 기억의 끈을 도무치 놓치고 싶지 않겠지요. 사람들의 관계는 작고 가는 끈부터  굵직하고 믿음직스러운 끈까지 수많은 인연으로 맺어졌을 거예요. 세월과 함께 모습을 바꾸는 인연과 관계들 덕분에 사람들은 울고 웃지요. 오래 오래 사랑하던 사람을 잃었을 때의 아픔은 아마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짐작하기 어려운 만큼의 슬픔일 겁니다. 늘 내 곁을 지켜줄 거라고  단단한 믿음을 주었던 사람이라면 배신감이 더욱 크겠지요.

 

 

로라는 사랑하는 엄마를 잃었어요. 엄마와 연결된 많은 기억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고 있어요.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 버린 채. 아빠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행복했지만 로라는 그럴 수 없었어요. 아빠와 제인 아줌마가 다정하게 웃으며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서늘해졌어요. 로라에게 엄마는 돌아가신 엄마 뿐이에요. 제인이 싫은 건 아니었지만 왠지 아빠와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 안으로 들어가 함께 웃고 떠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얼룩 고양이 위스커스와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잔디에 앉아 기억의 끈을 조물거리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찾았지요. 증조할머니 때부터 내려오던 많은 단추를 꿰어놓은 끈이요. 새엄마가 보는 앞에서도 그 물건을 꺼냈어요. 기억의 끈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 하고 싶었지만 위스커스 말고는 들어줄 사람이 없었나 봐요. 증조 할머니의 드레스에 달렸던 단추, 고모할머니 옷에 달렸던 단추,육촌들의 것들, 그리고 엄마의 무도회 드레스에 달렸던 단추, 엄마의 잠옷의 목깃에 달려 있던 것. 가족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물건이었지요.

 

비록 색이 바래 흐려졌지만 엄마를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달려 있는 것이어서 로라에게는 소중한 물건이었어요. 그런데 하품만 해대던 위스커스가 뛰어오르면서 발톱이 끈을 채는 바람에 그만....로라는 얼굴을 가리고 그 상황을 외면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현실이었어요. 페인트칠을 하던 새엄마와 아빠가 뛰어와서 로라를  도와줬어요. "괜찮다, 아가야"  이렇게 위로해주며 단추를 하나씩 찾았어요. 아빠 군복에 달려있던 단추 하나만 빼고 모두 찾았지요. 그 단추는 엄마가 제일 좋아했던 것이었어요.

 

'오! 로라, 불쌍한 우리 아기' 

엄마의 말인지 제인의 말인지...로라에게는 아주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들렸어요. 마지막 단추를 찾기 위해 아빠와 새엄마는 이런저런 일들을 겪어냅니다. 제인이 보여준  말과 행동은 로라에게 믿음을 주었어요. 그게 사랑으로 바뀌는데 까지는 어쩌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로라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어요.

 

 

누구도 무엇도 엄마를 대신할 수 없지만, 사랑은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거잖아요. 로라는 엄마를 사랑했던 만큼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아가겠지요. 마음 한 쪽은 텅빈 채 쓸쓸함이 남아있겠지만 작고 따뜻한 사랑들이 그 빈자리를 채워 줄 거예요. 아픈 마음을 접고 새로운 끈을 꿰어가며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요. 새엄마를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의  담담한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진 그림책이에요.  그림도 정말 아름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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