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미한 살인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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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본 가치중 '생명'에 대한 존엄만큼, 최우선 가치는 없다. 문명은 사람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필연적인 불편함 감수를 넘어선 편의성은 물질우선주의 사회를 조성한다. 재화와 서비스는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게 활용되어야 하는데,  자원의 희소성에 기반한 탐욕이 전체 질서를 교란시키는 법이다. 이러한 전이현상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짓밟고 피폐하게 만든다.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모든 자유권의 질서를 규정하는데 있다. 책임이 없는 자유행위는 '방종'이다.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전제로 하는것이 '자유'이기 때문이다.  카린 지에벨의 소설 「유의미한 살인」 은 현대 사회의 이면에 대한 통찰적인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빅마운틴 스캔들」에 이어 두번째로 접한다. 2005년 데뷔작 테르미누스 엘리시우스로 마르세유추리소설 대상을 수상한 원작을 번역한 책이다. 600 페이지 정도의 마운틴 스캔들을 읽은 덕분인지, 「유의미한 살인」 을 읽으며 천재적인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립공원관리원에서 시작하여 프리랜서 사진작가, 변호사 등등 다양한 사회적 경험 숙성은 그녀의 소설 모체가 되고 있다. 폭넓은 사회공감을 담은 체, 시종일관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있는 데 몰두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극악무도한 사건 사고가 이어져왔다. 매스 미디어를 넘어서, 다양한 채널로 파급되는 현대 사회에 와서 그 전파속도가 불특정 다수의 경각심을 자극한다. 일면식도 전혀 없는 누군가가 자초한 과정이 끔찍한 결과로 사회불안감을 조성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회는 알게 모르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데, 나비효과로 긍정적인 상생작용을 하면 모두의 삶이 좋아지지만, 개개인의 경솔한 행위가 부정적 외부효과를 발생하는 것이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돌맹이에 누군가가 치명적으로 다칠 수 있다.


이것이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는 자유의 본질이다.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전혀 모르는 누군가를 곤경에 처하게 할 수 있고, 극심한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이다. 원래 프로그램을 실행하는데, 정해진 규칙성이 현대인의 삶에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불확실성에 고민하면서도 일상의 생활패턴 자체가 일정한 것이다. 프로그램에 적용되면 효율적일 루틴(routine)이 사람의 삶을 지배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생활 영역이 쉽게 노출된다. 더구나 위치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SNS의 관계는 얼굴을 마주하는 대면관계를 거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일상을 예측가능하게 한다. 조금만 관심가지면, 쉽게 알 수 있는 정보 시대다. 문제는 이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선 '악용'의 사례들이다. 좋지 않은 선례를 방치하는 순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들까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일을 많이 본다. 좋고 싫은 감정의 연속선이 사람인데,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문제해결해야 끔찍한 일을 겪지 않는다. 되돌릴 수 없이 "그때 그랬더라면" 후회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5월 11일 

잔느에게 

당신은 당신도 모르게 나를 알고 있습니다.


 

소설의 시작은 바쁜 출근길 도시 풍경을 빠르게 묘사하고 있다. 삭막하고 지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여유롭게 즐길 시간은 없다. 꼭 정해진 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1분 1초를 다툰다. 뛰는 모습이 눈에 띌까봐서 고개를 숙인체 이동할 장소로 향한다. 그러던 어느날 한통의 편지를 확인한다. 언제나 같은 열차, 구석의 같은 자리에 앉는 그녀를 알고 있고 지켜보고 있다는 신의 이름을 빌린 한 남자의 편지...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설렘으로 이어진 편지는 이어졌다. 하지만 차츰 불길한 예감이 다가온다. 그의 정체는 누구일까?  결정적인 단서를 알리는 편지 인용 부분은 정중한 궁서체로 굵게 새겨져 있어, 전체적인 가독성을 상승시킨다. 읽는 내내 독자가 범죄자를 추적하는 감정이입을 유발했다. 그 덕분에 단숨에 결정적인 용의자 체포에 이른다. 과연 그가 범인일까? 보통 결말에 이르러 흐지부지 용량충족 하는 경향성과는 달리, 명쾌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인과응보의 정의를 세우는 것이 법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한다. 솔직히 정의의 대표적인 의미로 통용되는 이 문구가 선뜻 와닿지 않는다. 실제 그런 상황에 놓였을때 과연 미워하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면 천만다행이다. 그 정도로 사회적 공분을 사는 천인공노할 일도 많다. 문명의 발달은 사람들의 이기적인 속성을 자극한다. 복수의 불씨를 키우지 않아도 모두가 관심을 갖고 인과응보 의 정의를 세우는 것이 법의 역할이다. 개개인의 삶은 반복적인 패턴으로 루틴화 될 수 밖에 없는데, 복잡하게 얽히고 ?霞? 상황변수가 많아질 뿐이다. 사실 어떤 살인이 의미있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의 삶을 짓밟는 끔찍한 행위인데... 생각 한편으로 때론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평생 떠안아야할 고통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기는 커녕, 황당무계한 법적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법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백계 적용될때 사회질서 유지 기능을 하는 것 이다. 요즘 많은 범죄 스릴러 드라마의 경우에도 무법천지에 가까운 수단을 동원할 수 밖에 없는 유의미한 행위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법을 따르면 인과응보의 정의를 확고하게 보장받는다는 진리를 실현해야 한다. 서로의 행위가 연관되어 사회를 이루고 사는 이상, 나 자신의 역지사지의 실천이 잠재적인 범죄예방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내 자신이 조심하고 적절하게 서로에 대한 배려 관심으로 일관할때 함부로 하기 쉽지 않다. 처음 누군가 던진 돌맹이에 깨진 유리를 방치할수록 범죄의 표적으로 작용되기 쉽다. 아무도 살지 않고 아무도 관심주지 않는 빈 집이라는 표시가 되기 때문이다. 떠올리기 싫지만, 개인적으로도 경험해 본 사실이다. 
  세밀한 심리묘사로 이어진 이 소설의 대미는 잔잔하게 흐르는 물과 같다는 점 이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도 않고 캐릭터도 많지 않다. 그런데도 잘 읽힌다. 정독하는 방식으로는 반나절을 예상했는데, 1시간 정도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평범한 우리의 일상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경각의식을 촉진한다. 결과발표를 앞두고 있을때, 1분 1초라도 빨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두문불출하는 심리상황과 같다. 작가와 독자가 혼연일체 될 수 있는건 그만큼 몰입감있는 것이다.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한 긴박한 장면 전개는 없다. 범죄수법 자체는 정말 잔인하다. 사람으로서 도저히 그럴 수 있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에도 인과응보가 담겨있다. 사람일이란게 대체로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방적인 관계에선 그렇지 않다. 이런 관계에서는 타인의 '자유기제'를 천대시하고 속박하려 한다. 갑질 패악질 부리는 자와 매번 당해야만 하는 자로 나뉜다. 「유의미한 살인」의 경우에 그러했다. 
  평소 드라마를 즐겨 보는데, 나쁜 놈들은 초울트라 AI 탐지 시스템을 작동하는것 같다는 착각에 빠질때가 많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전개까지 도입한 체 흥분을 강요받은 기분을 느낄때, 답답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을 펼쳐갈 때 마다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끝까지 읽어봐야 확실한 결과를 확정할 수 있었다. 학습화된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통찰적인 사회의식을 가진 작가의 작품에 도전해보자. 지금보다는 훨씬 소중한 내면의 발견, 자아 실현 의지를 촉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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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 - 3D 동물 병원의 비밀 와이즈만 첨단과학 2
최재훈 지음, 이영호 그림, 안성훈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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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터 하나 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해야했던 시절이 있었다. 어김없이 전산실에 마련된 공용프린터를 이용하기도 했다. 비싸기도 했지만, 레포트 제출때나 쓰이는 정도여서 구매 유인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프린터로 출력해야 할 서류가 많아지고, 거기에 명함,사진출력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게 되니 집에도 프린터로 가득차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3D프린팅의 미래가 그렇지 않을까? 만화컷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와이즈만 시리즈의 2탄 3D프린팅 <동물병원의 비밀> 책을 읽었다. 지난 사물인터넷 편을 읽은 조카님의 감평은 " 삼뚠~책이 잼있어요. " 였다. 
 아직 글쇠가 익숙하지 않을 아이들에게도 재미나게 과학적 특성을 설명하는 와이즈만북스 시리즈물은 흥미를 고양하기에 충분했다. 3D프린팅을 처음 접한 게 2년전 쯤인데, 이 책의 저자는 무려 96년에 접해봤다고 한다. 3D 프린터는 캐드등올 그려낸 도면의 형상을 금속,세라믹, 플라스틱 재료등을 한 층씩 쌓아 입체적으로 만드는 장치다.  제품을 상용화하기전에 개략적인 형상으로 시연할 시제품을 만들어내는데 개인이 제작하기는 힘든 부분이었다.  3D프린터의 보급화는 기존에 기업단위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개인이 다품종 소량화 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즉 기존에 종이에 프린팅하던것처럼,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에선 갑자기 사라진 길고양이들을 추적하는 탐정가족과 친구들을 통해서 3D프린터가 가져올 생체공학의 비전을 말해주고 있다. 
사람 몸과 비슷한 바이오 잉크를 사용해 인공혈관을 만들어내는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머지않아 외형적으로도 전혀 인체와 이질감이 없는 피부재생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일들이 하나둘씩 차곡차곡 실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3D 프린팅 단계를 넘어서, 진정한 인체 지향적인 4D 프린팅 시대에 진입하기까지 얼마나 걸릴 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수많은 실패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기술이 축적되어야만 누구든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상용기술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살아갈 미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3D프린팅은 어른들일수록 아이들보다 먼저 숙지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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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매장의 탄생 - 고객을 끌어모으는 10가지 방법
이금주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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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기 할 것 없이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화폐가 순환하는 총체를 뜻하는 현상을 말하니 이 말이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대외 경제지표는 낮은 성장율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다. 즉 경제규모는 늘어났으니, 버는 사람은 벌고, 못 버는 사람은 못 버는 빈익빈 부익부에 직면한것이다. '매장'의 경우에 극명하게 드러난다. 90%에 육박하는 폐업률. 새로 생겨나는 가게 숫자가 사라지는 가게 숫자보다 약간 상회하는 정도다. 매장 5곳 중 4곳은 5년안에 사라지고, 그나마 1곳이 5년을 견뎌간다.  최근 한두해의 일이 아니다. 평생직장 관념이 사라진 IMF 이후 자영업 집중화는 심화되었다. 매월 고정적으로 보수를 안겨줄 수 있는 직장은 줄어드니, 필연적으로 생활형 매장 창업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매장은 매상을 발생시키는 장소이다. 손님은 저절로 유입되지 않는다. 그 매장에서 소비해야만 할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초과수요상태에서는 생산유통자가 가격결정자였다. 그래서 부지런하기만 하면 그만큼 성공할 확율은 높아졌다. 하지만 재화가 넘쳐나는 시대에 접어든 이후엔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서비스 전략이 필요하다. 즉 이 매장에서 소비할때 느낄 수 있는 즐거운 가치 충족이 필연적인 요소가 되었다. 즉 보기에도 좋고 기분 좋아질 매장소비에 매료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잘나가는 매장의 탄생』 은 풍부한 매장 컨설팅 경험을 담아 잘나갈 수 밖에 없는 매장의 기본기에 대해 풀어내고 있다.

내 주변에도 매장을 여는 친구들이 있다. "경제가 안좋아." 푸념이 단지 장사가 안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것을 안 지도 꽤 되었다. 지금은 꽤 매장을 잘 꾸려가는 사람들에게도 정말 바닥을 헤매는 시기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손님을 응대해야 할 지, 한참 연배의 사장과 월급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갈 지도 막막했던 경험이 있다. 밑바탕에 깔린 실패의 경험이 성공으로 이끌어간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아무리 잘 나가도 장사꾼이라는 생각을 버리긴 힘들었다. 친구를 상대로 영업력을 부리는것은 아니지만, 평상시의 모습과 매장경영자의 자세는 전혀 180도 달랐다. 평소에는 무뚝뚝한데, 손님을 마주하면 말 한마디가 매상을 올리는 감미료로 변신해 있다. 연중 쉬는 날 없이 일하는 그가 안쓰럽기도 하면서도 이미 나름의 장사 노하우를 터득한 그에게 핀잔을 쏟아낼 수는 없었다.  하루라도 매장을 열지 않으면, 그나마의 손님도 찾아오지 않을까봐서 습관적으로 가게문을 연다. 

 저자는 고객을 끌어모을 수 밖에 없는 10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평소 매출 800만 원 매장을 3개월만에 5배로 뛰게 할 정도니, 매장에 관한 마이더스의 손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엔 기본적인 원칙 위주로 제시하여, 사뭇 원론적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읽으면 읽을수록 풍부한 경험을 일목요연하고 간결하게 설명했다는 느낌이 가득하다. '그래! 바로 그거지'  같은 음식도 담아내는 그릇에 따라 본연의 맛이 달라보이는데, 매장은 오죽할까? 단적으로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많은 매장의 경우 상시적으로 고정 유입될 수 있는 고객의 숫자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각자의 업무시간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중간에 쇼핑을 즐길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많은 매장들이 즐거움을 가미한 실질적인 소비경험을 추구하고 있다. 맛집, 멋집으로 대표되는 키워드가 그렇다. 

 최근 창업에 대한 필연적인 관심이 커지면서, 자영업 경영에 대한 책도 많이 출판되고 있다. 개개인에게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소비만족도에 대한 경험을 제시하여 쉬운 이해를 제시하고 있다. 주 단위로 촘촘하게 작성한 전략계획을 바탕으로 그 매장에 어울릴 컨셉을 구현한다면, 막연히 매장경영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매장이 힘들어, 그대를 힘들게 할 때마다 이런 책들을 통해 경영자로서의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 어려운 용어로 빼곡하게 시사적으로 다룬 책은 절대적으로 아니어서, 틈틈히 손님을 애타게 기다릴 자신에게 자기계발 차원에서 탐독할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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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의 왼손 - JM북스
츠지도 유메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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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로 다가온 그녀는 운명적 사랑인가?

 

가을은 감성의 계절이다. 또한 마음의 상처 앞에 시련을 겪기도 쉽다. 체온의 쌀쌀함이 마음의 쓸쓸함을 떠올리며, 온갖 지나온 단상을 되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씁쓸함을 달래줄 촉매제를 찾게 된다. 즐거움(joy)가 될만한 것들을 동경하게 되는건 당연한 이치. 세상사 어렵지 않은게 없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고 헤아려 관계를 잘 이어가는 문제만큼 중요한것은 없다. 이것만 완전정복해도 불완전한 세상을 어느정도 헤쳐나가는데에 지장이 없다. '인연'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연관적인 관계를 뜻한다. 우연의 일치로 수십 년 만에 마주치기도 하고, 문득 꺼낸 이야기에서 묘한 공통점을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마도 어느정도 인간관계를 형성한 사람에겐 동질감에 대한 애착이 있다. 당장에 결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실속있는 결과를 의미하지 않은데도, 그 자체로도 친밀감은 상승한다. 짜릿하게 달달하면서도 가벼운 로맨스 코미디 소재가 인기드라마의 주된 소재가 되는것도 그런 이유이다. 좋은 책을 읽는 독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현실에서 해소할 수 없는 장벽을 풀어 나가는 소설에 매료되는 것이다.  일본 소설은 우리에 비해 저변이 넓은 편이다.  솔직히 소설을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독서편식증이 없을 뿐이라, 손에 잡히는대로 무조건 읽는다. 「나와 그녀의 왼손」는 츠지도 유메 작가가 쓴 책이다. 사실 하루키 이외엔 언뜻 떠오르는 작가가 없다. 그만큼 80년대 경제호황기 시절의 작가들 이후로는 일본도 젊은 작가의 맥(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92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27살의 작가다. 작가의 엄청난 이력은 묘한 기대치를 고조시킨다. 첫 표지에는 남녀가 왼손을 마주하고 서로를 바라보는 뒷 모습을 담고 있다.





본래 미스터리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상하게 한다. 대체 어떤 스릴러의 장면들이 남녀 사이를 가로막을 것인가? 그런데 부제부터 아리쏭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데뷔작을 「없어진 저에게」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시작했으니, 주목받는 젊은 작가인것이 틀림없다. 약력을 넘기고나니, 전체 소설의 느낌을 예상할 수 있었다.  

살포시, 그녀가 왼손을 건반 위에 얹는다.
매끄러운 선율이 귀로 흘러들러오자, 내 눈꺼풀 안에서는 세탁물들
이 봄바람에....
-두 번째 페이지 中 -

잔잔한 선율이 등장할 것 같은 예감은 어느 정도 난감함으로 바뀌고 만다. 우당탕탕 사방에서 정신없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순간 마음이 교란상태에 놓인 사람의 흔한 독백극인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사실 전주곡 첫 장을 읽었을때 이해안가던 맥락은 몇 페이지를 더 넘기고 나니,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처절한 절규가 가득한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고귀한 용기는 전개된다.

"저기, 죄송한데요. 잠깐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네?"
"갑자기 죄송해요, 길이 어디가 어딘지 헷갈려서." 
-p17~18  中 -



의학부 건물 옥상 콘트리트위에 드러누운 체로 하늘 바라보는 남자에게 낯선 여성이 나타나 길을 묻는다. 교육학부를 찾는다는 앳된 모습의 그녀는 혼자서 캠퍼스 견학을 한다며, 길을 같이 가달라는 제의를 한다. 어리둥절한 순간도 잠시였다. 남자는 흔쾌히 승락한다. 웬일인지 통소명을 하며 금새 친해진다. 그런데 도서관 건물에 다다르자,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한다. 당돌한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와 그녀의 왼손」의 핵심주제는 자기 치유극복이다. 끔찍한 상황에서도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자신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까지도 치유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소설을 읽다보면 왼손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구성이 탄탄하다. 군더더기 없는 표현으로 시종일관 전개되고 있다. 핵심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있어 가학적인 요소는 개입하지 않는다.  근교의 상황설정을 통해 평온한 시골마을과 도시를 배치시켜 오밀조밀한 심리전개를 가능하게 한다. 
  누구에게나 생의 순간은 소중하다. 평생 겪지 않아야 할 비극의 순간까지도 예견하기는 불가능한 것이어서, 항상 최선을 다할 따름이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될 수 있기에 스스로 비수에 꽂힐 말과 행동을 멀리해야 한다. 서로의 왼손을 꼭 잡은체 힘이 되는 주인공처럼 내 생애 찬란한 전주곡이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말이다. 
 성인 남자 손에 그대로 덮힐 크기라, 휴대하기도 간편하다. 책 넘김 속도도 장편소설 답지 않게 빠른 건 덤으로 얻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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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고쳐서 산다 - 후회하며 살 수는 없으니까
강지훈 외 지음 / 헤이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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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고, 한 길 사람 속을 알 수 없는데, 인생의 방정식은 없다. 즉 어떤 특정 값을 입력해야만 정답이 되지 않는다. 모두가 잘 되고자 하는 열망은 동일하다. 흔하게 희비가 갈린다고 말한다.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스포츠 경기에서도 한쪽은 승자로, 패자가 되어야 한다. 어제의 승자가 내일의 승자가 되진 않는 것이 자연적인 이치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승자독식'으로 이미 기회를 선점한 자일수록 영속적인 기득계층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기회 자체를 갈구하는 자일수록 독식된 기회 고갈에 좌절하고 만다. 희망보다는 좌절을 떠올리기 쉽고, 도전에 앞서 포기에 익숙해져 버린 안타까운 세태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분명 예전보다 '공개된 정보'를 기반으로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인데, 사람이 역할을 했던 일자리 영역은 수축되고 있다. 기계를 만든 것도 사람이고, 기계를 목적에 맞게 운용하는 것도 사람인데 사람을 외면하고 있다. 사람이 이끌어가는 사회인데, 정작 목적 수단이 바뀐 체 사람이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힘내! 다 잘 될 거야." 말들도 처음 들을 때는 그래도 진심 어린 위안으로 삼을 수 있다. 수없이 릴레이 하듯 서로 다른 사람에게서 듣는 말들이 반복될 때마다 오히려 힘이 빠지기 쉽다. 어떤 상황에 처해져 있는지 알 지 못하는 상태에선 말뿐인 구호로 정착하기 때문이다.  
  기술 발달 속도에 비해 사람의 정신 영역은 더딜 수밖에 없다. 오히려 낙오된 체 예전보다도 생각 자체를 편리함에 기댄 체 의존하기 쉽다. 그런 까닭에 처세에 관련된 책들이 단연코 인기를 끈다.  대부분은 아주 성공한 케이스의 자화자찬 케이스 일색이다. 그러다 보니 막상 책을 통해 무기력함을 학습하게 된다. 오히려 현대 시대에 훨씬 동떨어진 시대의 위인전 이야기가 공감이 될 뿐이다. 「인생 고쳐서 산다」는 평범하지만 단단한 근성을 가진 이 시대의 아홉 사람의 경험담을 담아놓고 있다. 

 



내가 겪지 않은 시련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다. 


많은 처세 서적들의 문제점은 본인의 사례를 담아놓고 있지 않고, 그럴듯한 사례를 인용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막상 읽었을 때의 감회는 이질감만 떠올릴 뿐이었다. 「인생 고쳐서 산다」의 경우에도 분명 시련 고난을 극복하는 단면이 핵심인데, 화려했던 그들의 커리어에 관심이 갔다.  어쩌면 평범한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의 순간까지도 감내한 치열한 사연을 애써 무덤덤하게 체념하려 한 나름의 시도였을지도... 그들이 거쳐온 과정이 악천고 투의 연속이었기에 오히려 고비의 순간을 이겨낸 자신들은 무념무상으로 답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  
  본인 스스로가 겪어 보지 않은 좌절까지 포괄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철저히 험난한 인생의 여정을 이미 경험한 '어른'으로서의 책임 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좌절의 순간에 고통받고 있을지 모를 누군가에게 전해주며 다독거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문득 '어른'의 사전적인 뜻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단순히 아이와 구분 지은 의미일까?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 이란 의미였다. 어쩌면 성찰 자체가 실종된다면 그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어쩌다 어른이 된 것뿐이라 하겠다. 끊임없이 인생의 과정을 겪으며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성찰 과정을 거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인생 고쳐서 산다」 가 공감 가는 건 한결같이 겸손하다는 점이다. 처해져 있는 현실에 순응하되, 누구보다도 열정을 쏟아 현재의 불합리한 현실을 변화시키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실패 자체를 허투루 여기지 않고, 철저하게 인생수업을 전개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거쳐온 삶의 스펙트럼은 일반적이지는 않다.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개척해 가는 게 쉽지도 않다. 더구나 나의 삶의 성공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에 미칠 영향까지 생각해보면, 평범하지만 특별한 삶이라 할 것이다. ​



따뜻한 마음으로 책을 낸 목적은 세심한 구성에서도 느낄 수 있다. 당장에 힘들어서 삶을 사투처럼 고단하게 보내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위안의 말들을 은은한 퍼플색으로 각인해놓고 있다. 삶이 힘겹고 처절해서 버티기 힘든 순간에 이 한 마디만큼은 꼭 읽어 이겨내길 바라는 간절한 어른들의 소망이다. 언제 어느 순간에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하기에 생의 한순간마다 삶의 소중한 흔적들을 충실하게 쌓을 필요가 있다. 사람으로서 살아갈 나날들이 유한한데, 후회하며 살 수는 없으니까... 후회만 한다고 달라질 결과는 없다. 세상에 스스로 겪지도 않은 상황을 당연하다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해서는 안될 선택의 영역은 선악의 차원이다. 천부 인권적으로 자유가 주어지고, 그 자유엔 다른 사람의 자유를 빼앗지 않을 무한책임이 따른다.  그런 면에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성찰이야말로 그 어떤 지식 습득보다 유용한 마음의 자생분을 줄 수 있다. 




 흔히 '과거의 일에 얽매이지 말라 한다. 그런데 정작 미래지향적인 삶의 방향이 과거의 허물을 덮어두는 면죄부로 통용되곤 한다. 많은 이들은 선택의 순간에 가족이나 친구들에 의존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내 스스로 결정한 자기주도적 결정' 이 아닌 '남'을 앞세운 기준점이다. 실패의 순간에 누구 탓으로 회피하기 쉬운 명분부터 쌓아두는 것이다. 특히 부모님의 생각이 개입되는 경우 과거지사의 판단을 하기 쉽다. 비슷한 또래 간에도 각자의 생활 배경과 타이밍에 따라 엇갈리게 마련인데, 적어도 20년 이상은 족히 차이 날 세대 인식은 진퇴양난을 부추길 가능성이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들은 대량생산화 시대 ~ 지식 다변화 시대에 이르기까지를 섭렵한 세 대니, 미래 지향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 시대엔 이랬으니, 너도 이래야 해."가 아닌, 시대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이치를 일깨우고 있다. 마음이 복잡할 때 아무리 주옥같은 글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힘들다. 오히려 그 자체가 또 다른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 그래서 빼곡하게 채워진 책 대신, 여유 가득한 시집을 찾게 되는 보통의 마음이다. 이런 면까지 세심하게 배려해 따로 굵게 퍼플 색깔로 서술해놓았다. 따뜻한 이심전심의 마음이 골고루 전해져, 고비의 순간 허망하게 좌절하려던 사람들에게  환한 빛이 되었으면 한다. 끝까지 정독한 한 명의 독자로서, 분명 누군가 힘들 때 주저 없이 추천할 수 있을 책이다.  


인생 고쳐서 산다 서평은 책을 무료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한 생각으로 쓴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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