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말 - 언어와 심리의 창으로 들여다본 한 문제적 정치인의 초상
최종희 지음 / 원더박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어는 마음의 거울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의 됨됨이는 언어표현방식에 그대로 투영된다. 사람의 생각을 축적하고 반영하는 것이 언어이기 때문이다. '송박영신'의 염원을 담아야만 하는 2017년의 안타까운 현실에서도 우리는 소망한다. 그리고 더이상 기만당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정유년 새해의 갈망과 함께 처음 읽은 책 제목은  『 박근혜의 말 』이다. 무려 미우나 고우나 갖다 붙이는 공식 칭호  '대통령'도 빠져있다.  저명한 우리말 연구자의 제목을 보며, 몇 번을 살펴봤다. 하지만 팩트 (fact) 자체였다. 왜 대통령의 호칭이 불편한 것인지는 책의 후반부를 살펴보면 분명하게 밝혀진다. 


 




 

 



 

 

 

 

    분명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대명제로 선출된 권력자는 존경받아야 한다. 데, 전혀 그 지위에 전혀 걸맞지 않는 행동, 언어습관을 보여왔다. 국가통치구조의 대부분이 1인을 통해 이뤄진다 할 정도로 제왕적인 권한에 결코 맞지않는 가벼움, 경솔함, 불통으로 일관하는 행동을 겪고 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내 언어습관도 개선하기 힘든데, 다른 사람의 언어를 꼼꼼히 분석할 생각은 애초에 없을 것이다. 그러든지 말든지 이미 무관심의 영역인 것이다. 사실상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정치현실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그런 까닭에 정치인의 발언따위를 살펴보는건 무의미했다. 그런데도 유체이탈 화법이라 말하는 이 언어습관은 뇌리에 박힐 정도였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다. 도무지 A~Z로  널부러진 주어실종의 문체는 과히 궤변론자들의 흔한 논법과 같다. 


 



 




  일상의 경험을 통해 살펴보면, 거의 난잡한 사기범의 말투와 같다. 서두는 길고, 듣다 보면 난 이랬으니, 넌 이래야 한다. 알겠지? 이런 변법적인 화법은 처음부터 응대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듣다 보면 집중력을 흩트려놓고, 자포자기하게 하는 화법이기 때문이다. 구구절절 명분을 내세운다. 애국심,국가같은 최상위 개념의 단어들이 등장한다. 사회적 동물로 존재하므로 이 논거에 대한 반론자체는 불가하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쏟아내고난 뒤, 하품이 쏟아질 즈음 반전을 꾀한다. 피차일반식의 논리가 전개되는 것이다. 책임에서 벗어나는 나름의 계책인 셈이다. 알맹이는 없고, 일관성있게 주관적인 관점에서 이분법적으로 해석한다. 세상의 가치는 다양하다. 보수 아니면 진보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그래서 성급한 성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일반인치고 자신의 언어습관을 살펴보기도 힘든데, 고맙게도 대통령의 말 중에서도 유독 이상한 말의 특성을 분석한 책이다.  순전히 학문학적 열정만으로 시작할 엄두를 내기 힘든 일이다. 적어도 글을 쓰는데 중요한 '저의'라는 것이 있다. 책을 출간하는 목적이 중요한 것이다. 공익적인 입장에서 책의 목적은 절대적인 선의다. 적어도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의 가리는 인식의 저변을 넓히는 의도로  우리말 연구의 지식을 더하고 있다. 
단 애초의 기대감을 훨씬 초월하는 직관력이 돋보인다.  초고를 완성한 시점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시작했다. 수년에 걸쳐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물들의 상당수가 이미 언론에 공개된 시점이었다. 저자는 고민했다. 심사숙고 끝에 출간된 이 책은 통찰력 있는 시각에서 언어 형성 과정을 중심으로 고찰하고 있다. 즉 성장배경 주변의 상황의 환경적 요소를 바탕으로 왜 비정상적인 언어의 맥락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지를 해석하고 있다. 






 




 

 

 

 

 

  생명에 대한 기본권만큼 존엄한 가치가 있을까? 국가는 국민의 소중한 생명권을 지켜줄 구성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책임을 다해야 할 주체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책임 전가의 유형이다. 극명하게 드러난 직무유기의 상황에서도 " 난 책임을 다했다."라고 변명하기에 바쁘다. 그녀의 화법엔 주어가 없다. 애초에 책임은 그 일을 맡아서 하는 실무자들이 다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군왕적 어법이다. 짐은 곧 국가요. 내 말은 곧 진리다.





 




 어떤 환경이 비정상적인 언어 습득을 형성 시킨 걸까? 13세 때 청와대에 입주 최고 권력자의 딸로 경호원과 참모들에 엄호된 환경은 정상적인 언어 환경을 방해한다. 사회화 과정에서 언어를 매개체로 발달해야 할 자아 발달이 비정상적으로 제약된 것이다. 가족간에 형성되어야 할 교감과정이 생략되고, 온통 대통령의 딸로서 누려야 할 권리의식만 강조된 탓이다. 어떤 재벌드라마처럼 가까이서 돌보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지금의 탄핵정국이 이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적어도 배신 트라우마를 극복할 정신적 매개체는 형성되었을테니...... 권력자의 주변은 온통 그 권력을 등에 업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로 채워지게 된다. 


 



 



 

 

 

 

     

 저자는 근혜체로 명명한 어법의 유형을 6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 번째는 무지에서 비롯된 오발탄 어법......즉, 개념의 의미를 모른 채로 아는 척 과시하려는 어법의 유형이다. 두 번째는 샤머니즘으로 말하는 영매 어법...... 우주, 정성, 혼 등 추상명사를 통해 개인의 주관성까지 지배하려는 어법이다. 세 번째는 불통 군왕의 어법...... 강력 대응과 같은 과격하고 직설적인 언어를 남발한다. 네 번째는 피노키오 공주 어법...... 그때그때 이미 했던 논리나 말들은 철저하게 숨긴다. 다섯 번째는 유체이탈 어법 ...... 사과할 줄 모르는 마음속 내의 방증이다. 마지막으로 전화통 싸움닭 어법....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비대면 접속 환경에 최적화된 방식이다.


 



 


 



 

 

 

 

 

   지극히 잘못된 언어 사용의 예를 망라하고 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사실상 우리가 고대하던  민주주의는 이제야 태동하고 있다. 무수한 세월을 지배, 탄압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었던 건 어쩌면 그 상처의 끔찍한 흔적들을 쉽게 잊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는 잊지도 말자. 유일하게 국민주권을 실현할 수단인 선거의 권리를 소중하게 행사해야 한다. 그러려면 얼마나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국민의 뜻을 따르고 있는지, 그 사람의 깊은 사유 과정을 담고 있는지를 살펴봐야만 한다. 쉽게 생각하면, 대의제 하에서 선거의 역할은 집단적인 선출이다. 처절하게 어렵게 살아 본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을 더 생각하게 마련이다. 가슴속 깊이 그 상황을 직감하기 때문이다.  전혀 아무 결핍의 상태로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 사람을 선출하니, 그 참모진들도 마찬가지 모습을 연출한다.

     


 





 


 

 

 

 

 

     문득 어느 순간에 왜 '대통령'이라 칭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을 때가 있었다. 최고의 통치권자로 알려진 이 명칭 또한 유래를 알고 나면, 결코 그냥 사용해서는 안된다. 책 속에서는 이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다른 많은 말처럼 이 말 자체가 일본식 군사 문화 용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 신사의 수호신 이름에도 '통령'이 널리 쓰이고 있다. 중요한 회의를 주재하는 역할의 'president'의 순의미에 大를 얹은 발상이 낳은 비애라 할 수 있다. 광복 후 임시정부의 법령을 그대로 이어받아 대물림 된 것이다. 무비판적인 수용의 폐해 인 것이다. 너도 나도 정확하게 따지기 힘들게 빈곤하게 살아온 현실에 외면한 것이 큰 과오라면 과오이다. 




 

 


 

 

 

 

  
 
   

 

 

 

 

 

 어쩌면 지금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지도 모른다. 권력자들에게 철저하게 은폐된 실체들이 공개되고 있고, 국민들의 인식도 점점 어둠 속에서 벗어나고 있다. 스스로 제대로 된 바른 역사관을 소명하려는 의식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혼돈의 시대에 옳고 그름의 가치를 분명하게 밝혀주는 책들이 많이 보이는건 고무적인 현상이다. 모두가 인식의 부지런함을 재촉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 수십간 뼛속깊이 스며든 인식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힘들다. 하지만 더이상 속아서 농락당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려면 인식을 바꿀 용기를 과감하게 가져야만 한다. 역사왜곡에 비유할 만큼 오늘날의 현상이 이어진것도 제대로 청산되어야 할 부조리가 해소되지 않고, 그대로 되물림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이라서 잘못할 수 있고, 잘못했으면 죄의식을 갖고 반성해야한다. 우리가 대표자로 선출해야 할 최우선 조건은 적어도 역사소명의식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버젓이 잘못된 정책을 옹호한 체로 편들기 양상으로 변질시키는 정치인은 진실과는 거리 멀 가능성이 많다. 

     좋은 책은 마음 언저리의 자적이는 어둠을 걷어내고, 지혜를 밝혀준다. 끝으로 박근혜의 말 서두에 담긴 불교경전 법구경의 문구를 인용해본다. " 사람의 오점 중에 가장 큰 오점은 진리에 대한 무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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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언더 (The Under) - 보이지 않는 위험 아래, 당신의 자산을 지키는 생존 항해술
드림브릿지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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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선장의 눈으로 바라본 자본의 바다


바다는 광활하다. 대륙이 아무리 넓다 한 들, 바다 앞에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 처음으로 타를 잡았을 때, 눈 앞에는 거대한 파도가 초고층 아파트 높이로 솟아 있었다. 수시로 휘청거리고, 흔들리는 선체에 무사히 입항했을 때의 안도감을 잊을 수가 없다.





역사적으로 바다는 언제나 거대한 자본이 태동하고 움직이는 무대였다. 대항해시대의 무역선들은 현대 주식회사의 시초가 되었고, 바다 위를 항해하는 행위 자체가 거대한 리스크를 짊어지는 투자와 닮아 있었다. 드림브릿지 저자의 《디 언더》는 이 오래되고도 강력한 연결고리를 현대적인 경제학과 금융의 원리로 선명하게 부활시킨 책이다.


저자는 15년 동안 망망대해 위에서 대형 상선을 지휘해 온 실제 선장이다. 거친 파도와 예기치 못한 폭풍우 속에서 수백억, 수천억 원에 달하는 선박과 화물, 그리고 선원들의 목숨을 책임져 온 그의 이력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다. 저자의 대략적인 경력을 가늠해 보면, 거대한 선박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40대 초반의 젊고 감각적인 선장이거나, 혹은 바다 위에서 온갖 산전수전을 겪어낸 베테랑 백전노장의 선장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그가 몸으로 체득한 바다의 원리가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 읽는 내내 묘한 긴장감과 신뢰감을 준다.





책의 표지에는 선명한 나침반의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 이 나침반은 단순히 배의 침로를 지정하는 도구를 넘어, 방향을 잃고 표류하기 쉬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경제적 역사 원리와 삶의 방향성을 상징한다. 저자는 자신이 평생을 바쳐온 대형 선박의 운항 원리가 현대 금융 시장의 생리와 완벽하게 매칭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활자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전문성을 향한 집념과 확장된 포트폴리오의 기대감


이 책이 여타의 대중 경제서와 궤를 달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자의 집요한 전문성에 있다. 단순히 "바다를 타 보니 금융과 비슷하더라" 수준의 비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보다 학문적이고 객관적인 이론으로 증명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저자는 금융 시장의 원리를 보다 깊이 다루고 독자들에게 정확한 통찰을 전달하기 위해 현업 금융맨들도 취득하기 까다롭다는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망망대해의 고독한 선실에서 키를 잡는 동시에 금융 전문 서적을 탐독하며 자격증을 따내기까지, 저자가 보여준 자기계발에 대한 집념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러한 철저한 준비성 덕분에 책에 등장하는 경제적·역사적 원리들은 단순한 에세이 수준을 넘어 대단히 정교하고 논리적인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독자로서 흥미로운 상상을 해보게 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선장이라는 직업이 가져다주는 높은 안정성과 고수익을 바탕으로, 저자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재테크를 실천하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책 전반에 흐르는 리스크 관리 능력과 자격증 취득으로 다져진 금융 지식을 결합하여, 거친 바다를 통제하듯 자신의 자산을 다양하고 견고한 포트폴리오로 분산 투자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해진다.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고 통제하는' 선장의 자산관리 방식은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에게도 훌륭한 귀감이 된다.






리더의 심해를 관통하는 5가지 핵심 개념


《디 언더》의 구조적 완성도는 대단히 높다. 저자는 선장이자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이자, 동시에 거친 경제적 파고를 넘어서는 인간이 지녀야 할 가치를 책임, 관계, 역경, 결단, 품격이라는 5가지 핵심 개념으로 압축해 냈다. 그리고 이 개념들을 완벽하게 짜 맞춘 5개의 단락 안에 유기적으로 엮어냈다.

첫째, 책임 : 배가 침몰할 때 가장 마지막에 내리는 존재는 선장이다. 저자는 금융 시장에서의 투자나 조직에서의 경영 역시 이 절대적인 책임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의 선택에 따르는 기회비용과 리스크를 온전히 인지하는 것, 그것이 자본의 바다에서 살아남는 첫 번째 조건이다.

둘째, 관계 : 거대한 상선은 선장 혼자 움직일 수 없다. 기관장, 항해사, 조타수 등 다양한 선원들과의 유기적인 관계가 필수적이다. 저자는 이를 시장의 생태계와 연결 짓는다. 투자자 간의 심리, 공급과 소비의 관계를 이해하는 리더만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는 통찰이다.




셋째, 역경 :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나지 않을 방법은 없다. 중요한 것은 폭풍을 마주했을 때 배를 복원하는 ‘복원성’이다. 저자는 경제적 위기나 자산의 폭락장이라는 역경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선박의 복원성 원리를 통해 명쾌하게 설명한다.

넷째, 결단 : 레이더에 보이지 않는 암초가 나타나거나 기상 악화로 항로를 변경해야 할 때, 선장의 결단은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금융 시장 역시 끊임없는 선택과 결단의 연속이다. 저자는 흔들리지 않는 판단 기준을 정립하는 법을 전한다.

다섯째, 품격 : 온갖 위기를 넘어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리더에게 남는 것은 품격이다. 이 품격은 단순히 돈이 많음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대하는 겸손함과 사람을 대하는 존중에서 나온다. 저자가 말하는 품격은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종착지다.







아쉬움이 남는 지점 : 이론의 깊이와 대중성 사이의 균형


이 책은 대단히 흥미진진하고 몰입감이 높지만, 한 편으로는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아쉬운 지점도 존재한다. 선장의 경험이라는 지극히 현장 중심적인 서사와, 투자자산운용사 공부를 통해 정립된 딱딱한 금융·경제학 이론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온도 차이다.

어떤 단락에서는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는 선장의 생생한 항해일지처럼 박진감 넘치게 읽히다가도, 경제적 역사 원리를 설명하는 대목에 이르면 갑자기 전문적인 금융 교과서를 읽는 듯한 건조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바다의 원리와 금융의 공통점을 무리하게 매칭하려다 보니, 일부 경제학적 설명이 일반 독자들이 소화하기에는 다소 낯설거나 깊게 느껴질 여지가 있다. 조금 더 대중적인 언어로 이론의 턱을 낮추거나, 선장의 에피소드와 금융 이론의 결합을 조금 더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게 다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에필로그 : 우리 안의 키(Helm)를 잡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 언더》는 삶의 침로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거대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 인생이라는 선박의 선장이다. 자본주의라는 예측 불가능한 거대한 바다 위에서, 매일같이 리스크를 계산하고 관계를 맺으며 역경을 헤쳐 나가야 하는 운명을 지녔다.


저자 드림브릿지가 15년간의 바다 생활과 치열한 금융 공부를 통해 벼려낸 문장들은, 우리에게 당장 어떤 주식을 사고 어떤 재테크를 하라는 얄팍한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거친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함과, 시장의 원리를 정확히 읽어내려는 냉철한 이성을 동시에 요구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에 올랐음에도 끊임없이 다른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융합해 낸 저자의 삶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나침반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자본의 심해 속에서 나만의 단단한 항로를 개척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묵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수꾼이 되어줄 것이다. 책장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비로소 자신의 손에 쥐어진 인생의 키(Helm)를 더욱 단단히 움켜쥐게 될 것이다.



본 서평은 모티브 협찬, 문화충전 200 네이버카페 기획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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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디자인
석지현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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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강요하지 않아도 움직이는 마음


매일 마주치는 세상은 온통 무엇을 하지 말라는 경고와 지시들로 가득하다. 잔디밭 위의 푯말, 쓰레기통 옆의 경고문, 계단의 안내문 등이 대개 그러하다. 하지만 사람을 멈춰 세우고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것은 대단히 강압적인 규칙이나 빽빽한 글자가 아닐 때가 많다. 오히려 사소하고 작은 시각적 신호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맑게 움직이곤 한다.






석지현 저자의 《넛지디자인, 온니디자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힘이 딱딱한 명령이 아니라,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시각적 메시지’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인 ‘넛지(Nudge, 슬쩍 미는 부드러운 개입)’를 디자인이라는 그릇에 담아낸다. 텍스트로 무언가를 강요하는 대신,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시각적 설계를 통해 우리 스스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넛지 디자인’의 다정한 본질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예방'과 '배려'의 디자인


흔히 디자인이나 행동경제학이라고 하면 기업의 매출을 올리기 위한 비즈니스적 마케팅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진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금전적인 성과로 환산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예방적 영역’과 ‘공공의 배려’에서 넛지 디자인이 발휘하는 힘이다.


생각해 보면 인간은 아주 사소한 시각적 자극만으로도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단순히 쓰레기를 깨끗이 버리라는 경고문보다,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의 사진이 담긴 분리수거장 푯말 하나가 사람들의 양심을 깨우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본능적으로 행동을 제어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담뱃갑에 입혀진 끔찍하고 직관적인 경고 그림은 백 마디의 금연 교육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흡연의 위험성을 뇌리에 각인시킨다.






이처럼 넛지 디자인은 누군가를 혼내거나 처벌하지 않고도, 사회적 비용을 줄이며 사람들을 안전한 길로 안내하는 가장 평화로운 예방책이 되어준다. 저자는 디자인이 단순히 물건을 예쁘게 꾸미는 일을 넘어, 사회를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나침반이 될 수 있음을 따뜻한 시선으로 짚어낸다.


손끝에 닿는 몰입감과 감각적인 글자들의 변주


책 자체의 만듦새도 이 책이 가진 큰 매력 중 하나다.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표지의 색감은 책방 매대 위에서나 책장 속에서 단숨에 눈길을 끌어당긴다. 손에 쥐었을 때 착 감기는 느낌도 훌륭하여,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꺼내 읽기에 참 좋은 촉감을 지니고 있다.


안을 들여다보면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긴 글을 읽기 힘들어하는 현대 독자들을 위해 단락의 구성을 아주 간결하고 명확하게 나누어 놓았다. 덕분에 호흡이 가쁘지 않고 물 흐르듯 편안하게 읽힌다.






특히 감탄하게 되는 부분은 책 전체를 이루는 8개 파트의 소제목들이다. 마치 아주 잘 쓰인 카피라이팅처럼, 정제된 문장들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짧지만 핵심을 콕 짚어내는 소제목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다음 장엔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까 하는 설렘과 호기심이 생긴다. 글자 자체를 배치하고 구성한 방식마저도 독자의 마음을 잡아끄는 하나의 멋진 넛지처럼 다가온다.




아쉬움이 남는 지점 : 상상으로 채워야 하는 시각의 빈자리


다만, 책을 읽는 내내 지울 수 없는 한 가지 아쉬움이 발목을 잡는다. 시각적인 메시지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정작 본문 안에서 실제 구현된 예시들을 이미지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아이 사진이 걸린 분리수거장이나 다양한 공공 디자인의 사례들이 한 장의 사진으로 곁들여졌다면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디자인의 힘은 활자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멋진 사례들을 매번 머릿속으로만 상상하거나, 직접 인터넷에 검색해 가며 읽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지우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생생한 도판이 가득한 디자인 도감이라기보다는, 온전히 활자의 힘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텍스트 중심의 담론’에 가깝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이 건조하고 정제된 구성이 조금은 아쉽고 지루하게 다가올 여지가 있다.





에필로그 : 세상을 바꾸는 작은 눈빛들을 위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던지는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는 부족할지라도, 저자의 탄탄하고 다정한 필력은 독자의 마음속에 더 큰 그림을 그리게 만든다. 정답지를 바로 보여주지 않기에, 오히려 주변의 풍경을 돌아보며 이곳에는 어떤 다정한 디자인을 입힐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넛지디자인, 온니디자인》은 차가운 비즈니스의 세계를 넘어, 사람을 향한 따뜻한 관심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세상을 조금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 싶은 기획자, 사람들의 마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은 디자이너, 혹은 이 팍팍한 도시 속에서 다정한 질서를 꿈꾸는 평범한 이들 모두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책장을 덮고 나면, 늘 무심히 지나치던 거리의 표지판과 색깔들이 전과 다르게 다정한 사투리로 말을 걸어오는 듯한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된다.


본 서평은 모티브 협찬, 문화충전200 기획 제공받아 읽고 쓴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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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폐업할 것처럼 팔아라
김종언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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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창업가가 마주한 거친 바닥의 기록

모티브 출판사에서 출간된 김정운 저자의 <지금 당장 폐업할 것처럼 팔아라>는 날 것 그대로의 비즈니스 전장에서 살아남은 한 남자의 치열한 생존 기록이다. 저자는 20대 초반이라는 아주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여 바닥에서부터 터득한 자신만의 경영 철학과 방향성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책의 전반에 흐르는 감각은 세련된 경영학 이론이라기보다는, 매일 아침 눈을 떠서 마주해야 하는 매출과 생존의 압박에 가깝다. 짐작건대 저자는 과거 블로그 마케팅 붐이 일던 시기부터 마케팅 홍보 대행사를 운영하며 성장해 온 30대 중후반의 젊은 경영자로 보인다.




이 책이 평소 주변의 수많은 사업가를 보며 느끼던 현실적인 문제의식과 깊은 공대를 이루는 이유는 명확하다. 화려한 성공의 겉 포장지 뒤에 가려진 사업가들의 고독과, 그들이 반드시 치러야만 하는 인간관계의 잔혹한 대가가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사업가를 보면서 느낀 생각들과 일맥상통하기도 했다. 고단한 비즈니스 뒤에 기본적인 소양에 관한 것도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문체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지만, 그 행간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책에 등장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 집'과 같은 성공 스토리 분석을 보며 일각에서는 저자가 해당 플랫폼의 창업자인가 착각하기도 하지만, 본질은 대행사 시각에서 성공 전략을 날카롭게 파헤친 영역이다.





책의 구성은 5부로 되어 있는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액시트,리브랜딩, 플레이어, 완성, 서사의 제목을 갖추고 있다.

사업의 두 가지 궤적과 인간관계의 치명적인 결함

세상의 수많은 사업가들을 관찰해 보면 그 출발선은 대체로 두 가지 궤적으로 확연하게 나누어진다. 첫째는 당장의 생활고에 쫓겨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눈앞에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업의 형태를 갖추게 된 절박한 케이스다.



둘째는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좋은 직장 등에서 본인들의 탁월한 능력에 대한 확신을 얻은 후, 직장인으로서의 소득 한계를 깨부수고 더 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엘리트 케이스다. 두 부류는 출발점도 다르고 일하는 스타일도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나 이 두 부류의 사업가들이 공통적으로 도달하는 기묘한 종착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철저하게 비즈니스 논리로 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인간관계의 심리'에는 쥐약처럼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일터에서는 호랑이 같은 이들이 사람 앞에서는 맥없이 무너진다.




거래처와의 냉혹한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단 한 푼의 손해도 보지 않겠다며 악착같이 마진을 계산하고 매서운 강박을 유지하던 이들이, 정작 사적인 영역에서는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목격하게 된다.


100원의 마진과 뇌전증, 그리고 멈춰 선 삶

비즈니스의 전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사업가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연애 사기나 결혼 사기 같은 유치한 감정적 덫에 걸려 전 재산을 탕진하거나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이 역설은 사업가들이 지닌 치명적인 심리적 공백에서 기인한다.




여기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사업가 잔혹사의 대원칙이 도출된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나라는 인간의 본질을 알고 있었던 오랜 인연과 합심해서 동업하거나 조력자로 두는 경우는 큰 성공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된다.

반면,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돈의 냄새'를 맡고 주변에 몰려든 새로운 인연들 때문에 결국 배신을 당하고 회사가 공중분해되는 케이스가 태반이다. 저자 역시 이러한 비즈니스의 냉혹함과 인간관계의 사각지대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주변의 금전적 부탁을 당한 것인지, 친형같이 따르던 사업가 형은 어느 순간부터 거리를 두는 느낌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대한 것이 아니라, 의례적인 거래처 간의 호의 정도로 치부했다. 단절은 정말 사소한 일에서 비롯되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오직 앞만 보고 달리며 단돈 100원의 마진을 더 남기기 위해 영혼을 갈아 넣던 촉박한 일상 속에서, 저자의 몸은 결국 반란을 일으켰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전증으로 쓰러지며 강제로 삶이 멈추었을 때야 저자는 비로소 인생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 당장 폐업할 것처럼'이 의미하는 역설

저자가 책의 제목으로 내건 <지금 당장 폐업할 것처럼 팔아라>라는 문장은, 단순히 공격적인 마케팅이나 극단적인 세일즈 기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 순간 배수의 진을 치고 일하되, 동시에 '내가 언제든 이 사업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초연함을 가지라는 역설적 경고다.

사업가들이 비즈니스에서 악착같이 구는 이유는 본인의 정체성을 오직 회사의 매출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내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공포와 강박이 스스로를 사지로 몰아넣고, 그로 인해 발생한 마음의 외로움이 사기꾼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돈을 버는 행위 자체는 훌륭하지만, 정작 그 이면에 인간의 심리를 헤아리는 지혜가 없다면 그 성은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진다. 거래처를 대할 때는 팩트와 계약서로 무장하면서도,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의 진짜 속내를 읽지 못하는 눈먼 봉사가 되는 것이다.

저자가 뇌전증으로 쓰러진 후 깨달은 비밀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100원의 마진보다 소중한 것은 내 삶의 균형이며, 적과 아군을 구별할 줄 아는 냉철한 인간학이다. 이 깨달음이 부재한 성공은 언제 폐업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사업의 기술을 넘어 삶의 주권을 되찾는 처세학

김정운 저자의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마케팅 홍보 대행사를 운영하며 체득한 세일즈의 기술을 말하는 듯하지만, 본질은 비즈니스라는 거대한 가면무도회에서 내 영혼을 지켜내는 처세학에 가깝다. 20대 창업가의 치열함과 30대의 성찰이 조화를 이룬다.

생계 때문에 시작했든, 소득 한계를 깨기 위해 뛰어들었든 모든 사업가는 외롭다. 그 외로움의 틈새를 파고드는 가짜 인연들을 걸러내고, 내 영혼을 갈아 넣는 강박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경영자로 거듭날 수 있다.




돈을 벌어다 주는 기술은 세상에 널려 있지만, 내 마음의 공백을 다스리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은 드물다. 이 책은 앞만 보고 달리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내면의 신호와 주변의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브레이크 역할을 해준다.

지금 당장 폐업할 것처럼 치열하게 팔되, 내 삶의 주권만큼은 결코 시장에 팔아넘기지 말 것. 그것이 저자가 온몸이 부서지며 깨달은 비밀이자, 우리 사회의 모든 외로운 사업가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생존의 법칙이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지불 수단 이어야 한다.

즉 돈 때문에 맹목적인 착취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빚지지 않아도 되는 기본적인 삶의 충족에 족하다. 사업가의 타성에 찌드는 순간, 기존의 인간관계를 돈의 관계로 취급했을 때, 전혀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던 사람들과 끊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 그토록 가게에 들르면 밥 먹자. 하던 친구가 어느 순간 내게 불쑥 대출받아 본인한테 빌려달란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할 때 허탈했다.

난 이제껏 친구나 주변 사람에게 아무리 궁핍해도 몇 만원 손 벌리는 것도 주저했는데, 참 쉽구나. '있을 때 잘해.' 잘 나갈 때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면 정말 힘든 순간 복이 온다. 역으로 그 친구는 겉으로는 친해도, 정작 그 친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 자신도 진지하게 살펴보려 하지 않았다.


본 서평은 모티브 협찬, 문화충전200 기획 제공받아, 솔직하게 읽고 쓴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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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 최신 개정 리프레시
아기곰 지음 / 아라크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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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서적을 읽을 때 저자의 이력과 출간 배경을 추적하는 일은 텍스트의 행간을 읽는 첫걸음이다. 아라크네 출판사에서 출간된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은 생활경제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노숙한 문체의 담론을 다루고 있어 언뜻 관록 있는 전문가의 저서로 읽힌다.

저자는 이 책의 모태가 된 초판을 미국의 저서 양식을 빌린 라고 소개한다. 20여 년간 IT 회사의 총괄 사장으로 재직했던 경력과 자녀가 미국 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해 현지에서 일하고 있다는 단서를 조합해 보면 그의 삶의 궤적이 짐작된다.




그는 벤처 창업 열풍 속에서 한 세대의 성과를 바탕으로 일찍이 '파이어(FIRE)'를 달성하고, 미국에 체류하며 자산 증식의 경험을 쌓았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의 영리한 자산 운용 경험과 본인의 경제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칼럼니스트와 강연가로 입지를 다진 셈이다.

하지만 그의 이력 어디를 보아도 전통적인 부동산 업계나 거시경제 정책 현장과의 접점은 없다. 책의 상당수 내용이 '부동산 불패론'에 입각한 정보 취득의 능동성만을 강조하는 이유도, 철저히 개인의 성공 방정식과 미국식 자산 팽창 시기의 경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M2 지표 개편의 미스터리와 유동성의 착시

저자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추어 초판의 절반 가량을 수정했다고 하지만, 최근 금융 시장의 지각변동은 개정판의 논리를 무색하게 만든다. 특히 광의의 통화량(M2)을 둘러싼 최근의 지표 산출 방식은 거시경제학적으로 상당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2025년 6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에는 역사적인 머니무브가 일어났다. ETF(상장지수펀드)의 자금 비중이 은행의 요구불예금을 능가하고, 주식 시장의 하루 거래 규모가 이전의 2.5배를 초과하는 기록적인 폭발세가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국이 내놓은 조치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통화 당국은 단기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ETF 등 주식파생상품의 유동성을 M2 통화량 지표에서 전격 제외하는 방식으로 2026년 새로운 M2 지표 체계를 발표했다.

더욱이 2025년 말의 M2 통화량이 온전한 확정치가 아닌 추정치 위주로 계상되어 발표된 점 역시 시장의 투명성 측면에서 의구심을 더한다. 실질적인 자본 시장의 돈 흐름은 주식과 ETF로 흘러넘치는데, 지표상에서 이를 제외함으로써 통화량이 착시 효과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표의 미비점을 보완하기보다 가려버린 조치는 자산 시장의 실제 유동성을 심각하게 왜곡할 소지가 크다.





부동산 언론의 악의적 편향 과 주거 약자의 정주여건 불안정

저자는 이러한 통화 지표나 부동산 기사를 다루는 언론 매체의 데이터를 상당히 객관적인 팩트인 것처럼 인용한다. 하지만 현실의 부동산 언론은 막대한 부동산 자산을 소유한 지주이거나, 건설사 및 분양 광고에 의존하는 거대한 이해관계자 집단이다.

이들은 확증편향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띄우며 정권 창출이나 선거 국면마다 이를 악용해 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언론의 행태가 단순히 시장 왜곡에 그치지 않고, 건전한 경제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한다는 점에 있다.




"지금 사지 않으면 평생 불행해진다"는 식의 공포 마케팅은 자산 기반이 취약한 임차인이나 사회초년생 등 우리 사회의 주거 약자들을 사지로 내몬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레버리지로 사재기 심리에 동참하게 만들어, 서민들의 정주여건을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불공정 행태다.

이 기형적인 다단계식 구조 속에서 약자들은 빚의 굴레에 갇히고, 주거 안정이라는 인간의 기본권은 박탈당한다. 저자가 말하는 재테크의 법칙들은 이처럼 언론과 금융권이 합작해 만든 불공정한 룰 위에서 움직이는 '머니 게임'의 기술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내돈내산'의 자산 인식과 금융 유동성의 수치적 진실

필자가 이 책을 보며 근본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그 많은 자산을 빚으로 쌓아서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의 부재다. 진정한 자산의 가치는 대출 레버리지를 얼마나 당겼느냐가 아니라, 온전한 주권이 나에게 있느냐에 달려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대출에 의존한 투기가 아니라, 스스로의 자금력에 기반한 '내돈내산'의 자산 인식이 정립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외 충격에도 주거 시장이 흔들리지 않고 국가의 부동산 생태계가 안정적인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반면 대출 레버리지에 기인한 호가 조작과 사재기 심리는 거품이 거품을 낳는 악순환만 거듭할 뿐이다. 이미 자본의 대세는 부동(不動)의 자산에서 가장 민첩하게 움직이는 금융 자산의 바다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 하루 평균 주식 시장에서 회전하는 거래대금의 규모를 환산해 보면 그 격차가 명확히 드러난다. 주식 시장의 하루 거래 대금은 지방 중소도시의 아파트 166,400채를 단 하루 만에 전부 사들일 수 있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돈의 회전 속도와 유동성의 크기 면에서 과거의 아날로그식 부동산 우상향 공식은 이미 유효수명을 다했음을 보여준다.





숫자의 환상을 넘어 건전한 주거 생태계를 향해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은 간결하고 노숙한 문체로 재테크의 테크닉을 전수하는 듯하지만, 그 바탕에 깔린 프레임은 지극히 위험하다. 2026년 현재 통화 지표의 왜곡과 자본 시장의 격변을 담아내지 못하는 낡은 맹신에 가깝다.



부동산 언론의 교란 행위에 휩쓸려 자산 기반이 취약한 이들이 정주여건을 위협받는 현실을 목도할 때, 우리는 저자의 불패론을 비판적으로 읽어내야 한다. 빚으로 쌓아 올린 가공의 자산은 결코 한 인간의 삶을 구원할 수 없다.

주식 시장의 거대한 유동성이 증명하듯, 자산의 패러다임은 변하고 있으며 통화량의 공식마저 의문을 자아내는 시대다. 이제 우리는 무조건적인 자산 증식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 돈으로 내 삶을 지키는 단단한 자산 인식을 세우는 것만이 불안정한 주거 현실을 이겨내는 유일한 법칙이다.내 재산적 권리를 남이 챙겨주는 것이 아닌데, 우리는 빚내서 집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라크네 협찬, 문화충전200 기획 제공받아, 솔직하게 읽고 쓴 개인적 소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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