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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사랑한다 믿는다 응원한다
권수영.권다함 지음 / 초록북스 / 2025년 4월
평점 :

본 서평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 협찬받아 읽고 쓴 내용입니다.
『아들아, 사랑한다 믿는다 응원한다』는 단순한 감성적 표현을 넘어, 부자(父子) 관계의 심층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저자 권수영, 권다함 부자는 심리학적 접근과 실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대화법, 관계 회복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남성 특유의 단조로운 의사소통 방식으로 인해 아버지와 아들이 성장 과정에서 깊은 교감을 나누기 어려웠던 현실을 떠올렸다. 특히 가부장적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들은 역할 기대는 크지만, 정작 정서적 지원에는 인색했던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을 통해 과연 그런 대물림된 소통 단절을 어떻게 풀어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다.

책은 무엇보다 '사랑한다', '믿는다', '응원한다'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아버지로서 감정 표현을 일상화할 것을 주문한다. 이는 남성적 가치관에서 감정을 억제해온 전통적 교육과 상반된다. 저자는 아버지가 먼저 감정의 언어를 배우고, 그것을 표현하는 모범을 보일 때 아들 또한 마음을 연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버지와 아들은 절대로 같은 사람일 수 없다'는 명제였다. 많은 아버지들이 자신의 청년기 경험을 기준 삼아 아들을 판단하거나 비교하지만, 시대적 배경과 문화적 환경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저자는 아들의 삶을 아버지 자신의 연장선이 아니라, 독립된 하나의 세계로 인정할 때 진정한 응원이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또한 이 책은 '대화'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단순히 정보 교환이나 조언이 아니라, 아들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대화의 핵심임을 설파한다. 가부장적 아버지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 즉 '조언하기'나 '해결해주기'에 매몰되기보다는, 아들의 고민을 평가하지 않고 들으며 지지하는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제시한다.


저자는 이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예컨대, 진로 고민을 토로하는 아들에게 "너는 이렇게 해야 해"라고 단정짓는 대신, "그렇구나, 네가 그렇게 느끼는구나"라고 감정을 존중하는 피드백을 권장한다. 이처럼 아버지가 스스로 자기 방식을 내려놓고, 아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크게 회복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 책은 아버지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다룬다.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를 무의식적으로 아들에게 전가하지 않기 위해,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고 치유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저자들은 이를 '감정의 선순환'이라 부른다. 아버지가 자신의 상처를 인식하고 치유할 때, 아들에게는 따뜻한 믿음과 지지를 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설명한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아버지가 먼저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과거 잘못된 말이나 행동에 대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순간, 아들은 비로소 아버지를 두려움이 아닌 인간적인 존재로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전통적 남성상과 대조되는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부분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직까지 뿌리 깊은 남성성 규범을 떠올렸다. 여전히 많은 아버지들은 무뚝뚝함을 미덕처럼 여긴다. 그러나 이 책은 과거의 방식이 이제는 유효하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아버지와 아들 모두가 상처를 줄이기 위해선, 감정을 나누고, 서로를 믿으며,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전한다.


아들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믿어주는 것, 아들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 아들의 길을 대신 걸어주려 하지 않고 지켜봐 주는 것, 이 모든 것이 사랑이며 응원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반복해서 일깨운다.
한편, 나는 이 책을 통해 아버지가 되어가는 아들 세대 또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느꼈다. 단순히 부모에게 받기만 하는 입장이 아니라, 스스로 건강한 아버지가 되어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사랑을 물려줄 수 있는 길잡이로 삼을 수 있다.


결국 『아들아, 사랑한다 믿는다 응원한다』는 단순한 가족 관계 개선서를 넘어, 남성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관계를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실질적 방법론을 제시하는 책이다. 아버지와 아들 간의 세대차이, 감정 표현의 단절, 가부장적 가치관의 한계 등 여러 현실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그 해결을 위한 따뜻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상처와 기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이 바로 진정한 부성(父性)이라는 것을 마음 깊이 새기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