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싸리 정사 화장 시리즈 2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꽃으로 장사지내다’라는 의미의 “화장(花葬) 시리즈” 국화, 도라지꽃, 연꽃 등의 꽃을 소재로 한 반전 매력의 미스터리입니다. ‘꽃으로 장사를 지내다’라는 글에서 알 수 있듯이 꽃은 사람을 죽이는 도구이지만 아름다움도 숨기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슬프면서도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이번 작품에서는 『회귀천정사』에 이어 꽃을 소재로 한 「붉은 꽃 글자」, 「저녁싸리 정사」, 「국화의 먼지」라는 세 작품을 수록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유머 미스터리인 「양지바른 과 사건부」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 깜짝 놀랍니다. 동일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머가 가득하거든요).


  「붉은 꽃 글자」는 5년 전 헤어진 여동생을 기생집에서 만나는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애틋한 남매관계. 그러나 피로 맺어진 가족은 아닙니다. 그런 여동생이 약혼자가 있는 자신의 친구와 사랑에 빠집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런데 남매이기는 하나 친 남매는 아닙니다. 주인공도 여동생에 대한 어떤 사랑의 감정을 보이는데… 여동생과 친구의 관계가 점점 깊어질수록 오빠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심리 묘사가 무척 뛰어나고, 문장이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드러나는 진실, 인간의 시기와 질투, 증오. 그런 모순된 감정. 감성적인 문장에서 이성/논리적인 진실로 다가서는 순간 섬뜩합니다. 앞의 감성적인 문장을 허문다고 할까요? 배신감에 허무해야 할 텐데,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 알 수 없는 감정. 반전 매력의 본격 미스터리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미스터리가 가득합니다.


  「저녁싸리 정사」는 남녀의 정사(情死: 동반자살) 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일본 미스터리에서 남녀의 정사는 참 많이도 등장하는 것 같아요. 특히나 옛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요. 현세에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동반 죽음을 통해 그 꿈을 이룹니다. 고위 각료의 아내와 그 집에 얹혀사는 서생 간에 가슴 찡한 사랑 이야기. 그러나 역시 반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역사적인 사건(진실 여부는 모르겠으나)과 맞물리면서 한층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듭니다. 부인과 남편, 그리고 서생. 그들이 그리는 사랑이야기. 진실은 과연?


  「국화의 먼지」는 실제 역사 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불행한 사고로 군인 신분을 잃은 채, 병상에서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군인, 그리고 아내. 그런데 그 군인이 어느 날 자살을 합니다. ‘나’는 우연히 그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요. 그런데 이 자살사건이 이상합니다.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그런데 역시나 진실을 알았다고 해서 마음이 홀가분해지지는 않습니다. 죽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그 무엇. 과연 누구에게 욕을 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다른 선택은 없었을까? 마음이 복잡합니다. 진실을 가장한 반전 미스터리의 매력, 앞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엄청납니다. 감성적인 앞의 이야기를 무너뜨리고, 이성/논리적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무섭다가, 마지막 동기를 듣는 순간 슬퍼지는 묘한 매력.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 매력이지 않을까 싶네요. 결론은 렌조 미키히코의 “화장(花葬) 시리즈”는 정말 강력 추천입니다.


  사족으로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작품집에는 렌조 미키히코의 유머 미스터리인 「양지바른과 사건부」라는 작품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 신문사의 자료부 제2과. 한 마디로 떨거지들 모아놓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시마다 과장을 비롯한 동료들이 기이한 사건들을 해결합니다. 그런데 이들 캐릭터 조금 이상합니다. 키득키득 웃으면서 읽었네요. 잔반처리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들의 좌충우돌 사건 체험기 유쾌합니다. 정말 같은 작가 맞아? 싶을 정도로 웃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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