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다정다감한 노스탤지어의 마법사 온다 리쿠. 그녀의 수식어에는 어울리지 않는 상당히 이색적인 작품입니다. 장르적으로는 패닉 코미디.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라는 작품만큼 상당히 장르소설 중에서도 이질적인 작품이었습니다(SF소설이지만 뭔가 이상한. 앞의 작품은 서브컬처에 대한 오마주가 강했죠). 온다 리쿠의 작품 중에서 코믹 성향이 강한 작품은 읽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출판사에는 맞는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작품을 패닉 코미디로 표현을 했더군요. 도쿄 역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의 소소한 사건들이 서로 공명현상을 일으키며 마치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쓰러지면서 거대 사건이 되어버리는 아주 이상한 작품입니다.


  온다 리쿠는 하위문화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작가입니다.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라는 작품에 그러한 것이 잘 나타나 있는데, 다른 작품들 곳곳에도 그런 흔적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나이트메어》라는 공포영화를 차용했더군요(제목은 동일하나 장르는 추리영화로, 그리고 감독 이름은 필립 크레이븐으로. 그리고 그가 키우는 애완동물 이름은 다리오). 그리고 추리소설 동호회 회원들이 회장에 선출되기 위하여 퀴즈 풀기 대회를 하는데, 추리에 대한 내공도 상당합니다(온다 리쿠의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야. 너무 이상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녀 나름의 표현방식이 다를 뿐. 엄청난 내공의 작가입니다).


  추리소설 동호회 회원, 하이쿠 동호회 회원, 오디션을 보러 온 엄마와 딸, 여자 친구와 헤어지려고 사촌 여동생을 데리고 온 나쁜 남자, 그 나쁜 남자가 헤어지려고 하는 여자, 영화감독 필립 크레이븐과 애완동물, 악질 테러리스트 일당, 보험사 직원들, 암튼 등장인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해서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초반에만 살짝 정신 집중해서 읽으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캐릭터의 특징들이 너무 강해서 사실 이름을 몰라도 대충 행동이나 말투를 보면 누구인지 쉽게 파악이 가능하거든요. 캐릭터 중심으로 (그들이 일으키는 행동들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사건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긴장감에 중점을 두고 읽으면 무척 재미있습니다. 사건들 사이의 화학작용이나 연쇄반응을 이용한 독특한 코믹 추리극, 살짝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온다 리쿠의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작품일 수도 있겠으나(너무 그녀의 기존 작품들과 스타일이 달라서),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무척 새로운 작품이거나 아니면 정신없는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겠네요. 암튼 이번 작품도 호불호는 상당히 엇갈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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