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필로, 철학이 젊음에 답하다
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원리로 유명한 데카르트와 데카르트의 철학에서 영향을 받은 ‘모든 것은 신이다.’라는 범신론의 사상을 역설한 스피노자의 철학들을 <매트릭스>나 <엑스맨>, <블레이드러너> 등의 재미있는 영화를 통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철학서입니다. 주로 알랭의 《관념》과 스피노자의 《에티카》 철학서를 영화와 접목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역시나 철학 이론들은 어렵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로 설명을 한다고 해도 어려운 것은 어렵네요. 그래도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이나 주요 장면들을 바탕으로 철학을 설명하는 부분은 그래도 쉽더군요.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영화의 숨겨진 다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할까요? 어렵지만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올리비에 푸리올은 프랑스 파리 고등사범학교 철학교수자격 소지자로 영화감독이자 소설가입니다. 굉장히 젊은 철학가인데, 철학을 쉽게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더군요. 이 책은 파리 13구역의 영화관 MK2에서 진행된 철학강의가 인기를 얻어 TV 《스튜디오 필로》라는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내용 중에서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의 철학을 다룬 시즌1을 모아 출간한 것입니다. 아마 인기를 얻으면(철학책이 인기를 얻기는 힘들겠지만) 시즌2, 시즌3의 다른 철학자들의 철학 이론들도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철학(인문학)이 죽었다고 하는 요즘 시기에 왜 나는 철학책을 읽을까? 사실 살아가는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이미 철학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깊게 생각(사고)하지 않을 뿐, 이미 철학은 우리의 삶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성, 의지, 정념, 고매함, 모방, 의식, 상상력 등등 이미 다 알고 있는 단어이자 철학 개념들 아닙니까? 익히 들어오고 이미 사용하고 행동하고 있음에도 역시나 깊게 생각하지는 않죠. 돈에 직접적인 관계를 주지 않는 이상 그냥 흘려버리죠. 그런데 데카르트나 스피노자는 이성이나 의식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해 줍니다. 사실 알고는 있어도 누군가에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개념인데 말이죠.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올리비에 푸리올은 적절한 영화를 예로 들어 쉽게 설명을 해 주고 있습니다. 일독이 아닌 정독, 재독이 필요한 책입니다.

  <매트릭스>나 <엑스맨>, <블레이드러너> 등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영화들입니다. 사실 영화를 통해 철학을 설명하기는 하지만, 철학 자체(개념에 대해서)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도 많습니다. 사실 철학의 개념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은 어렵습니다. 역시나 영화를 예로, 함께 설명하지 않으면 철학 개념은 어렵더군요. 그렇다면 어떤 영화를 통해 설명한 철학 개념이 재미있을까요? 대부분 영화를 통해 다룬 철학 개념은 쉽고 재미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책의 전체에 걸쳐 다양한 철학 개념으로 등장하는 <매트릭스>, 마이클 만 감독의 <콜래트럴>을 통해 데카르트의 방법론의 원칙을 설명하는 부분(<콜래트럴>의 스토리가 아닌 촬영기법으로 설명한 부분이 독특하더군요), 의지/정념/고매함을 설명한 <아메리칸 뷰티>, 의지/욕망하는 법에 대해서 가르치는 <파이트클럽> 등등 무수한 영화들에서 철학적 개념들을 찾아내어 영화를 통해서 철학하는 방법을, 철학을 통해서 영화 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외에 다른 철학자들과 그 철학자들이 주장한 철학 개념을 설명한 다른 영화들도 읽고 보고 싶네요. 다른 영화들에는 또 어떤 철학자들의 어떤 위대한 철학들이 숨겨져 있는지 말이죠. 그리고 이 철학책을 읽고 보고 싶은 영화들도 생겼습니다(좀 덜 알려진 영화중에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특근>은 추천합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이런 영화를? 스토리텔링이 정말 끝내줍니다). 끌로드 사브롤의 <지옥(1994)>, 프랑소와 트뤼포의 <이웃집 여인(1981)>은 이 책을 읽고 난 뒤 급 관심이 가더군요. 기회가 되면 꼭 봐야겠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작가주의 영화는 극히 드뭅니다. <하이랜더>, <포레스트 검프>, <트푸먼쇼>, <빌리지>, <브레이브 하트> 등 대중영화들이 대부분입니다. “스피노자를 읽는 것은 마녀의 빗자루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용기를 내어서 한번 도전해 보심이 어떨까 싶네요. 속물적으로 말하자면 성공적인 CEO가 꿈인 분들이 읽으면 좋을 듯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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