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테롤 - invisible × inventor
사토 유야 지음,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무시.

무관심.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 두 가지다. 내 작품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은 태도로 서평을 써 대는 평론가, 내 작품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은 태도로 독파 리스트를 쌓아 대는 서평 사이트의 관리자들, 내 작품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은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지방의 서점, 나는 책장을 펼쳐 들 때마다,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서점을 지날 때마다 심한 슬픔에 휩싸인다.(p.250)  


invisible×inventor. invisible한 작가 사토 유야, 그리고 이러한 허접한(독자들은 그렇게 평가할) 작품을 쓴 작가 inventor 사토 유야.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 둔 바닷가에 흘러들어 온 쓰레기라 불리는 'Merry-Christmas' 카드. 그러니까 이 소설은 크리스마스와 전혀 관계가 없다. 쓰레기 역의 조연으로 잠깐 출연할 뿐.

대중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기존의 문학성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문단과 평단, 심지어 독자들로부터도 차가운 냉대를 받고 절필은 선언한 백민석이라는 작가. <헤이, 우리 소풍간다>, <목화밭 엽기전>,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러셔>(SF소설), <내가 사랑한 캔디>, <죽은 올빼미 농장> 등 주옥같은 작품들과 함께 이 작품이 오버랩 되더군요. 백민석 씨는 너무 순하셨어요. 사토 유야처럼 객기라도 한 번 부리시지.

여중생 토고는 '충동'이 뭔지 제대로 아는 조숙한 학생이다. 화물선을 타고 외딴섬에 도착. 쿠마가이라는 남자의 집에 얹혀산다, 물론 노동자로서 일을 해야 한다. 할 줄 아는 게 없는 여중생 토고는 집주인으로부터 어떤 '남자'를 감시하라는 임무를 받습니다. 본격 미스터리 좋아하십니까? 밀실 상태에서 이 남자가 사라집니다. 혼란, 혼란, 혼란.

기억상실증에 거린 미사키는,

《내 이름은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잇신 미시카 이것이 내 이름》(중략, 결코 감상평의 줄 수를 늘이려는 행패는 아님), 이렇게 메모지에 기록한다.

과연 독자는 밀실 트릭을 깰 수 있을까? 우타노 쇼고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읽어 보셨습니까? 트릭이 어떻습니까? <크리스마스 테롤>의 트릭은 위의 소설보다 더 심합니다.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아마도) 욕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돈 만원이 애들 껌 값이냐? 이 따위로 글을 쓰는 당신 작가 맞아? 이거 뭐하자는 거야? 한번 해 보자는 거야. 맞습니다. 사토 유야 독자들과 맞짱을 뜨고 싶었나 봅니다. 분명 이야기 중간 중간에 작가 사토 유야가 끼어듭니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냥 때려치우라고(사실 그렇고 싶었다. 그런데 돈 아깝잖아). 사실 당신들이 기대하는 그런 미스터리하고 충격적인 반전, 그런 결말은 없을 거라고, 그런 내용은 아니라고, 그래도 따라 올 준비가 되어 있으면 따라 오라고, 절대 강요하지 않습니다.

진지하게 얘기 좀 해 볼까요? 작가란 무엇일까요? 어떤 소설이 좋은 소설일까요? 양서와 악서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문학상 받으면 좋은 소설? 많이 팔리면 좋은 소설? 무조건 재미만 있으면 좋은 소설?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사실 사토 유야 당신의 <크리스마스 테롤>도 정말 형편없어? 돈 참 쉽게 버는 듯, 물론 다른 작품의 비해 창작의 고통을 더 했을 것 같지만. 사토 유야의 작가로서의 고민을 담은 실험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반말과 존댓말의 뒤섞인 불친절한 감상평, 이런 감상평 밖에 쓸 수가 없네요. 그냥 이해하세요. 사족을 붙이자면, 이 소설은 미스터리도 공포소설도 아닙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