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콘택트 Nobless Club 7
박치형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만난 국내 작가가 쓴 전쟁소설입니다. 바로 잠수함 전쟁입니다. 잠수함만큼 흥미롭고 스릴 넘치는 소재도 없죠. 단 그만큼 쓰기도 힘들 것 같더군요. 전문성이 필요함에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가 많지가 않으니까요. 국방에 관련된 문제는 그만큼 접근하기가 힘들고, 사실성 있게 다루기도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암튼 그래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우선 작가는 수중음향을 공부한 분이시더군요. 잠수함과도 조금은 관련성이 있는 분야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요즘도 무척 시끄러운 독도 문제를 다루고 있고요. 소설 속에 그려진 독도의 해저 자원을 둘러싼 전쟁이 허구의 가상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지금의 일본에서 행하고 있는 짓거리들을 보면요. 무엇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해군력이 얼마나 강할까요? 소설과는 별개로 확실히 심각한 문제이기는 합니다. 우선 이런 경각심을 일께워주고, 잠수함이라는 다루기 힘든 소재로 이야기를 만든 작가 분에게는 작은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우선 이 소설에서 무척 중요한 해저 자원, 바로 메탄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 해저나 빙하 아래서 메탄과 물이 높은 압력으로 인해 얼어붙어 얼음 형태의 고체상 격자구조로 형성된 연료)는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니 전혀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니더군요.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전문적인 용어들이 나오더군요. 그러나 잠수함 매니아(밀리터리 매니아) 분들은 허풍이 많이 심하다고 하네요. 저야 뭐 이런 쪽으로는 자세히 몰라서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크게 눈에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모르는 분야니까, 이야기의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그렇다고 순전히 거짓으로 이야기를 꾸미면 그것도 문제이기는 하지만(이런 이야기의 전문성은 조금 필연적인 것 같기도 하고요), 첫 작품이고 접근하기가 조금 어려운 만큼(물론 조사를 치밀하게 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죠. 이런 분야의 장르소설은 그만큼 조사가 치밀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냥 넘어가기로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문적인 분야를 제외하고) 이야기 자체의 구성의 허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 소설을 보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영화가 있습니다. 소재가 다르기는 하지만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가 떠오르더군요. 사실 영화 <유령> 정도만 되도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을 텐데, 하필이면 <한반도>라니. 그렇습니다. 무능한 대통령, 일본의 위협, 속수무책인 정부, 그리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소수의 영웅. 상황(이야기)을 그런 식으로 몰아갑니다. 굉장히 위험하기도 하지만(국가를 위해 개인이 희생을 당하는 것을 조금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고방식), 굉장히 진부하고 식상하기도 합니다. 소설을 읽지 않고 이야기만 듣고도 그림이 대략적으로 그려지거든요. 잠수함과 독도, 메탄하이드레이트라는 소재만 새로울 뿐 기존의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거슬러 올라가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그렇죠)와 전혀 차별되는 점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점이 무척 아쉽더군요. 물론 잠수함이나 전쟁 뭐 이런 국가적 차원의 소재를 다룬 이야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일본과 미국, 혹은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하는 그런 소설은 결국 지거나(그런 이야기는 독자들도 싫어하겠죠), 이기는 거죠. 그렇다면 어떻게 이기느냐? 소수의 영웅이 거대한 적을 상대로 힘겹게 이겨내는 이야기가 역시나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요(이 소설 역시 그런 감동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형성을 탈피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나라의 전쟁소설은 이런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하는 한 앞으로의 장래는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소재만 새롭다고 해서 변화가 되는 것은 아니죠. 소재의 참신함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스토리텔링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소수의 영웅 이야기가 아닌 그럴듯한 (참신한) 구라가 무척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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