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와는 무관한 단어라 생각했다.그러나 독서라는 영역에서만은 올 한 해 내내 무기력했고 우울했다.좀처럼 읽고 싶은 책이 없었고 겨우 책을 집어들었다가도 몇 쪽도 못 읽고 멈춰버리기 일쑤였다.이번에도 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내내 강하게 나를 사로잡는 책이었다.어렵고 심오한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신 김영수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모처럼 좋은 책 한 권이 주는 지극한 즐거움에 깊이 빠져들었다.
모든 사람은 한 번은 죽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죽음은 태산보다 무거운 평가를 받고, 어떤 사람의 죽음은 새털보다 가벼운 평가를 받습니다.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르기때문이라는 말은 어떻게 살았느냐가 죽음을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 P126
"언격言格이 인격人格이다." 말의 격이 곧 그 사람의격입니다. - P193
쿤데라가 보기에 인생은 무의미하지만,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긍정할 때 오히려 인생의 숨겨진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인생은 무의미하지만 그렇다고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아무런 의미 없이 살다가 가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무의미하게 살다 가는 죽음을 면치 못합니다. 그저 숨만 쉬다가 죽는 삶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무의미한 삶이라고 해서 무의미하게 살다가 죽는 것이 아니라, 무의미를 긍정하고 그 무의미한 것들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는 거꾸로 의미 있는 삶이 됩니다. 의미 있는 것들만,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의 의미를 발견하고 사랑할 때 인생은 고귀해집니다. 인생의 의미는 거기서 생겨납니다. 이것이 쿤데라가 평생을 거쳐서 하고 싶은 말이라 생각합니다.(246~247쪽)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이 지닌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인간만이 자신의 삶을 빛나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사물과 현상을 자세히, 깊숙이, 천천히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2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