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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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를 뒤적이다 1년도 훨씬 전에 읽은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만났다.

읽을 때 워낙 공감을 많이 했던 책이라 밑줄 대신 옮겨 적은 글귀가 많다.

노트가 없어질 때를 대비해 디지털로 저장하려고 다시 한 번 블로그에 옮겨적기를 한다.

이 책을 읽고 내 삶에도 작은 변화가 왔다.

완성형은 아니지만 느리더라도 천천히 현재 진행중이다.

 

 

Less is More_미스 반 데어 로에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행복하게 보이기 위해 애쓴다._라 로슈푸코

 

행복은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갖고 있는 것을 원하는 상태다._하이만 샤하텔

 

네 직업이 곧 너인 건 아니야.

네 재산 또한 너는 아니지.

네가 몰고 다니는 자동차가 너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네 지갑 속 지폐가 너를 말해주지도 않아.

그 빌어먹을 브랜드도 너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_영화 "파이트 클럽" 중에서

 

미니멀리스트란?

-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

 

미니멀리즘의 정의(54쪽)
- 소중한 것을 소중히 하기 위해 소중하지 않은 물건을 줄인다.
- 소중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그 외의 것을 줄인다.

10년 전, 나는 어떻게 해서든 출판 일을 하고 싶었다. 돈이나 물건이 아닌 가치관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프롤로그, 33쪽)

예전의 나처럼 비참했던 사람,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사람, 그래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물건에서 벗어나 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나 행복해지길 원한다.
우리는 행복에 대해 정말로 아는 것이 없다. 물건을 줄이는 일은 행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일이다.(프롤로그, 37쪽)

나는 처치 곤란한 물건들에 둘러싸여 집이 좁다고 핑계만 댔다. 부정적인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담아두고 나 자신을 꼼짝달싹 못하게 묶어 버렸다.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했고, 늘 창피를 당할까 두려워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44~45쪽)

필요한 물건은 전부 갖고 있으면서도 내게 없는 물건에만 온통 신경이 쏠려 있으니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저것만 손에 넣으면 나는 행복해질 수 있는데, 저것이 없어서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만 들었다.(48쪽)

그러던 내가 물건을 버리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건이 지나치게 많으면 확실히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 만일 예전의 나처럼 불만투성이에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물건을 줄여보라. 반드시 뭔가가 바뀔 것이다. 유전이나 환경 탓이 아니다. 성격이나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도 아니다. 지나치게 많이 소유한 물건이 당신을 무너뜨리고 있다.(50쪽)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는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물건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 소중한지를 알고 그 외의 물건을 과감히 줄이는 사람이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소중한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미니멀리즘에 정답은 없다.(53쪽)

단샤리는 기본적으로 요가의 수행법인 단행, 사행, 이행의 사고방식을 응용해 인생과 일상생활에 불필요한 물건을 끊고, 버리고, 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심플 라이프는 필요없는 물건을 처분하고 깨끗한 방에서 엄격히 선별된 물건만 두고 지내는 삶의 방식을 뜻한다.
그리고 노마드 워크는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으로 자택이나 사무실 같은 특정 장소가 아닌 어느 곳에서나 일할 수 있는 것, 또는 그렇게 일하는 방식을 일컫는 용어다.(55~56쪽)

잠깐의 기쁨에 시간과 열정을 낭비할 뿐이다. 때로는 그조차 귀찮아서 스마트폰 게임이나 가십거리, 술 등 손쉽게 자신을 속일 수 있는 일에 빠져버린다.

나는 매일매일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해했고 직업을 고민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무척이나 신경 쓰며 살았다.(58쪽)

대체 우리는 어떤 목적으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그렇게 많이 소유하려는 걸까? 그렇게까지 해서 물건을 갖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는 목적‘을 위해서다. 우리는 물건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누군가에게 알리려고 애쓰고 있다.(82쪽)

사람이 사회적 동물인 이상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적절한 자기애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따라서 반드시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알리는 방법에 있다.(87쪽)

나는 책장을 통해 나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어요. 책장을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모든 분야에 폭넓은 관심이 있고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죠. 이렇게나 많이 갖고 있으니까요. 이해하지 못할망정 어려운 책도 읽고 있다니까요. 나는 특별난 것 없이 평범하고 말도 별로 없는 편이지만 내면에는 이만큼 풍부한 지식이 들어 있어요. 나는 지적이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에요.‘(91쪽)

내면의 가치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가 어렵고 알리는데 시간도 걸린다.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는 물건을 통해 내면의 가치를 전달하는 편이 쉽고 빠르다. 하지만 물건으로 가치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넘쳐나는 물건에 얽매이게 된다. 자신의 가치를 알리는 물건이 어느새 자기 자신이 되어버리고, 물건은 계속 늘어난다. 물건을 늘리면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늘어난 물건은 거꾸로 자신을 공격해온다.

물건의 가치가 자신과 동등해지고 심지어는 자신의 주인이 되어버리는 현상에 대해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물건은 당연히 내가 아니며 내 주인도 아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단지 도구일 뿐이다. 누군가의 시선을 위해 존재하는 물건이 아닌, 자기에게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는 것이 이런 현상을 막는 길이다.(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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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의 힘 -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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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신의 상태부터 파악하라>

1. 자신을 돌아본다.

2. 교양을 쌓는다.

3. 일기를 쓴다.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세 가지 기술>

1. 눈 앞의 일에 집중한다.

2. 원서를 읽거나 번역을 해본다.

3. 독서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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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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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모모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오늘처럼 가까운 이에게 분노가 치밀고 그로 인해 상처받을 땐 더욱...

오랜만에 일기장을 꺼냈다.

손가락이 아프도록 분노에 가득찬 일기를 써갈겼다.

일기장은 묵묵히 나의 분노를 받아 주었다.

다 쓰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나만의 비밀과 부끄러운 모습을 바닥까지 다 보이고 나서도 말이 날까 후회되지도 걱정되지도 않아 좋다.

 

그런데 나는 단 한 사람에게라도 모모 같은 친구가 되어준 적이 있었나?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23쪽)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와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 세상에서 소중한 존재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모모는 그렇게 귀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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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사사키 후미오 지음/김윤경 옮김/비즈니스북스)를 읽은 후부터 물건에 대한 집착을 내려 놓고 집안을 비우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물건은 지인들에게 나눠 주었고, 책은 알라딘에 중고로 팔거나, 팔리지 않는 책은 원하는 지인들에게 나눠 주었고, 그럼에도 남는 책은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눈 후 2012년 이전의 비문학은 모두 버렸다.

그렇게 해서 비워진 커다란 책장 하나는 버렸고, 작은 책장 두 개는 빈 공간으로 남겨 두었으며, 쓰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낡은 책상은 버렸다.

그 외에도 침대와 소파를 버렸으며, 곧 화장대도 버릴 예정이다.

그렇게 버리기 시작한지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엔 여전히 잡동사니들이 많다.

그래서 다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정리와 수납의 잔기술이나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보니 공간과 시간과 인맥의 효율적인 정리를 통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삶의 방식마저 바꾸도록 요구받게 됐다.

또한 기존의 내 상식에서 정리란 곧 수납이라고 생각해 수납할 공간만 있으면 가득 채우기 바빴는데 진정한 정리란 필요한 물건을 골라내어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며 청소를 통해 항상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임을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집 꾸미기가 대세가 됐다.

먹방, 쿡방에 이어 집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연예인들의 집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의 셀프 인테리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면, 세월이 흐를수록 낡고 초라해져가는 '내 집'은 점점 더 옹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한없이 편안하고 안식을 주어야 할 집이 점점 싫어지기 시작했다.

식구가 늘고, 오랫동안 이사를 하지 않자 불필요한 짐이 늘어가고 수납 공간은 점점 부족해졌다.

게다가 청소는 늘 뒷전이었다.

낡고 지저분한 집은 더 이상 휴식을 주지 못했다.

새 집으로의 이사가 절실했다.

물건은 버리고 새로 사면 그만인데 집은 쉽게 바꿀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큰 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맡길 금전적 여유도 없었고, 셀프로 인테리어를 할 만큼 금손은 더더욱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공간의 단순화였다.

그래서 버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버리는 것만으로도 작은 만족감을 느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버리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있었다.

그게 바로 청소였다.

찢어진 벽지, 유리창의 스티커 자국, 깨진 조명, 너덜너덜한 문짝 필름과 곳곳의 때와 먼지를 제거하지 않고서는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도배를 새로 하고 문짝과 조명을 교체했다.

버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꼭 필요한 물건은 제자리에 있어야 했다.

침대와 소파를 구입하고 고장난 문고리는 교체하고 수선이 필요한 가구는 고쳐서 써야겠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하기 어려워 미루고 미루다 보니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몇 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두터운 책도 매일 조금씩 읽다 보면 어느 새 마지막 페이지에 닿듯이 집 역시 매일 조금씩 쓸고 닦고 가꿔가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습관 하나가 몸에 배는 데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지는 데는 3주가 걸리고,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데는 66일, 완전히 자신의 습관으로 만드는 데는 10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208쪽)

정리의 3요소는 정리, 정돈, 청소라고 말할 수 있다. 작은 의미에서의 정리는 필요와 불필요를 구분해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정돈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상에 주소지를 정해주는 것이고, 청소는 더러워진 상태를 깨끗하게 만들어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105쪽)

아시아의 피터 드러커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경영학자 오마에 겐이치가 말하길, 사람을 바꿀 수 있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정리해야 할 자원이 있는 것이다.
첫 번째는 시간 배분을 바꾸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만나는 사람(인맥)을 바꾸는 것이다.
세 번째는 사는 장소(공간)를 바꾸는 것이다.(중략)
이처럼 사람의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드는 변화의 씨앗은 바로 시간, 인맥, 공간이다. 삶에 있어서 핵심적인 일과 물건이라는 요소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자원을 꼭 정리해야만 한다.(107~108쪽)

인간이 정리해야 할 두 가지는 크게 일과 물건이며, 여기에 영향을 주는 것이 시간, 인맥, 공간이라는 세 가지 자원이다. 전체적인 삶의 정리를 위해 정리의 3단계인 비움-나눔-채움을 실천하면 세 가지 자원이 변화한다. 공간은 비워지고, 일을 인맥에게 나눌 수 있고, 원하는 일들로 시간을 채우게 된다. 이 모든 정리의 과정에서 탄생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성공으로 가는 열쇠인 ‘기회‘이다.(121쪽)

정리를 시작할 때 꼭 염두에 두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목적‘과 ‘가치‘이다.(122쪽)
나는 왜 이 물건을 가지고 있을까? ; 목적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가치

<공간 정리의 흐름>
1단계 합리적인 소비
2단계 수납
3단계 청소
4단계 잡동사니 버리기

<5단계 정리법 배우기>
1단계 목적 파악하기
2단계 분류하기
3단계 시스템 만들기
4단계 정리, 정돈, 청소
5단계 규칙 만들기

<시간 정리>
1단계 Smart Mind
2단계 Smart Management
3단계 Smart Habit
4단계 Smart Tool

<인맥 정리>
1단계 현재의 인맥을 정리하라
2단계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
3단계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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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9
쥘 베른 지음, 송무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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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한양도성 순성놀이를 하고 왔다.

태풍 콩레이가 지나간 뒤라 하늘은 맑고 깨끗했고 구름 역시 솜사탕처럼 티없이 하얬다.

청명한 가을 날씨답게 순성하는 내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쾌적하기 그지 없었다.

옛날 사람들도 한나절이면 한양도성 전체를 순성했다고 하는데 저질 체력의 나는 북소문인 창의문에서 북대문인 숙정문까지 2㎞ 구간만 다녀왔다.

자하문이라고도 불리는 창의문에서 출발한 코스는 백악산 정상인 백악마루를 지나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이 한눈에 들어오는 북악산 한양도성 내 가장 조망권이 좋다는 청운대를 거쳐 곡장과 촛대바위를 지나 숙정문에서 마무리되었다.

약 2시간여에 걸친 순성놀이를 마치고 나니 무릎은 시큰하고 다리는 후들거리는 게 나이는 못 속이는구나 싶었다.

짧은 나들이였지만 그 어떤 해외 여행 부럽지 않을 만큼 유쾌한 소풍이었다.

아마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했기 때문이고, 쾌적한 날씨와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다만 옥의 티라면 오늘 낮에 일어난 고양 송유관공사 휘발유탱크 폭발화재로 인해 멀리서도 치솟던 검은 연기가 맑은 하늘을 점점 어둡게 물들여갔다는 점이다.

맑은 하늘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걸 보니 우리가 숨쉬는 공기가 또 얼마나 오염되었을까 생각하니 상쾌하던 마음이 조금은 착잡해졌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롭고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사람을 언제나 약간의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흥분시키곤 한다.

해외 여행이 더욱 흥분되는 건 국내와는 모든 것이 낯설고 그곳으로의 여행을 위해 일정 정도 이상의 시간과 재정적 투자가 더욱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 세계 일주는 대다수의 아이들이 꾸는 꿈 중의 하나였다.

20세기에 태어난 나는 21세기가 되면 달나라도 가는 세상이니 세계 일주는 일상 다반사일 줄 알았다.

그러나 여전히 삼면이 바다로 막혀 있고 북쪽으로는 철길이 끊어져 있어 시간과 돈 모두 가지지 않는 한 세계 일주는 한동안 더 버킷 리스트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 같다.



여기 현대인도 쉽지 않은 세계 일주를 19세기에 80일만에 해낸 인물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필리어스 포그와 장 파스파르투.

영국 신사인 포그는 친구들과의 내기에서 80일 동안 세계일주를 마치지 못한다면 2만 파운드를 내놓기로 하고 새로운 하인 파스파르투와 함꼐 철도와 증기선을 이용하여 런던에서 수에즈를 지나 봄베이와 캘커타를 거쳐 홍콩과 요코하마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갔다가 런던으로 돌아오는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은 인생과 닮아 있다.

어린 시절엔 부모가 이끄는 대로 가지만,

어른이 되면 나만의 방향으로 나아가며,

열심히 계획해 보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기 일쑤고,

만남과 이별이 있으며,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꼭 필요하다.

여행도 인생도 각자의 다양한 방식이 있으며,

어떤 것도 비교 우위에 있지 않다.



포그와 파스파르투의 여행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매사에 정확하고 규칙적인 포그이지만 여행 중 예상치 못한 사건들에 끊임없이 맞닥뜨리며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포그의 돈은 무척 요긴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생면부지의 여인을 구하고, 명예를 위해 결투를 하고, 파스파르투를 구하는 의리있는 행동은 포그가 부와 명예에 걸맞는 진정한 신사임을 보여준다.


 

이렇게 하여 포그는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그는 여행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많은 돈을 쏟아 부었고, 온갖 종류의 교통 수단을 이용했다.  그런데 포그가 이 여행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얻은 것은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얻은 것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인을 얻게 된 것을 뺀다면 말이다.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포그는 그녀를 만나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사실 우리는 그보다 훨씬 하찮은 것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세계 일주를 하지 않을까?(212쪽)



삶의 끝이 죽음이라면 여행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더 이상의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 어떤 모험도 도전도 하지 않는 정신이 아닐까?

그 어떤 배움도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우리의 정신은 더 이상 여행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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