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30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
한성희 지음 / 메이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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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을 대학에 보내고 나니 지난 날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가까운 곳이 아닌 제법 먼 곳으로 보내서 그런지 그동안 지내왔던 시간들을 자꾸 더듬어 보게 되었다. 그렇게 떠올리다 보니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던 모습과 함께 의견 대립으로 티겨태격하며 말다툼하던 모습까지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안한 감정이 더 많이 들었다. 더 잘 이해해 주지 못하고 더 많은 얘기를 못 나눈 것에 대한 미안함때문일까 그렇게 사랑을 쏟고 정성을 다했는데도 엄마로서 모자랐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대학 기숙사로 짐을 싣고 떠나는 날, 딸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었다. 딸의 학창시절이 담긴 사진들과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담긴 미니 앨범, 그리고 편지 한 통이 그것이다. 3장에 걸쳐 빽빽하게 써내려간 편지에는 딸에 대한 고마움과 격려, 응원이 담겨 있었다. 그 3장에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적자니 종이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래도 해주고 싶은 말을 정성을 다해 써내려갔다. 그리고 그 복사본을 나도 갖고 있다. 한번씩 딸에 대한 내 절절한 마음을 꺼내 보고 싶을 때가 있어서 남겨놓은 것이다. 딸은 가져간 편지를 한 번씩 그것을 꺼내 보며 엄마 마음을 확인해 줄까? 아마 나와 닮은 구석이 있어서 딸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선택할 때, 제목만으로도 읽어 보고 싶었다. 딸이 성장하며 겪게 되는 많은 경험들과 그에 따른 내면의 변화를 엄마로서 좀더 잘 이해하고 다독여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엄마로서 진솔하게 얘기해 주는 게 제일 좋은 대화법이겠지만 엄마도 부족하기만 한 인간인지라 자기 생각과 기준에 맞추어 말을 한 때도 많다. 나도 예전에는 한 사람의 딸이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며 겪은 일들이 있고 그에 따른 내면의 변화들이 있었다. 그리고 딸을 키우며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에 비추어 양육해 왔다. 그것이 내 나름 최선이었다 하더라도 돌아보면 미흡하거나 잘못된 부분들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었고, 내 아이와 같은 세대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보다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거침없이 변화해 가는 요즘의 사회를 보면 어떻게 쫓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게 빠르게 변화해 가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내 딸이 한 발을 디디려고 한다. 아직 대학생에 불과하지만 집에서 독립해서 살아가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면, 집에서 지켜보며 조언해주던 때와는 달리 아이 혼자 어떻게 판단하고 선택하며 살아갈지 걱정이 될 때가 많다. 그럼에도 한 번씩 대화를 나누어 보면 스스로 많은 걸 깨닫고 알아서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스스로 경험하며 내공을 쌓아가는구나 싶을 때가 많은 것이다.

저자는 40년간 정신분석 전문의로 20만 명의 환자를 치료해 온 분이다. 그런 분이 딸의 결혼 계획을 듣게 되자 딸에게 30년 동안 해주지 못 했던 삶의 조언을 해주려 한다. 세상과 자아에 대하여, 일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감정에 대하여, 인생에 대하여 총 5장에 걸쳐 세세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 놓는다. 자신이 만났던 환자의 얘기를 통해서 혹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여러 인간상을 예로 들며 어떤 생각과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아갈 지 얘기해 주는 것이다. 읽다보니 내 딸에게 해주고 싶은 내용들이 참 많았다. 무엇이든 책임감 있게 잘 하려는 딸은 전형적인 리더형이다. 그럼에도 늘 앞에 나서려 하진 않는다. 곁에서 도움이 된다면 어떤 궂은 일도 마다 않는다. 그러다 보니 힘들어 할 때도 많다. 그것이 반복된다면 어찌될까? 고등학생 때에 비해 대학생이 된 지금은 나름의 방법으로 잘 극복해 가고 있는 듯한데 아마도 나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겪었던 일들을 예로 들며 조언을 많이 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 친구들이나 선배들의 위로와 응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로서 무언가 더 마음에 와닿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분명하게 알려주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확실해진 거 같다. 내 자신에게도 딸에게도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더 필요한 것인지 깨닫게 해 주는 아주 좋은 내용의 책임에 분명하다.

부모와 자식은 애증의 관계라고 한다. 한없이 사랑을 쏟다가도 이렇게 속을 썩이는 인간이 있을까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래도 내 자식이 잘 되길 바라고 행복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 행복한 삶 가운데 부모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힘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아이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았음에도 어떻게 얘기할 지 잘 몰랐던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혹시 말로 해주는 것이 어렵다면 이 책을 선물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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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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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에 있어 부모의 영향은 상당히 크다. 부모의 생각과 의지, 가치관 등은 자녀를 양육하거나 교육시키는 데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에 대한 부모의 교육방식에 따라 아이의 삶도 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의 자녀에게 교육의 기회를 더 갖게 해 주고 좀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은 대부분의 부모가 갖고 있는 공통점이란 것이다. 가정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아이들 교육은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의 부모들 마음이니 말이다. 그런데 부모가 믿는 종교로 인해 자녀가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이 책의 저자 타라는 16살까지 공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부모의 영향권 아래에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살 수밖에 없었고 출생증명서도 없이 살아가야 했다. 부모가 가르쳐준 것들이 진리이며 그것에 어긋난 삶을 사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고 악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라 여기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나마 형제들 중에 오빠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교육의 문턱을 간신히 넘었을 때 그녀에게 조언해 주는 친구와 교수를 만나지 못 했다면 그녀는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모르몬교.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종교 중 하나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삶의 원칙을 내세우는 이 종교를 타라의 부모는 맹신하고 있었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에도 병원을 찾지 않고 학교 선생님들은 사단의 말을 전하는 사악한 자들로 치부하고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세상이 파멸할 것을 믿으며 살아가는 부모 밑에서 타라는 학교라는 교육의 공간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집에서 부모가 가르치는 홈스쿨링으로 학교 공부를 대신해야 했고, 부모의 일을 돕는 일꾼으로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16살이라는 나이가 되어 가는 동안 타라는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엄청난 일을 경험해야만 했다. 불에 다리가 탄 오빠, 자동차 사고로 큰 상처를 입은 엄마, 높은 데서 떨어져 머리가 깨진 또 다른 오빠는 모두 병원에 보내지지 않은 채 그 고통을 고스란히 참을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참혹한 모습을 어린 타라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기억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오직 엄마가 만든 오일과 물약으로 버텨야만 하는 가족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도 신의 은총만을 비는 부모의 모습에서 타라는 무엇을 느꼈을까? 병원에 가는 것은 주님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역설하는 아버지가 그녀에겐 어떤 존재였을까? 자신들의 잘못된 믿음이 자녀에게 어떤 상처와 아픔을 주는지 그녀의 부모는 알 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타라의 부모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녀들을 아끼고 돌봤다. 문제는 그 사랑이 퇴색할 만큼 자녀에게 그들의 믿음을 강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타라는 결국 17세에 대학교 입학 시험을 통해 학교에 들어가게 되고 배움에 눈을 뜨게 된다. 그로 인해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무지하게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고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려 노력한다. 그녀가 마침내 케임브리지 대학 박사학위를 받게 되기까지 그 삶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다. 끊임없는 부모의 압력으로 인해 자신의 길을 가려는 타라의 마음은 깊은 상처와 고민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를 지지해 주는 오빠들과 친구, 교수들의 격려로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마음껏 펼쳐보인다.

16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그 시간 동안 부모로부터 받은 영향은 쉽게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타라는 그 어려운 일을 결국 해냈다. 제대로 된 공교육을 받지 못 해 누구나 아는 용어를 교수에게 설명해 달라 요구했던 타라. 그로 인해 수치심을 느껴야 했지만 배움의 길을 늦추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그녀. 남들보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 늦게 시작된 배움의 길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고 익힌 그녀이기에 박사학위까지 받은 게 아닐까? 어떤 이는 말할 것이다. 이렇게 똑똑한 그녀가 좀더 일찍 교육을 받았다면 얼마나 더 큰 성과를 내었을까? 하지만 16년간의 혹독한 시간을 거치면서 얻은 그 경험들은 그녀에게 또 다른 자산이 되어 그녀의 논문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를 보면 그녀가 지나온 세월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긴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을 보고 있는 그녀를 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인생에도 찾아 올 수 있는, 아니 이미 지나고 있는 인생의 힘든 터널도 내 삶의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 말이다. 이 힘든 터널을 잘 감당하며 지나간다면 언젠가 타라처럼 자신만의 멋진 길을 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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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4 - 이탈리아 편 : 로마에서 생긴 일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4
설민석.잼 스토리 지음, 박성일 그림 / 단꿈아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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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둘째가 5학년이 되면서 역사를 배우게 되니 역사나 세계사에 대해 공부를 좀 해둘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6학년이 되니 방학때라도 역사 공부를 좀 해두는 게 어떨까 설득하려는 중이었다. 그 설득이라는 게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공부가 아니라 역사관련 책을 좀 많이 보라고 권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크게 관심을 안 가져 내심 안타까워 하던 중이다. 큰 애는 말하지 않아도 역사에 관심이 많아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나름 역사쪽으로는 자신 있어 했는데 둘째는 성향이 다르니 이것저것 아이에게 맞는 책들로 구슬려 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이다. 역사라는 것이 단번에 이해되어지는 것이 아니고 시대에 따라 차근차근 공부해 나가야 그나마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고 시대순으로 쭈욱 공부를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 일쑤이니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재미나게 공부하는 게 최고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고학년이라 만화류 책은 그만 보게 하고 싶었지만 때로는 그림과 함께 전개되는 내용이 머리에 쏙쏙 잘 들어올 때도 있는지라 꼭 빽빽한 줄글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은 지금까지 3권까지 나왔고 이번이 4권째이다. 앞의 내용을 보지 못 한 채 4권을 읽어보게 되어 전체 흐름을 모르고 봐도 될까 염려되긴 했으나 막상 읽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책의 맨 앞에 대략적인 줄거리와 인물 관계도를 설명해 주고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하며 볼 수 있었다. 이번 4권의 내용은 이탈리아의 '로마'에 관한 내용이었다. 시대적으로는 로마의 열 번째 황제인 티투스가 다스리던 시대이다. 주인공 알라딘과 설쌤, 원숭이 대성이, 데이지. 그리고 지니까지 로마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 내용인데, 각 케릭터들도 귀엽고 친근해서 이야기 전개를 재미나게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로마 시대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이나 그 시대의 문화까지 이야기 속에 잘 스며들어 있어 어렵지 않게 로마의 시대상황과 문화생활까지 공부할 수 있었다. 고대 로마의 정치 제도, 노예 제도, 수도 시설,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 욕장 등 그 시대의 상징적인 것들을 통해 정치문화적 특징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한 때는 강력한 힘으로 여러 나라를 아우르던 로마가 어떤 생활을 누리며 살았는지, 그리고 티투스 시대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 어려운 상황에서 티투스 황제는 어떻게 그 상황을 헤쳐나갔는지 그림과 인물들의 대화로 쉽게 전달해 주었다. 어렵다 느껴질 수 있는 세계사를 이처럼 하나의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나게 풀어내니 지루하지 않게 내용을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

책의 마무리에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퀴즈 문제도 있어서 아이들이 이 책의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메모리 카드도 주어서 단어와 그림의 짝을 맞추는 게임을 통해 책에서 보았던 중요한 인물이나 제도, 시설 등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림으로 이루어진 책은 내용보다는 만화 줄거리에 치중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스토리 가운데 역사적 사실이 그대로 담겨져 있고 사이사이마다 어려운 용어나 개념 설명을 해주어 배경지식을 쌓는 데에 유익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라도 한번 씩 메모리 카드 게임을 통해 읽었던 내용을 소환해 낸다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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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 - 추억이 오늘의 나를 지켜줍니다
김용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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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저자나 책의 간단한 소개만으로 흥미가 생겨 선택할 때도 있지만 책의 표지나 제목에 끌려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 책은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더 가깝다. 저자가 훌륭한 화가이며 그 내용 또한 고향에 대한 감회가 들어있어 관심은 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표지와 제목에서 느껴지는 그 따뜻함은 내 마음을 확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표지의 제목 아래 작은 글씨로 자리한 '추억이 오늘의 나를 지켜줍니다'란 말과 같이 책을 보는 내내 작가의 마음에 자리한 옛 추억들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지 알 수 있었다.

내용을 들여다 보니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그림이 맨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창기네 식육식당'. 빨간 지붕에 연두색 간판이 눈에 띄는 유난이 옆으로 길죽한 창기네 식육식당을 보면서 작가가 어린 시절 눈과 마음에 담았던 추억이 내게도 느껴졌다. 또한 그림과 함께 적혀진 작가의 추억담은 그 옛날 어떤 풍경이 펼쳐졌었나를 상상하게 만든다. 나 또한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에 대한 애틋함이 있다. 자주 들렀던 문방구, 서점, 은행, 친구집, 놀이터, 교회 등 가끔은 그 모습들이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처럼 그 모습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그저 어느 정도 위치에 자리한 건물이고 집일 뿐, 이 책에 그려진 집들처럼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그 다름을 기억해 내지는 못한다. 화가라서 그럴까? 그 관찰력과 색감에 몇 번을 감탄하며 보았다. 그리고 그 집에 얽힌 그리고 그 집에 사는 인물에 대한 기억들은 어찌나 상세하고 재미난지.... 그 집을 떠올리며 항상 생각나는 건 그 집에 살았던 친구, 친구 어머니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다. 그들에 대한 기억을 풀어내는 작가의 글솜씨도 참 좋다. 정겹다. 읽다 보면 작가의 친구들이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심지어 친구 어머니의 음식솜씨, 손재주, 욕 잘하는 능력까지 우러러 보듯 적어놓아 그 시절 어머니들은 모두의 어머니였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둘째딸이 이 세상에 집 말고 그릴 것이 너무나도 많은데 왜 하필 집을 그리느냐고 묻는다. 서로 힘이 되며 자라온 시간이, 함께하면 두려울 것이 없었던 용기가, 내가 가는 길이 맞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내 추억이, 내 모든 것이 내가 그리는 집에 있어서라고 아빠는 너에게 말해주고 싶다.(PP. 152)

작가에게 묻고 싶었던 말을 둘째딸이 용케 물어보았나 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왜 저런 말을 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내는 아저씨를 바라보며 맥가이버를 떠올렸던 그 어린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잘 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가는 데에 큰 힘이 되어준 과거의 소중한 기억들에 감사하고 있는 것이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서로에 대한 정으로 나누고 베풀며 즐겁게 살아가던 때가 있었다. 그때에 받았던 그 사랑과 즐거운 기억은 어떤 일도 헤쳐나갈 수 있고 성취해 낼 수 있는 힘을 갖게 해 준다. 나 또한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지금의 삭막함과는 거리가 먼 정겨움이 있었다. 그 추억들이 좋은 에너지로 날 힘나게 할 때도 있다. 그렇다면 날로 각박해져 가는 이 시대에 우리가 마음에 품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작은 것도 나누어주고 서로를 생각해 주는 따뜻한 감성이 아닐까? 그 감성이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거 같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행복한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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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월급 재테크 실천법 - 이 책대로 하면 당신도 월급쟁이 부자가 된다!, 전면개정판
맘마미아 지음 / 진서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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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니 연말정산은 어찌하고 새해 저축계획은 어떻게 세우나 하는 걱정이 앞서고 있다. 월급쟁이 남편이 가져다 주는 돈은 한계가 있고 그 안에서 생활비와 교육비, 저축까지 하려니 참 힘든 현실이다. 몇 년 전에는 가계부도 착실히 썼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목표의식 없이 그저 기록에만 충실했으니 모아지는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예전부터 펀드나 부동산에 관심이 전혀 없던 우리 부부는 그저 안전한 목돈 마련으로는 적금이 최고라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고 금리는 낮아지고 부동산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관심 없던 부분에 대해서도 정보를 얻고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축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금리가 낮다 하지만 가장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니 최대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알아보고 그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카드도 마찬가지다. 신용카드를 많이 갖고 있으면 빚을 지며 사는 것과 같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몇 개의 신용카드는 늘 갖고 다니며 애용하고 있다. 물론 될 수 있으면 체크카드를 사용하려고 하지만 할부의 이점을 안고 있는 신용카드를 어찌 외면 할 수 있을까? 그래도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를 선택하려 노력은 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최선일까?

이 책을 둘러보면 각각의 분야에 있어서 재테크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재테크라 해서 저축이나 펀드, 주식만을 다루지 않는다. 작은 월급이라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모을 수 있는지 단계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어 초보자들도 따라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저축의 종류, 카드의 종류, 경매, 앱테크, 금테크, 달러, 개인연금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제적인 예를 들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관심 분야에 투자나 실천을 해보고 싶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입문서처럼 읽어도 좋을 듯 하다. 나같은 경우 주로 저축에 신경을 쓰다보니 작은 돈으로도 차근차근 쌓을 수 있는 방법이 제일 눈에 들어왔다. 특히 매주 1,000원씩 늘려가는 52주 적금은 꼭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0원씩 시작하든 52,000원씩 시작하든 52주의 실천을 마쳤을 때는 1,378,000원이라는 목돈이 생긴다. 18개월 적금 도전도 해보고 싶었으나 뒤로 갈수록 엄청난 압박감을 얻을 수 있을 거 같아 보류하려고 한다. 저자도 이 방법은 엄청난 성과를 얻을 수 있으나 끝가지 해나가는 데에 힘이 들 수 있으니 14개월까지 하는 걸로 계획을 바꿔도 좋다고 조언해 준다. 정말 좋은 방법도 실천해 보면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대부분 저자가 직접 실천해 본 것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느끼고 경험한 바를 토대로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 준다. 그러니 독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취사선택할 수 있게 가이드 역할을 잘 해 주는 것 같다.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왜 10년 후를 내다보고 재테크를 하지 않았나 후회가 남지만, 지금이라도 우리집 가계에 맞는 재테크 방법을 찾아 실천해 간다면 앞으로의 삶은 조금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통해 새해에는 나 자신을 위한, 내 가족을 위한 목돈을 조금이라도 마련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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