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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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에 있어 부모의 영향은 상당히 크다. 부모의 생각과 의지, 가치관 등은 자녀를 양육하거나 교육시키는 데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에 대한 부모의 교육방식에 따라 아이의 삶도 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의 자녀에게 교육의 기회를 더 갖게 해 주고 좀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은 대부분의 부모가 갖고 있는 공통점이란 것이다. 가정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아이들 교육은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의 부모들 마음이니 말이다. 그런데 부모가 믿는 종교로 인해 자녀가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이 책의 저자 타라는 16살까지 공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부모의 영향권 아래에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살 수밖에 없었고 출생증명서도 없이 살아가야 했다. 부모가 가르쳐준 것들이 진리이며 그것에 어긋난 삶을 사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고 악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라 여기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나마 형제들 중에 오빠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교육의 문턱을 간신히 넘었을 때 그녀에게 조언해 주는 친구와 교수를 만나지 못 했다면 그녀는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모르몬교.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종교 중 하나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삶의 원칙을 내세우는 이 종교를 타라의 부모는 맹신하고 있었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에도 병원을 찾지 않고 학교 선생님들은 사단의 말을 전하는 사악한 자들로 치부하고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세상이 파멸할 것을 믿으며 살아가는 부모 밑에서 타라는 학교라는 교육의 공간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집에서 부모가 가르치는 홈스쿨링으로 학교 공부를 대신해야 했고, 부모의 일을 돕는 일꾼으로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16살이라는 나이가 되어 가는 동안 타라는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엄청난 일을 경험해야만 했다. 불에 다리가 탄 오빠, 자동차 사고로 큰 상처를 입은 엄마, 높은 데서 떨어져 머리가 깨진 또 다른 오빠는 모두 병원에 보내지지 않은 채 그 고통을 고스란히 참을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참혹한 모습을 어린 타라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기억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오직 엄마가 만든 오일과 물약으로 버텨야만 하는 가족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도 신의 은총만을 비는 부모의 모습에서 타라는 무엇을 느꼈을까? 병원에 가는 것은 주님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역설하는 아버지가 그녀에겐 어떤 존재였을까? 자신들의 잘못된 믿음이 자녀에게 어떤 상처와 아픔을 주는지 그녀의 부모는 알 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타라의 부모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녀들을 아끼고 돌봤다. 문제는 그 사랑이 퇴색할 만큼 자녀에게 그들의 믿음을 강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타라는 결국 17세에 대학교 입학 시험을 통해 학교에 들어가게 되고 배움에 눈을 뜨게 된다. 그로 인해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무지하게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고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려 노력한다. 그녀가 마침내 케임브리지 대학 박사학위를 받게 되기까지 그 삶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다. 끊임없는 부모의 압력으로 인해 자신의 길을 가려는 타라의 마음은 깊은 상처와 고민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를 지지해 주는 오빠들과 친구, 교수들의 격려로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마음껏 펼쳐보인다.

16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그 시간 동안 부모로부터 받은 영향은 쉽게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타라는 그 어려운 일을 결국 해냈다. 제대로 된 공교육을 받지 못 해 누구나 아는 용어를 교수에게 설명해 달라 요구했던 타라. 그로 인해 수치심을 느껴야 했지만 배움의 길을 늦추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그녀. 남들보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 늦게 시작된 배움의 길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고 익힌 그녀이기에 박사학위까지 받은 게 아닐까? 어떤 이는 말할 것이다. 이렇게 똑똑한 그녀가 좀더 일찍 교육을 받았다면 얼마나 더 큰 성과를 내었을까? 하지만 16년간의 혹독한 시간을 거치면서 얻은 그 경험들은 그녀에게 또 다른 자산이 되어 그녀의 논문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를 보면 그녀가 지나온 세월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긴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을 보고 있는 그녀를 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인생에도 찾아 올 수 있는, 아니 이미 지나고 있는 인생의 힘든 터널도 내 삶의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 말이다. 이 힘든 터널을 잘 감당하며 지나간다면 언젠가 타라처럼 자신만의 멋진 길을 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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