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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은 영영 안 올지 몰라서 - 후회 없이 나로 살기 위한 달콤한 여행법
범유진 지음 / 저녁달고양이 / 2019년 1월
평점 :

2호가 잠들었다. 그래서 책을 펼쳤다. <나중은 영영 안 올지 몰라서>.
작가는 보통 사람들처럼 열일하다 열이 났고, 폐렴 판정을 받았는데 입원은 커녕, 일을 쉬지 않아서 패혈증으로 번졌다. 호흡곤란이 와 집중치료실에서 2주를 멍하니 지내다 그런 생각을 했단다.
'지금 내가 죽으면 내가 아등바등 모아둔 돈이 병원비와 장례 비용으로 쓰이겠구나.' 그런 깨달음(!)이 오기 전까지 작가는 여행 한 번을 간 적이 없었다고 한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소리까지 들었다는 작가, 그녀는 비로소 "나중에..."는 영영 안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의 책은 시작되었다. 체중이 너무 빠져 회복을 위해 물기 많은 과일을 필사적으로 물어뜯으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몸이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또 그 몸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을 하며 짐을 꾸리던 그날로부터.
1장은 프랑스, 2장은 스페인, 그 뒤로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 일본, 중국의 음식과 작가의 걸음걸음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 글도 아닌, 맛있어보이는 그림이 이해가 안될 때는 타이핑조차 낯설은 그 이름들을 초록창에 검색하며 책을 읽었다. 작가는 정말이지 잘 그려놨는데 읽는 내가 경험 부족이라 봐도 보지 못하고 있는 거였다. 그저 나는 더 탐욕스럽게 뜯어보고 눈으로라도 먹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불만이 1도 없는 생활은 아니지만 아들과 딸이 많이 예쁘고 피곤한 남편은 다정하여 덜컥 이 행복이 깨질까 두려운 순간이 있다.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위해 포기해야하는 것도 많다. 문 밖을 나가면 사건과 사고가 끊이질 않고 지진 등으로 집 안에서도 위험하다.
그래서 더욱 순간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좀 더 지금 당장을, 최선으로 누려야한다. 작가의 식도락 여행에서 나는 그것을 배웠다. 출판 의도와 너무 동떨어진 해석이 아니길 바라며 오늘 저녁, 외식과 드라이브를 주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