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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사라지던 날
유르겐 도미안 지음, 홍성광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사람은 본능적으로 어둠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 어둠이 세상과의 단절을 가져다준다면 사정이 다르다. 사실 어둠보다 더 두려운 것은 관계의 단절이다. 오늘 이 책 <태양이 사라지던 날>(시공사.2010)의 주인공 로렌츠도 관계의 단절을 경험한다.
문제의 7월 17일은 40도가 넘은 온도에 매우 무더운 날씨였다. 그런데 태양이 갑자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리고 비가 내리던 것이 눈으로 바뀌면서 세상이 어둠으로 변하고 만다. 이 갑작스런 변화는 환경 뿐 아니라 생명체도 함께 가져가 버린다. 눈이 쌓인 도시는 태양과 함께 모든 움직이는 것이 사라지고 말았다. 주인공은 이곳 저곳 생명을 찾아 헤매였지만 자신 이외에 그 어느 것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이 책은 태양이 사라지고난 세상에 혼자 남게 된 한 남자가 자신의 삶을 기록한 일기 형식의 1인칭 소설이다. 태양이 사라지고 29일째가 되던 날 그는 자신이 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사람이란 생각에 두려움을 떨치고 죽음과 맞서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빛이 없고 사람과의 관계가 전혀 없는 어둠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글을 쓰기에 최적의 환경이 된 것이다.
비록 혼자였지만 주인공은 이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점 점 더 자신을 잃고 만다. 그리고 삶의 고독에서 밀려오는 존재감의 상실로 죽음만이 단하나의 해결책이 되고 말았다. 주인공은 이 고통이 과거로부터 오는 죄의 결과라고 믿고 있다.
이때 저자에게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 다른 사람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를 통해 모든 일의 원인은 자기와는 상관없으며 이것으로 인해 고통 받을 필요가 없음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이것을 이해하고 서서히 극복한다.
주인공은 상실의 고통, 과거의 아픔을 서서히 치료해간다. 특히 과거로부터 오는 아픔이 자신을 놓아주지 않아 항상 이것에 묶여 있었는데 이것을 서서히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환경에 적응을 잘 하는지 볼 수 있다. (심지어 고독조차도)
1년여의 시간 후 태양이 다시 떴을 때는 이 모든 것을 완전히 극복한다. 그리고 옛 삶을 떠나 새 삶을 시작하기위해 다시 길을 떠난다.
1인칭 소설답게 인간 내면의 심리 묘사가 탁월한 이 책은 매우 진지하고도 사색적이며 철학적인 죄의식, 무상함, 죽음, 고독, 사랑 및 우정을 중심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극한 상황이 되었을 때 우리가 느낄 극도의 공포감과 절대 고독 그리고 죽음과 영혼, 신과 종교, 사랑, 우정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한다. 이것은 지금 우리도 생각해 볼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이다.
태양이 사라진 날 유일한 생존자인 한사람의 고백을 통해 삶을 재 조명해보고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