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
제이크 냅 외 지음, 박우정 옮김 / 김영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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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고객에게 통하는 아이디어의 조건과 이를 찾아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유의미한 책이 될 것 같아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반드시 답해야 할 핵심 질문을 짚고 막연한 아이디어를 검증 가능한 가설로 구체화하는 방법을 제시해 줄 것이라 기대하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창업이나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거창한 사업계획서나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부터 채워 넣곤 합니다.

수개월 동안 시장 자료를 긁어 모으고, 수많은 회의를 통해 남들에게 그럴듯해 보이는 계획을 만드느라 중요한 에너지와 열정을 다 소모해 버리곤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무겁고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비즈니스의 시작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프로젝트를 빨리 진행하는 꿀팁을 모아놓은 테크닉 모음집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인간이 집단 속에서 어떻게 소통하고 결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관찰이 담긴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동안 의무감에 회의를 하고 그 속에서 쓸데없는 말들을 쌓여가며, 정작 소중한 아이디어를 잃어버렸던 순간들이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저자들이 제안하는 방식은 그 무의미한 에너지 낭비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의미있는 조언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장르의 경영이나 스타트업 관련 책들을 보면 큰 차이점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은 뻔한 전통적 경영학적 기법이나 나름의 혁신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체감하고 몰입하기는 쉽지 않은 내용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방식의 실천적 경험을 보여주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우선 말하는 회의를 쓰고 투표하는 시간으로 전환하는 혁신적인 설계입니다.

기존의 수많은 기획 프레임워크가 집단 브레인스토밍의 화려함에 기대어 있었다면, 저자들은 오랫동안 구글과 여러 현장에서 발견한 지점을 짚어 냅니다.

목소리 큰 외향적인 사람이나 직급이 높은 사람의 말이 주도하는 브레인스토밍은 대개 그저 그런 결과물로 이어진다고 얘기합니다.

말 대신 각자 정적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제안을 무기명으로 검토하며, 표로 결정짓는 정교한 절차는 의미있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실행 단계 이전의 토대에 집중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기존 베스트셀러였던 스프린트가 5일 동안 시제품을 만들고 테스트하는 빠른 부딪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그 부딪힘마저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단 2일, 10시간을 제시합니다.


한편 슬랙, 블루보틀, 지메일 등 거창한 성공 신화의 뒷면에 숨겨진 초기 가설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거대한 기업들도 처음부터 완벽한 비전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아주 좁지만 선명한 단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단순히 경영 실용서로만 읽지 말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의미있게 읽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내가 낸 아이디어나 기획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그렇기에 내 아이디어가 비판 받으면 내가 부정당했다고 느끼고, 어떻게든 내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고집을 부립니다.


하지만 이 책이 다루는 토대 구축 가설의 핵심은 아이디어를 주관적인 신념의 영역에서 객관적인 실험 대상의 영역으로 내려 놓습니다.

우리의 첫 아이디어를 영원 불변한 진리가 아니라 언제든 수정되고 버려질 수 있는 가설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비즈니스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고객의 반응 앞에 겸허히 서는 실존적 용기를 요구하는 철학적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다수가 모여 이야기할 때 발생하는 선동과 분위기에 쏠리는 집단 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강조하는 자유토론 금지, 말없이 각자 아이디어를 적고 투표하기라는 원칙은 집단 속에서 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천적 윤리를 보여줍니다.

모두가 동시에 목소리를 낼 때 오히려 진실은 묻히고, 정적 속에서 각자의 생각을 침묵으로 가다듬을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드러납니다.

침묵을 통한 의견 수렴은 권력 관계는 잠시 내려놓고, 평등한 개인들이 오직 아이디어의 가치만으로 평가하는 가장 민주적인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10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제한은 단순히 속도전을 뜻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무한하다고 느낄 때 인간은 잡다한, 큰 의미가 없는 것들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을 10시간으로 강제로 압축하게 되면,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불필요한 사족과 선입견, 장식들을 모조리 배제하고, 이 비즈니스가 존재해야 하는 진짜 이유인 본질만을 남기게 되는 과정인 것입니다.


우선 이 책을 프로젝트의 리더나 팀장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수많은 회의를 함에도 불구하고 정리되지 않는 의견들과 결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느껴지는 시간이 많았던 이들에게 유의미한 지점을 남겨 줄 것입니다.

특히 팀원들의 눈치를 보거나 독단적인 독재자가 되지 않고도 팀의 방향을 깔끔하게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관성적으로 일하는 조용한 조직에서 의미있는 지점을 만들어 내고 싶은 팀원들에게도 의미있는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답답한 조직 문화 속에서 자신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묻히는 것을 경험했던 분들이라면 이 책이 언젠가는 자신의 진짜 가치를 팀에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이 책을 통해 비즈니스의 성공이 화려한 기교나 거대한 자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팀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저자들이 말하는 10시간의 프로세스는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비즈니스의 언어로 바꿔놓은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진짜로 가치 있는 하나를 골라내고, 그것을 세상과 연결하는 클릭의 순간은 그냥 찾아오지 않습니다.

막막함 속에서 명쾌한 길잡이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클릭 #아이디어에서비즈니스로 #제이크냅 #존제라츠키 #박우정 #김영사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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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 인생의 굴레마다 찾아온 뜻밖의 해답
우인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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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막막한 삶에 대한 이정표 하나를 붙여보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흔들려도 괜찮다고, 마음이라는 물은 원래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씀 하시는 부처님의 품 속으로 들어가 진정한 삶의 깨달음을 얻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빈틈없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며 문득,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질문에는 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고 삶이 무너진 것도 아닌데 마음은 늘 어딘가에 쫓기는 것 같습니다.

분명 내 삶인데 정작 나는 그 삶을 충분히 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건 현대인이라면 대부분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짚어 보게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매력은 거창한 해답을 내놓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가 이미 알고 있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감정을 차분히 정리해주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너무 평범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지점들을 캐치하고, 그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마음의 구조를 불교의 언어와 연결해보게 됩니다.


보통 마음 공부를 테마로 삼고 있는 기존의 책들은 열심히 처방을 내려주려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읽는 순간에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책을 덮으면 예전의 현실로 다시 돌아가게 될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 불안해지면 예전처럼 또 자신을 탓하게 됩니다.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하나의 부담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릅니다.

마음을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것 자체를 문제로 만들지 않습니다.

마음은 원래 흔들릴 수 있고,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렸을 때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강한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워왔습니다.

참는 법, 견디는 법,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법,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삶에서 필요한 것은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능력이 아니라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교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을 종교적 교리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그 안에는 인간이 왜 괴로운지를 관찰해온 오랜 시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천 년 전 사람과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전혀 다르지만 마음이 만들어내는 문제에는 놀라울 만큼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수천 년 전 사람이 느꼈던 집착과 불안이 오늘날에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뿐입니다.

과거에는 남의 재산을 부러워했다면, 지금은 SNS 화면 속 타인의 삶을 보며 비교합니다.

과거에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지금도 좋아요 숫자를 통해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과거에도 미래를 걱정했고, 지금도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수많은 가능성을 검색하고 계산하면서 미래를 걱정합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마음의 작동 방식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관계에는 가까워지는 것만큼 적당한 거리를 두는 일도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할수록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울타리가 있다고 해서 꽃이 덜 아름다운 것이 아니듯, 경계가 있다고 해서 관계가 반드시 멀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의 영역을 인정할 때 관계는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한편 삶에서 비교가 시작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따라가는 사람이 됩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비교의 대상이 되고 나면 아무리 많이 가져도 부족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결핍은 물질이나 숫자를 통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욕망을 무조건 없애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 욕망이 정말 나에게서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상대와의 비교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 묻는 것입니다.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했던 것 가운데 실제로는 사회가 만들어준 욕망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을 갖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지도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상당수의 선택은 이미 만들어진 욕망의 리스트에서 골라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잘 산다는 말의 의미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잘 산다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 때문에 흔들리는지 알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는 삶일 수도 있겠습니다.

항상 평온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평온하지 않은 순간에도 자신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마음을 고치는 책이라기보다 마음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매일 바쁘게 살아가지만 정작 무엇 때문에 바쁜지 모르는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직장과 인간관계에 지쳐 있으면서도 번아웃을 느끼시는 분들과 다른 사람의 말과 반응에 지나치게 마음이 혼란스러워지시는 분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불교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읽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종교와 관계없이 내 마음의 작동 방식에 대한 질문에 편안하게 접근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숙제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부지런해지라고 하지 않고, 더 완벽한 사람이 되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잠시 멈추고 마음을 바라보라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어려워하는 일이 바로 그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저 지금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바라보는 것 말입니다.


사는 일이 힘든 이유는 삶이 늘 특별히 잘못되어서가 아닐 것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에도 마음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고, 붙잡고, 비교하고, 걱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삶을 바꾸는 첫걸음은 바깥의 조건을 모두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데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 알아차림을 시작하게 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는게왜이런지부처님께물었습니다 #인생의굴레마다찾아온뜻밖의해답 #우인 #서울문화사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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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품격 - 판단의 품격을 높여주는 아홉 번의 생각 수업
투리 문테 지음, 이영래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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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생각의 옳고 그름을 가리기에 앞서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가'를 묻는 책이라 의미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세계적 저널리스트인 저자와 함께 기후학, 지리학, 심리학, 역사학, 진화유전학, 문화인류학을 넘나들며 인간의 생각과 신념이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해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생각을 고유한 자신의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오랫동안 고민해서 내린 결론이고, 그 바탕에는 이전의 경험이나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기반으로 한 가치 판단에 있어 상대와 다른 지점이 있을 때에는 불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 불편함 속에는 나 자신이 상대보다 합리적이고 옳다는 생각 바닥에 깔려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맹신해 왔던 자신의 판단, 생각이 진정한 자신의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짚어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 책은 우리에게 생각의 가치 판단 이전에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체크 해보게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판단을 논리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저자가 보여주는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지금 당연하다고 여기는 생각에도 수많은 배경이 겹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태어난 곳의 기후와 지형, 오랜 세월 이어진 농경 방식과 문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조건, 몸의 반응과 감정, 그리고 내가 속해 있는 집단까지.

내가 주체적이고 나름 체계적으로 쌓아올린 것 같았던 나만의 생각들 뒤에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이 수없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깨달음이 처음에는 사실 조금 불편함을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신념 가운데 무엇이 정말 나의 판단이고, 무엇이 환경이 만들어낸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지나니 그 불편함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좋은 책은 독자들에게 정답을 건네는 책이 아니라, 너무 익숙해서 의심하지 않았던 자신의 생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사고를 설명하기 위해 한 가지 학문에 머물지 않습니다.

기후학과 지리학에서 출발해 심리학, 역사학, 진화유전학, 문화인류학까지 스펙트럼을 넓혀갑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이라는 것이 머릿속에서 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세계 전체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생각을 들었을 때, 예전에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왜'라는 단어부터 먼저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보다 먼저 상대가 지나온 경험과 환경에 대해 궁금해 하게 된 것입니다.

당연히 상대의 생각을 이해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내용에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자가 말하는 성숙함은 동의와 이해를 구분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그것이 형성된 배경을 살펴볼 수는 있기 때문입니다.


품격 있는 사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품격 있는 사고는 단순히 옳은 생각을 하는 능력이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내가 틀릴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를 낮춰보지 않는 여유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의견이 양극단으로 갈리는 시대에는 이런 마음가짐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상대의 주장을 이해하기도 전에 어느 편에 속해 있는지부터 확인하려 합니다.

같은 사실을 보고도 자신이 속한 집단에 유리한 정보는 크게 받아들이고 불편한 정보는 의심부터 하려 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인간의 집단적 본능 역시 개인의 단순한 이성적 오류가 아니라 오랜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생존 전략의 측면으로 바라봅니다.

인간에게 소속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인간의 합리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는 스스로는 지극히 이성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이성은 처음부터 완벽한 판단을 내리도록 만들어진 능력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능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생각의 오류는 제거해야 할 결함이라기보다, 다른 생각과 부딪히면서 보완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슷한 소재를 다루는 기존의 책들이 더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한다면, 이 책은 그보다 한 걸음 앞에서 질문을 내려 놓습니다.

합리적이라고 믿는 우리의 사고 자체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판단력을 개선하기 전에 판단하는 주체인 나를 먼저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철학적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내가 나라고 믿는 가치관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이 시대와 사회, 가족과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입니다.

그리고 결국 이런 질문들의 끝에는 내 생각이 내가 살아온 세계의 결과라면, 다른 사람의 생각 역시 그 사람이 살아온 세계의 결과일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단순히 그 사람의 말을 듣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걸어온 길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생각이 환경의 산물이라고 해서 개인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어떤 조건에 영향을 받아 생각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 영향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자신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자는 우리에게 지식보다 태도와 습관을 남겨주려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 나의 확신을 사실처럼 여기기 전에 그 확신의 뿌리를 살펴보는 습관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이런 습관을 통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틀렸다고 단정하기보다 그 생각이 만들어진 맥락을 바라보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이 늘 합리적이라고 믿는 분들이나, 다른 사람의 가치관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하나의 질문 아래 연결해 읽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흥미로운 책이 될 것입니다.

기후와 지리에서 출발해 인간의 몸과 감정, 유전자와 집단 심리까지 연결하는 폭넓은 시선이 이 책의 매력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깊어진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확신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확신하고 있는지 더 정확하게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생각을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라기보다, 생각하는 나 자신을 한 번 더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사고의 훈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고의품격 #판단의품격을높여주는아홉번의생각수업 #투리문테 #이영래 #21세기북스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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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읽는 스페인
백인필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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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강연과 도슨트를 통해 여러번 뵌 백인필 도슨트님의 책이라 괜히 내적 친밀감이 들어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물론이고 안달루시아의 그라나다와 론다, 세비야까지 커버하고 있어 스페인 전체를 그림과 건축에 집중하여 감각적으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 같아 기대되었습니다.

백인필 도슨트님의 풍부한 지식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큰 기대를 가지고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저자인 백인필 도슨트님께서는 어린 시절 책 속에서 보았던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 매료되어 스페인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8년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며 예술의 숨결을 직접 느끼셨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느껴지는 가장 큰 감정은 도슨트님께서 스페인과 그곳의 예술, 그리고 인간을 바라보는 깊고 따뜻한 시선이었습니다.

도슨트님의 해설은 단순한 미술사적 지식의 전달에 그치지 않고 마치 오래된 친구가 옆에서 나지막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가슴 깊은 곳에 은은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책이 의미있게 다가왔던 지점은 스페인을 단순하게 여행지나 관광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바라본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도슨트님은께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함에 앞서 자신이 사랑하게 된 장소와 작품을 차분히 꺼내놓은 느낌으로 다가와 주었습니다.


도슨트님의 흥미로우면서도 몰입감을 주는 스토리텔링 능력은 이미 많은 분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도슨트님의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거장들의 인간적인 숨결을 입체적으로 살려내는 섬세한 스토리텔링은 압권이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짓기 전 그 터에 피어 있던 아프리카 금잔화를 허무는 것이 마음에 걸려 건축물 타일에 그 꽃을 영원히 새겨 넣었다는 가우디의 일화가 좋은 예시일 것입니다.

위대한 천재 건축가라는 거창한 수식어 뒤에는 작은 꽃 한 송이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던 가우디의 따뜻한 심성이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이제 그의 건축물을 보면 돌 하나, 타일 한 조각도 전혀 다르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건축은 자연이 있던 자리에 인간이 자신들만의 무언가를 세우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우디에게 건축은 자연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닮아가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직선보다 곡선을, 완벽하게 대칭적인 질서보다 살아 있는 생명체의 불규칙함을 사랑했던 그의 건축을 보고 있으면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가우디의 건축은 단순히 독특하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건축물이 아니라 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명과 문명이 충돌하고 포개진 역사적 현장을 미학적인 감수성으로 접근하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알람브라 궁전과 세비야 대성당에서 만나게 되는 이슬람과 카톨릭의 스토리는 단순히 승자와 패자의 역사 너머를 보게 해주셨습니다.

이슬람과 가톨릭이라는 이질적인 두 세계가 어떻게 서로를 품고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는지 미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 지점은 다른 책들에서는 결코 경험하지 못했던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성에 젖은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새로운 감각을 깨우고 싶은 분들이나 예술과 미술사가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입문자들에게 의미있게 다가갈 것 같습니다.

어려운 학술 용어나 복잡한 연대기 나열 대신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의 일화를 흥미로우면서도 친절하게 풀어내고 있어 부담 없이 미술의 세계로 몰입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단순한 관광이 아닌 깊이 있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도시의 건물과 미술 작품이 지닌 진짜 역사와 이야기, 그 공간과 작품에 쌓여있는 서사를 따라가보고 싶은 이들에게 유익할 것입니다.


도슨트님께서 언급하시는 예술은 유명한 작품만을 뜻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술은 특별한 사람들만 누리는 고상한 뭔가가 아니라 한 사람이 세상을 사랑한 방식이 남겨진 흔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일반적인 미술사 책이나 여행 가이드북과는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미술 작품의 제작 연도와 사조를 외우게 하기보다 왜 이 작품을 봐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여행지의 동선을 알려주는 대신 그곳에 도착했을 때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무엇보다 작품과 장소 사이에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슨트님께서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잠시 멈추라고 말하는 느낌입니다.

벽에 새겨진 문장을 조금 더 바라보고, 건축물의 곡선을 따라가 보고, 그림 속 인물의 눈을 오래 들여다보고,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이 어떤 시간을 살았는지 생각해보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바라보고 나면 장소는 더 이상 장소로만 남지 않습니다.

건물은 누군가의 신념이 되고 그림은 한 시대의 기억 자체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에게 여행지는 수많은 사람의 삶이 포개진 시간으로 남겨질 것입니다.


결국 예술을 안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아는 일이 아니라 같은 것을 보면서도 이전과 다르게 느끼는 능력을 갖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스페인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스페인을 바라보는 눈을 선물하는 책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장소를 많이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보았던 풍경을 이전과 전혀 다른 마음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도슨트님께서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술로읽는스페인 #백인필 #디이니셔티브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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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각씩 걷는 파리 - 나만의 속도로 맞춰가는 열 조각의 파리 도보 여행
손지연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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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파리의 낭만은 도보 여행으로 완성된다는 말이 있죠.

그만큼 파리의 낭만과 감성을 제대로 느끼려면 차분히 걷는 것이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파리 여행 전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저자인만큼 여행 가이드북 느낌과 여행 에세이 느낌의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 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파리와 사랑에 빠질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차분히 저자의 손을 잡고 파리를 낭만 가득하게 걸어보는 느낌으로 읽어 보았습니다.


세계 최고의 여행지인만큼 파리를 여행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이미 많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 수많은 책들에 앞서 이 책을 선택해야 하는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 책은 우리에게 진짜 파리를 바라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유명한 관광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파리에서 마주하게 되는 일상적인 풍경, 만남, 분위기, 시간, 감정을 짚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점들이 진짜 파리의 모습이라 생각하기에 의미가 있었습니다.


저자가 선택한 걷기라는 이동 수단은 일종의 여행 철학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면 효율성을 높이려 노력합니다.

최단 코스, 최단 시간을 따라가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또 휴대폰을 수없이 쳐다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여행이 과연 번잡한 일상과 뭐가 다른가 고민해보게 됩니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났는데 그곳에서도 마치 숙제나 업무를 하듯이 효율성을 따져가며 다니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하는 것입니다.


어렵게 휴가를 내고 많은 돈을 투자한만큼 많은 것을 빠르게 보고 싶은 것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여행지가 만약 파리라면, 한번쯤은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빠른 이동 대신 잠시 골목을 걷는 것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파리의 모습을 만나고 낭만을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좁은 골목을 걷다가 오래된 건물의 창문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는 순간이나 센 강변에 앉아 바쁘게 지나가는 관광객이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를 보내는 파리 사람들을 바라보는 순간들은 파리를 여행하면 에펠탑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을 것입니다.


저자는 열 개의 코스로 나누어 책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실용적인 편집으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에펠탑,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 노트르담, 몽마르트, 오페라 가르니에, 개선문, 마레지구, 베르사유는 모두 파리를 대표하는 장소들이지만 이 책에서는 각각의 장소가 완결된 목적지가 되지 않습니다.

하나의 조각이 되어 다음 조각과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 조각들을 그대로 따라 붙여도 되지만 자신의 취향에 따라 순서를 바꿔도 무방합니다.

이 지점이 기존의 여행 가이드북이나 여행 에세이와는 차별되는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 여행 가이드북은 어디서 뭘 보고, 해야하는지에 집중합니다.

반면 여행 에세이는 그곳에서의 감정에 집중하곤 합니다.

전자는 실용적이지만 다소 건조하고, 후자는 감성적이지만 실제 여행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행자가 실제로 걸을 수 있는 길을 제안하면서도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발견할 것인지를 함께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파리를 오래 걸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시선이 느껴지는 지점도 좋았습니다.

한두 번 여행한 사람이 관광객의 눈으로 바라본 파리가 아니라, 반복해서 걸으며 조금씩 익숙해진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 파리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수록 유명한 명소에 대한 설명보다 오히려 그 주변의 풍경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이 더 기다려졌던 것입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여행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해줍니다.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 새로운 장소를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여행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떠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매일 일상적인 루틴으로 정해진 삶을 살아가던 것에서 벗어나 삶의 규칙을 잠시 내려놓는 것이 바로 여행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여행에서는 조금 천천히 걸어도 되고 길을 돌아가도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걷다 보면 여행하는 곳의 모습뿐 아니라 자신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여행이 주는 매력은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은 파리를 처음 가시는 분들에게는 유명한 장소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면서도 여행의 여백을 놓치지 않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반면 파리를 다시 찾는 분들에게는 익숙한 장소를 낯설게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을 선물할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파리를 처음 방문하는 분들뿐 아니라 이미 파리를 여러 번 다녀온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여행 일정표를 빈틈없이 채워야 마음이 놓이는 분이라면 이 책을 한번 천천히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어쩌면 이 책이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여행 준비물은 휴대폰이나 일정표가 아니라 조금 느슨해질 수 있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걷는 여행을 좋아하는 분, 도시의 역사와 건축을 좋아하는 분, 카페와 골목, 시장과 상점처럼 생활의 흔적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당연히 의미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특히 유명한 곳을 빠르게 돌아다니며 인증샷만 남기는 여행보다 한 도시의 매력을 깊이 느끼는 자신만의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더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파리는 이미, 누구나 아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낭만적인 도시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파리를 아름답게 소개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반 관광객들이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풍경까지 이렇게 짚어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려운 일을 저자가 해낸 것 같습니다.

조금은 차분한 마음으로,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파리와 사랑에 빠져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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