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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위의 만찬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6년 5월
평점 :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저자는 영화 속 음식과 관련된 기본적인 지식에서 시작하여 뼈대와 살을 붙여 2019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격주로 연재했던 칼럼들을 모아 개고하여 이 책을 출간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한 영화나 음식 리뷰가 아닌 영화 속 음식을 통해 우리가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감상 포인트를 짚어 줄 것입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소비함에 있어 다양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접근 방법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기를 바라며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 보았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님 작품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각본가와의 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 준 작품이고 감독, 각본, 배우의 완벽한 조합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 알려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영화 속의 중국식 볶음밥에 집중합니다.
밥을 한참 볶다가 달걀을 그것도 풀지도 않고 바로 깨어 넣는 장면을 돌이켜 봅니다.
일반인의 눈에는 그냥 그런가봐도 했던 장면이 음식 전문가의 눈에는 아니었나 봅니다.
달걀을 다루는 방식만 놓고 봐도 이는 전혀 중국식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전파된 중국식 볶음밥의 잘못된 지점들과 인식을 콕 짚어냅니다.
날카로운 저자의 시선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전문가 포스를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식 볶음밥의 정석 레시피를 알려줍니다.
여기서 핵심은 달걀을 조리하는 요령과 타이밍입니다.
이제 슬슬 따라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되는 독자들이 많을 듯 싶은데 저자가 알려주는 단계를 따라하면 누구나 쉽게 중국집 볶음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메모해둔 중요한 킥 포인트들은 볶음밥의 조리 특성상 시간이 짧기 때문에 밑 준비를 확실해 해두어야 하고, 부재료가 귀찮고 번거롭다면 굳이 쓰지 않아도 되고, 달걀과 밥에 맛소금만으로도 충분히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우주 3부작 작가로 유명한 앤디 위어의 <마션>은 책 만큼 영화도 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 속 음식을 떠올리면 누구나 감자를 가장 먼저 생각해낼 것 같습니다.
사이언스 픽션이지만 그럼에도 앤디 위어 특유의 현실 감각이 반영된 작품이기에 감자의 생명력과 척박한 환경도 마다하지 않는 점은 인상적입니다.
노예가 먹는 비천한 음식이었지만 구황작물로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고 우주 재배 실험에도 성공한 작물이 바로 감자입니다.
너무 흔하고 조리법도 이미 알려질만큼 알려진 감자에 대한 전문가인 저자의 시선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국산 감자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수미는 수확량이 많고 맛이 좋으면서도 생육기간이 짧아 농가에서 선호도가 높다고 합니다.
다만 수미가 분질과 점질의 중간이라 조리하면 잘 부스러져 조림이나 튀김 등 본격적인 요리보다 삶아 먹는데 더 어울립니다.
기후 변화 탓에 남부 지방에서는 2010년대 초부터 경작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례도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대처와 변화로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국내 개발 품종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있으나 쉽지 않습니다.
저자가 마지막 부분에 알려주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으깬 감자 요리는 감자와 버터를 1:1로 섞으면 된다고 하니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식물성 기름에 튀긴 감자는 삼류, 오리기름에 튀긴 감자는 이류, 말기름에 튀긴 감자는 일류라고 하니 말기름에 튀긴 감자도 언젠가 꼭 한번 먹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야기를 했으니 비교되는 거장 봉준호 감독의 작품 속 음식들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만큼 디테일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날카로운 저자의 시선에서도 거스릴 것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자는 봉준호 감독이 유독 서양 음식의 설정에 약하다고 평가합니다.
<살인의 추억>에서 정체된 수사의 답답함을 고스란히 전달되는 불어 터져 소스까지 한 덩어리가 되어버린 자장면은 높게 평가합니다.
반면 <기생충>에서 소개되는 술은 영화 속 가정의 수준을 감안하면 맞지 않으며 마지막 생일 파티에 등장하는 음식의 격 또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영화를 보며 딱히 문제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지점을 짚어주는 저자의 시선은 저를 다시 깨워내는 듯 했습니다.
<기생충>은 이미 평단에서 좋은 평가와 다수 영화제에서 큰 상을 수상했지만,
봉테일도 피해갈 수 없는 음식과 관련된 불협화음이 조금만 더 치밀하게 직조되었더라면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영화와 그 속의 음식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속 음식 메뉴나 그 재료에 대한 이야기부터 영화 전체의 판을 엎을 수도 있는 중요한 지점들까지 체크해 보게 해줍니다.
이전에 그 영화를 볼 때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고 아무런 덜컹거림없이 넘어갔던 부분들을 이 책이 콕콕 짚어내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과 함께 해당 영화는 물론이고 그 음식이나 재료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 책을 읽은 뒤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도 몇몇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영화와 음식, 재료를 통해 그 속에서 편식없이 풍부한 재미와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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