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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단 하나의 시 - 지치고 힘든 당신에게
조서희 지음 / 아마존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시가 쓰여있고 그 옆에 저자가 시에 대한 에세이를 담았습니다. 알고 있던 시도 있고 이번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시도 있었습니다. 시의 함축적이고 은유적이 표현을 보고 내가 생각하는 게 맞나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될 때가 있는데요. 시 옆에 있는 에세이가 시를 더 풍성하게 읽게 했습니다. 시란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 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말이 있대요. 시인은 이름 모를 풀잎에서 우주를 보고 스치는 바람에선 섭리를 보는 사람, 사물 뒤의 속마음을 알아채는 사람이라고 저자는 표현합니다. 시인이며 대학교수이고 문학평론가 일도 하는 분이라 그런지 문학을 보고 해석하는 부분에서 감탄을 많이 했습니다.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인을 좋아하는데요. 제가 좋아했던 부분은 생동감이랄까요. 눈이 푹푹 날리는 모습이라던가 울음의 응앙응앙 소리를 표현함으로써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 좋았어요. 읽으면서 그 모습이 선명해지는 기분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 시의 주인공 자야에 대해서 설명해줍니다. 백석과 자야는 첫눈에 반하고 결혼을 결심하지만 백석 부모님이 기생 출신인 자야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백석이 만주로 떠나자고 자야에게 요청했지만 그녀는 거절했습니다. 1939년 백석은 만주로 떠나게 됩니다. 그러다 해방을 맞고 6.25전쟁이 일어납니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30년을 넘게 절필당한 채로 소식조차 알 수 없던 백석. 그리고 그런 그를 60년 동안 그리워 한 자야. 사랑은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일까요?
시인에 대한 소개도 에세이에 녹여 있어서 시를 쓰면서 이런 고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곽혜란 시인에 이야기가 기억 남습니다. 그에게 시는 내밀한 숙제를 푸는 도구이자 길이라고 표현했다고 해요. 자신을 들여다보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성숙해지는 것이죠. 그 시간을 견디면 공기처럼 가벼워진 자신이 하늘을 떠다니는 것 같은 부유함을 맛볼 수 있다고 표현했는데요. 저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어요. 성찰을 통해서 자신을 비우고 어떠한 부분에서는 통찰을 해서 집착이 없다는 뜻일까요? 아직도 100% 이해는 되지 않지만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년째 독서모임을 하면서 좋았던 시를 연말에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항상 창의적인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이 가져온 시로 여운이 오래 남았는데 이 책에도 소개가 되어있습니다.
두 번이란 없다 /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연습 없이 태어나서
실습 없이 죽는다
인생의 학교에서는
꼴찌라 하더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같은 공부는 할 수 없다.
어떤 하루도 되풀이되지 않고
서로 닮은 두 밤도 없다.
같은 두 번의 입맞춤도 없고
하나 같은 두 눈 맞춤도 없다.
어제, 누군가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불렀을 때
내겐 열린 창으로
던져진 장미처럼 느껴졌지만
오늘 우리가 함께 있을 때
난 얼굴을 벽 쪽으로 돌렸네
장미, 장미는 어떻게 보이지
꽃인가 혹은 돌은 아닐까
악의에 찬 시간 너는 왜
쓸데없이 불안에 휩싸이니
그래서 넌 흘러가야만 해
흘러간 것은 아름다우니까
미소하며, 포옹하며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방울의
영롱한 물처럼 서로 다르더라도.
이 시를 쓴 작가는 폴란드의 여류시인 쉼보르스카입니다. 독일의 괴태 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네요. 매일 매순간 우리는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순간을 더욱 소중하게 하는 시인데요. 과거는 다시 얻을 수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헛된 가치에 마음 두어선 안된다는 조언이 에세이에 첨언되어 있어요. 마음을 현재에 온전히 머무르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시를 통해서 다시 한번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