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
이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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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덤하우스 신간, 이수 에세이 <그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는 상처투성이 과거를 딛고 세상과 화해하는 과정을 담은 진솔한 기록이다. 저자 이수는 아동학대, 주민등록 말소, 부모의 방치라는 가혹한 어린 시절을 견뎌낸 생존자이자 현재 제주에서 활동하는 2030 세대 대상 여행 프로젝트 '이수 투어'의 크리에이터다.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기 돌봄 여행 멘토로 활약하며 대중들과 소통해 온 그녀는 이번 책을 통해 자신만의 단단한 치유와 성장의 궤적을 보여준다. 비극적인 과거에 얽매여 동정을 구하지 않고 여행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타인의 온기를 보듬어 스스로를 껴안는 긍정적인 태도가 돋보인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다시 나아갈 용기를 주는 따뜻한 안내서다.


저자의 삶은 탈출과 유랑, 정착의 지난한 서사다. 폭력이 난무하던 집을 벗어나기 위해 2012년 1월 1일 떨리는 마음으로 지하 방 창문 틈으로 가방을 빼내고 쉼터로 향했던 63페이지의 결단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날갯짓이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게임에 빠져 무책임했던 가족들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한 몸부림. 책의 1장은 그 혹독했던 시절과 엄마에게서 도망쳐야 했던 아픈 기억을 덤덤히 풀어낸다. 이후 여행사 면접장에서 쉼터 입소자로서 가장 원했던 것이 거창한 시설이 아닌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식탁'이었다는 고백은 가족의 온기가 그녀에게 얼마나 절실했는지 짐작게 한다. 이후 해외 선교 활동을 통해 비행기를 타며 처음으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감각을 뼈저리게 체험한다. 2장과 3장을 거치며 저자는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다정한 눈빛과 배려를 통해 오랜 결핍을 채워나간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부모 역시 부모 역할이 처음이었던 나약한 인간이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장면은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진정한 독립의 순간을 보여준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은 우리에게 후회 없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불행의 시간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205페이지.. "불행을 모르는데 어떻게 진짜 행복을 알아볼 수 있을까"라는 문장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불행 속을 지나며 살아간다. 과거의 상처, 트라우마에 발목 잡히지 않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려면, 내 안의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마주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적극적인 자기 돌봄 & 위로가 선행되어야 한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니라 세상의 따뜻함을 발견하고 나를 사랑하는 법을 연습하는 치유의 과정이다.


저자가 제주라는 낯선 공간에 뿌리를 내리고 다른 이들의 여행을 이끄는 크리에이터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여 진짜 행복을 알아보는 안목을 길렀기 때문이다. 타인과 세상을 향해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마침내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게 된 그녀의 고백은 현재를 힘겹게 버텨내는 모든 이들에게 값진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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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낮잠
브라이언 라이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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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데콧 명예상 수상 작가 브라이언 라이스가 짓고, 서현정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긴 그림책 <고양이의 낮잠>은 단순한 동화책을 넘어 다양한 미술관을 탐험하는 작품이랍니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그는 보스턴 미술관 학교에서 수학한 이력을 바탕으로 예술과 상상력을 결합한 독창적인 세계를 그려냈어요. 작가는 자신의 반려묘인 러시안블루 & 샴 믹스묘 '딜런'이 외출 후 수염에 거미줄을 잔뜩 묻히고 돌아온 일화에서 영감을 얻어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해요. 전작 <에번의 개>나 박쥐 시리즈에서 보여준 섬세한 묘사와 서정적인 분위기가 이번 작품에서는 다채로운 미술사 탐험으로 경이롭게 확장되었답니다.


붉은 노을이 비치는 거실, 평화롭게 잠을 자던 아기 고양이 딜런이 사각거리는 생쥐를 발견하며 이야기가 시작돼요. 생쥐를 쫓아 벽에 걸린 2006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집트 유물전 포스터로 뛰어든 고양이는 놀라운 시공간 초월 모험을 마주하게 됩니다. 기원전 이집트의 부조 벽화 속으로 들어간 고양이는 상형 문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고, 14세기 프랑스 왕비 잔 데브뢰의 기도서 속에서는 낯선 자를 잡으라고 소리치는 왕과 병사들을 피해 달아나죠. 멕시코의 구운 도자기 개를 만나 잔뜩 겁을 먹기도 하고, 페트루스 크리스투스의 유화 <젊은 여성의 초상> 속 딸기를 먹는 소녀 앞을 쏜살같이 지나가기도 한답니다. 화려한 색감의 성 안토니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깨뜨릴 듯 넘나드는가 하면.. 아프리카 바울레족의 목조 가면 위에서 까마귀에게 길을 묻거나, 조지아 오키프의 풍경화 <검은 곳 II>를 지나는 추격전이 리얼하게 펼쳐져요.


정신없이 아홉 점의 예술 작품들을 넘나들던 고양이는 어느 순간 생쥐도 먹이도 없는 낯선 공간에서 길을 잃었다는 무서운 사실을 깨닫고 덜컥 외로움에 빠진답니다. 다행히 쥐를 몰아낸 고양이를 향해 환호하는 이집트인들 덕분에 좁고 먼지 낀 문을 열고 나와 마법처럼 원래의 따뜻한 거실로 돌아오게 돼요. 이처럼 액자 안팎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구성은 독자들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새로운 전시실의 문을 여는 듯한 신선함, 감동을 느끼게 한답니다.


<고양이의 낮잠>이 지닌 특별한 매력은 삽화가 컴퓨터 그래픽을 거친 디지털 작업이 아닌 100% 아날로그 방식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이에요. 작가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는 실제 작품들의 모조품을 직접 만들고, 그 안에 고양이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고되면서 매력적인 길을 택했어요. 유화와 아크릴 물감을 칠하는 것은 물론 실제로 금박을 입히고 점토를 빚어 도자기를 만들거나, 유리를 자르고 납땜하여 스테인드글라스를 직접 제작했답니다. 캔버스의 붓 터치부터 고대 유물의 갈라진 틈까지 입체적으로 표현된 그림들은 원작이 지닌 고유한 아우라를 책장 위에 생생하게 구현해 냈어요.


책 말미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사랑이 담긴 노력의 결실이자 상상력의 비행'이라고 찬사를 보냈듯.. 이 책은 예술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뜻깊은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일깨워요. 작가의 땀방울이 가득 녹아 있기에 어린이들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즐거운 놀이터가 되고, 성인들에게는 아름다움을 곁에 두고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아트북으로 다가온답니다. 시간을 초월한 명작들의 발자취를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현실로 돌아와 포근한 낮잠을 청하는 고양이 딜런의 온기를 흠뻑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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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팝니다 - 사랑받는 매장의 여섯 가지 리테일 전략
김용일 지음 / 시공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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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신간, 제일기획 리테일 디렉터로 15년간 현장을 누빈 김용일 저자의 <기억을 팝니다>는 오프라인 매장의 생존 전략을 인지 심리학과 마케팅 관점에서 엮어낸 책이다. 화려하게 만든 매장은 잊히고 오직 기억되는 매장만이 사랑받는 시대다. 저자는 오프라인 매장이 단순히 물건을 쌓아두는 진열의 장소가 아니라 브랜드를 체험하고 기억하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장을 예쁘게 꾸미는 방법 대신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를 묻는다. 이 책은 진열의 기술이 아닌 저자의 실전 노하우를 통해 소비자 머릿속에 각인되는 리테일 전략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도입부와 1장을 아우르는 핵심은 소비자가 매장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서울 외곽의 평범한 매장 방문 일화를 통해 특별할 것 없는 조명과 낡은 집기조차 어떻게 뇌리에 남는지 설명한다. 육중한 자동문 소리, 묘하게 낮은 온도, 고개만 살짝 숙여 인사하는 직원의 적절한 거리감은 튀는 요소 하나 없이 조화로운 인상을 형성한다. 소비자는 매장을 떠난 뒤 자신이 입어본 옷의 디테일보다 '편했다', '정신없었다'와 같은 단순한 한 줄의 감정을 남긴다. 사람들은 정보가 충분할 때보다 되려 모자랄 때 호기심을 느끼고 멈춰 선다.


2장이 다루는 소비자가 빈칸을 견디지 못하는 현상은 스스로 자기 이야기 & 맥락을 대입할 수 있는 '미완성의 여백'을 남겨두는 전략으로 이어진다. 긴 줄이 늘어선 식당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합류하는 '밴드왜건 효과'는 품질보다 확신의 분위기를 먼저 판매하는 행위다. 타인의 선택을 근거로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심리는 매장 앞 대기 줄마저 훌륭한 마케팅 도구로 탈바꿈시킨다.


3장에서는 기억을 고정시키는 감각의 법칙을 다룬다. 시각이 기대를 만들고 청각이 태도를 만든다면 촉각은 신뢰를 쌓아 최종 결정을 돕는다. 오프라인에서 신뢰는 고급 소재를 넘어선 물성으로 구축된다. 손에 닿는 순간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느낌이 직원의 그럴싸한 호객 행위보다 매장의 신뢰를 단번에 결정짓는다.

4장 & 5장은 심리적 기제가 실질적인 구매와 재방문으로 연결되어 브랜드로 완성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사람들이 진짜로 기억하는 것은 로고나 슬로건이 아니라 코너를 돌면 보이던 테이블, 계산대 앞의 리듬 같은 디테일한 장소다. 오프라인 리테일에서 브랜드는 이름이 아니라 좌표로 작동한다. 특정한 감정과 선택 방식이 결합된 공간적 표식은 소비자 입에서 "그 브랜드 가자"가 아닌 "거기 가자!"라는 말을 이끌어낸다. 자연스럽게 연장된 체류시간은 긍정적인 경험으로 치환되어 높은 재방문율을 만든다.


6장이 밝히는 오래가는 매장의 비밀은 화려함에 있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소비자의 선택 비용이 내려가는 곳이 살아남는다. 매번 설명하고 이벤트를 열어야 하는 곳과 달리 선택 비용이 낮아진 매장은 소비자가 더 빨리 이해하고 확신하며 적게 후회하는 디폴트 기본값이 된다. <기억을 팝니다>는 막연한 감에 의존하던 공간 기획을 기억하는 감정의 고정, 확신의 회로, 선택 비용이라는 논리적 언어로 풀어냈다. 


현업 마케터는 물론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라면 소비자의 뇌리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반드시 일독해야 할 책이다. 오픈런이 일상인 타인의 공간을 맹목적으로 벤치마킹하는 수준을 넘어.. 내 매장만의 고유한 서사를 설계하고 이를 기억시키려는 이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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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채식주의
김윤선 지음 / 루미의 정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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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의 정원 신간, 김윤선 작가 에세이 <오늘부터 채식주의>는 육식 위주의 식단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공존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안내서다. 저자 김윤선은 2006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자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도심 속 요가원인 '니콜의 비건 플로우 요가 스튜디오'를 운영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2000년부터 채식을 시작해 2009년 온전한 비건의 삶으로 접어든 그는 자연과 동물의 공존을 염원하는 고양이 집사이기도 하다. 앞서 출간한 <로맨스보다 예술>, <감정 상하기 전 요가>, 시집 <절벽수도원>, <가만히 오래오래> 등에서 보여준 특유의 담백하고 서정적인 문체는 이번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내가 먹는 한 끼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단단한 식탁 철학을 다루며 무해하고 따스한 삶의 방식을 찾는 독자에게 훌륭한 통찰을 제공한다.


책은 총 4부로 나뉘어 채식에 얽힌 일상, 역사, 실용적인 요리법을 아우른다. 1부에서는 식탁 너머의 생각들을 다루며 매일 마주하는 식재료의 추억을 짚어본다. 12쪽 '가지가지 귀한 가지' 편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던 매콤한 양념의 가지 찜을 회상하는 장면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2부에서는 피타고라스, 호아킨 피닉스, 톨스토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폴 매카트니 등 널리 알려진 채식주의자들의 궤적을 쫓는다. 88쪽 동물의 내장을 자신의 내장에 묻는 죄를 지적하며 살아있는 소 대신 밀가루와 꿀로 소 모양 케이크를 제단에 바친 피타고라스의 일화는 흥미를 돋운다.


3부 '오리 생각' 편에서 저자가 호숫가 버드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요가 비틀기 동작을 할 때 오리 떼가 진지하게 쳐다보던 일화는 모성과 고통을 느끼는 생명의 신비함을 전한다. 4부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비건 레시피로 채워졌다. 메밀소바는 가쓰오부시 대신 백김치 국물과 간장으로 채수 쯔유를 만들어 여름밤의 식욕을 돋운다. '당근 하나로 김밥'은 채 썬 당근을 볶아 간장, 식초, 고추냉이 소스에 찍어 먹는 신선한 조합 & 맛깔나는 색감을 선보인다. 264쪽 '케일 쌈밥'은 데친 케일에 으깬 두부와 간 토마토를 섞은 쌈장을 얹어 건강한 감칠맛을 낸다.


<오늘부터 채식주의>가 제시하는 나와 우리, 지구가 평화로이 공존하는 법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고 다정한 발걸음에서 출발한다.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나가 제철 채소를 고르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감각하는 일이 그 시작이다. 요리할 때는 식재료가 품고 있는 태양, 바람, 비, 농부의 수고로움을 헤아리며 버려지는 부분이 없도록 알뜰히 다듬어 식탁에 올린다. 유기농 채소 잎사귀에 붙어 있는 작은 벌레를 털어내며 미안한 마음으로 길가의 개미 한 마리도 밟지 않으려 발걸음을 조심하는 태도는 뭇 생명을 향한 존중을 일깨운다. 매끼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맹세보다는 일주일에 단 며칠이라도 동물성 단백질을 배제한 채소 위주의 식단을 꾸려보는 유연한 시도가 중요하다. 소박한 실천들은 내 몸을 맑게 돌보는 것을 넘어 과다한 온실가스를 줄이고 동물들의 불필요한 희생을 막아준다. 종국에는 지구라는 커다란 생태계 안에서 모든 생명체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연대로 이어진다.


비건이거나 비건이 아니더라도 이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이 책은 탁월한 길잡이가 된다. 무결점의 채식주의를 강요하기보다 생명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부드럽게 바꾸어 놓는다. 육식 위주의 현대 사회에서 환경과 동물을 배려하는 식습관은 결국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김윤선 작가가 다듬어 놓은 사려 깊은 문장들을 따라가며 스스로에게 건강한 한 끼를 대접하다 보면.. 어느새 일상에 스며든 건강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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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근쌤의 인생신당 - 가장 단단하고 따뜻한 삶의 응원
정호근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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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신간 <인생신당>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를 담은 에세이다. 저자 정호근은 1983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선덕여왕>, <허준>, <광개토태왕> 등 이름난 사극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명배우였다. 2014년 11월 돌연 무속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현재 4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정호근쌤의 인생신당'을 운영하며 영적 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최근 MBN <특종세상>을 비롯한 인터뷰를 통해 무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가족사와 남모를 고충을 털어놓으며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뒤로하고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무속인이 된 그의 오랜 관찰과 통찰이 책 전반에 빼곡히 녹아 있다.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전하는 다정한 문장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데 탁월한 힘을 발휘한다.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흔들림 없는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인생신당>은 총 5부로 나뉘어 인생, 성공, 인간관계, 삶과 죽음의 경계에 관한 지혜를 전한다. 1부 시작부터 기러기 아빠로서 떨어져 지내며 겪었던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을 고백하며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좁은 신당 문을 두드리는 수많은 사연을 통해 얄팍한 성공의 잣대, 탐욕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인간 군상의 민낯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저자는 106쪽에서 어떤 일을 하든 기쁜 마음으로 대하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인생이라 정의한다. 돈이 넘쳐도 매일이 지옥인 자산가와 가진 것 없어도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살아가는 평범한 가족의 대비를 통해 진정한 행복의 기준을 묻는다. 인생이라는 홀로 걷는 길 위에서 만나는 인연들을 진심으로 소중히 대하라는 조언은 각박한 일상에 잔잔한 울림을 준다. 공허함을 다스리는 핵심은 과한 욕심을 줄이는 것이라며.. 사랑도 성공도 관계도 결코 영원히 내 손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함을 일깨운다. 183쪽 죽음 역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자연법칙일 뿐이므로 지금 이 순간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내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 정호근의 실제 삶은 한 편의 비극적인 드라마와 같았다. 친할머니부터 이어진 신의 굴레는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과거 두 아이를 가슴에 묻는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겪어야 했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복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리며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나들었다. 노승의 입을 빌린, 쉰한 살 무렵 무당이 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가혹한 운명의 경고 앞에서 그는 좌절했다. 피할 수 없는 파도처럼 신병이 밀려오고 배우로서의 삶마저 한계에 부딪혔을 때 비로소 신의 부름을 받아들였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신의 바다에 기꺼이 몸을 던지겠다는 결단이었다. 삶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사실은 오랫동안 외면해 온 내면의 목소리와 반복되는 신호가 있었다는 뼈아픈 깨달음은 그를 영적인 조언자, 카운슬러의 궤도로 이끌었다. 무속인의 운명을 함께 짊어졌던 여동생마저 작년에 먼저 떠나보내는 시련 속에서도 타인의 아픔을 달래는 일에 매진하는 그의 행보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신당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은 우리에게 분명하고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묻는다. 삶을 결정짓는 것은 정해진 팔자나 운명보다 그 인생을 어떻게 다루고 가꾸느냐는 본인의 굳건한 의지와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것. 최고나 화려함만을 좇으며 자신을 볶아치는 어리석음, 분에 넘치는 욕심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 애초에 내가 통제하고 선택할 수 없는 것들에 신경 쓰며 고통받는 대신 자신의 그릇에 맞는 '편안한 욕심'을 가져야 비로소 마음이 평온해진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처럼 인생은 결국 당신 손에 달려 있다. 절망의 늪에 빠져 홀로 웅크리고 있을 때조차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나의 단단한 마음가짐이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 길을 잃고 공허함에 빠지기보다 내면의 진실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늘 하루를 묵묵히 살아내는 것.. 그것이 <인생신당>이 우리에게 쥐여주는 생의 점사, 다정한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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