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여인의 선물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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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에 도착한 가장 관대한 은총

다산책방 신간, 미국 문학의 거장 데니스 존슨의 유작 <바다 여인의 선물 The Largesse of the Sea Maiden>은 간암 투병 중이던 작가가 임종 직전에 완성하여 2018년 사후 출간된 기념비적인 소설집이다. <스토너> 등을 우리말로 옮긴 김승욱 번역가의 세밀하고 유려한 번역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이 책은 출간 직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버락 오바마 선정 올해의 책, 뉴욕타임스 비평가 선정 최고의 책에 등극하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생전 "그 무엇도 건드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두어야 한다"라는 유언과 함께 출판사에 넘겨진 이 원고는 돈 드릴로 등 동료 작가들로부터 "단어 하나하나가 독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가격하는 천재"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죽음이라는 필멸의 운명을 목전에 두고도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기이하고도 자비로운 '선물(Largesse)'의 의미를 서늘한 유머와 헤밍웨이에 비견될 정교한 문장으로 그려낸 압도적인 마스터피스다.


상실과 구원의 경계를 맴도는 5편의 이야기

1. 바다 여인의 선물 (The Largesse of the Sea Maiden)

  • 등장인물: 빌 휘트먼 (성공한 광고 카피라이터), 토니 (투신자살한 지인)

  • 샌디에이고에서 골프 리조트 브로슈어를 쓰며 살아가는 중년의 빌이 자신의 과거와 지인들의 죽음을 두서없이 회고한다. 1974년 132미터 높이의 다리에서 투신자살한 '토니'의 에피소드가 기묘한 여운을 남긴다. 장례식에 참석해서도 애도하기보다 글쓰기 소재를 메모하는 화자의 모습은 인간의 속물성과 서서히 퇴색해 가는 기억의 씁쓸함을 날카롭게 도려낸다.

2. 아이다호의 별빛 (The Starlight on Idaho)

  • 등장인물: 마크 카산드라 (캐스)

  • '스타라이트 재활 센터'에 수용된 중증 알코올 중독자 캐스가 의사를 넘어 사탄에게까지 마구잡이로 편지를 쓰는 소설이다. 38구경 권총에 갈비뼈를 맞았던 처참한 과거를 고백하며 "나는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라고 뇌까리는 그의 독백에서.. 절망의 진흙탕 속에서도 역설적으로 번뜩이는 기괴하고도 질긴 생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3. 교살자 밥 (Strangler Bob)

  • 등장인물: 딩크 (18세의 화자), 교살자 밥

  • 1970년대 초반, 18세 소년 딩크가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되어 겪는 끔찍한 일주일을 다룬다. 아내를 죽인 '교살자 밥'은 10대 소년들에게 섬뜩한 예언을 남기고 이는 서서히 현실이 된다. 범죄와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밑바닥 인생들의 타락을 저자 특유의 건조한 시선으로 포착했다.

4. 무덤 위의 승리 (Triumph Over the Grave)

  • 등장인물: 나 (작가), 다시 밀러, 링크..

  • 1.8미터 길이의 날개를 가진 빨간 머리 독수리 떼가 시체를 파먹는 끔찍한 환영을 보는 화자, 폐암이 뇌로 전이되어 간호사에게 "한 달도 안 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 '다시'. 초반부터 로버트의 심장 발작을 알리는 여인 낸의 전화가 이후 이어질 죽음의 릴레이를 예고한다. 과연 무수히 늘어선 무덤과 비석들 위로 승리와 영광은 존재할 수 있을까? 폭우가 몰아치는 집 밖을 헤매다가 곧장 죽음으로 돌입하는 링크의 비장함, 몰핀을 거절하고 고통을 견디는 그의 짧고도 긴 투쟁을 지켜보는 화자의 모습이 치가 떨릴 정도로 생생하다. 머무르고 스치는 죽음의 양상을 지켜보며 "이 글을 읽을 무렵 나는 어떨지 모른다"라고 적어 내린 화자의 독백은, 실제 병상에 있던 작가의 삶과 겹쳐지며 지독한 전율을 선사한다.

5. 도플갱어, 폴터가이스트 (Doppelgänger, Poltergeist)

  • 등장인물: 케빈 해링턴 (교수), 마커스 에이헌 (시인 제자)

  • 시인 마크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산된 쌍둥이 형제 '제시 가론'의 환생이 자신이라 믿으며 병적으로 집착하는 서사다. 특히 낡은 첼시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명배우 피터 오툴과 우연히 갇혔던 순간, 9.11 세계무역센터 테러 뉴스가 들려오는 기묘한 병치는 개인의 강박과 시대의 비극을 엮어내는 거장의 기막힌 솜씨를 증명한다.


데니스 존슨: 미국 문학이 앓았던 지독하고 아름다운 열병

1949년 독일 뮌헨 출생. 2017년 간암으로 타계했다. 20대 시절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치명적인 방황을 겪었으나, 이 파괴적인 경험을 자양분 삼아 사회 변두리로 밀려난 약물 중독자와 부랑자들의 삶을 구원과 시적 은총의 무대로 뒤바꾸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확립했다. 단편소설집 <예수의 아들 Jesus' Son>로 천재 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베트남전을 다룬 <기차의 꿈 Tree of Smoke>으로 2007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존슨은 후배 작가들에게 "잉크가 마치 피처럼 소중한 것이니, 피로 쓰듯 글을 써라"라고 조언했으며, 그의 마지막 유작인 이 책은 그 철칙이 집대성된 위대한 문학적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얼굴을 내리치는 진실, 핏빛 잉크로 써 내려간 마지막 눈짓

죽음을 앞둔 작가가 마지막으로 따라준, 지독하게 독하지만 영원히 미각을 맴도는 진한 버번위스키 한 잔을 스트레이트로 마신 듯한 몽롱한 기분.. 데니스 존슨의 유작 <바다 여인의 선물>을 덮고 나면, 활자 위를 부유하던 죽음의 냄새와 생의 찬란함이 뒤섞여 기묘한 잔향을 남긴다. 간암으로 죽어가던 병상에서 그가 남긴 이 다섯 편의 소설은 유언장에 쓰인 회한의 고백이나 도덕적 반성문이 아니다. 오히려 삶이라는 무자비하고도 이해할 수 없는 폭주 기관차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의 늙어감과 상실을 목격하고 버텨내는가를 담담히 증언하는 처연한 기록이다.


동료 작가의 평론처럼, 이 책 속의 단어 하나하나는 읽는 이의 얼굴을 정면으로 가격하며 이렇게 소리치는 듯하다. "자, 이게 전부야. 삶의 허무함, 공허함, 진실은 바로 이것이야!" 존슨의 세계는 흠결 많은 밑바닥 인생들과 서서히 망실되어 가는 노인들로 가득하다. 〈아이다호의 별빛〉의 중독자 캐스는 사탄에게 편지를 쓰며 절망의 밑바닥에서 허우적대고, 〈무덤 위의 승리〉의 다시 밀러는 1.8미터 날개를 펄럭이며 시체를 파먹는 붉은 머리 독수리 떼의 환각에 시달린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는 친구의 모습은 임종을 턱밑에 둔 작가 자신의 육신과 오버랩되며 그 어떤 허구보다 섬뜩한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허나 저자는 이들의 비루한 삶을 동정하거나 섣부른 구원으로 포장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인간이란 존재의 속물성과 파편화된 기억의 쓸쓸함을 담담히 바라볼 뿐이다. 놀라운 것은 그 건조한 시선의 끝에 어김없이 번뜩이는 '시적 은총'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죽은 쌍둥이 형제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도플갱어, 폴터가이스트〉의 마커스 에이헌을 통해 인간이 상실을 딛고 서기 위해 어떻게 각자의 환상을 기꺼이 끌어안는지를 묵묵히 보여준다.

"잉크가 너무 귀해서 한 글자도 낭비할 수 없는 것처럼, 핏방울로 글을 써라." 평생을 바쳐 지켰던 존슨의 이 고집스러운 원칙은 죽음의 문턱에서 기어코 최후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죽은 사람이 아니지만... 여러분이 읽을 무렵에는 어떨지 모른다"


는 소설 속 문장은, 육체는 소멸할지언정 텍스트로 영원히 살아남아 독자와 마주하겠다는 저자의 오싹하고도 위대한 '무덤 위의 승리' 선언이다.


데니스 존슨은 책의 제목에 'Largesse(관대한 선물, 아낌없이 줌)'라는 단어를 새겨 넣었다. 폭력과 고통으로 얼룩진 형벌 같은 세계 속에서도 뜻밖에 마주치는 유머와 연민, 환상의 순간들이야말로 삶이 내어준 무상의 선물임을 역설한 것이다. 값싼 위로를 던지지 않고도 죽음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순도 높은 문장들로 생을 긍정하게 만드는 마법. 이것이 바로 우리가 무덤 너머에서 보내온 거장의 마지막 눈짓을 아프게.. 그러나 가장 뜨겁게 껴안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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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위의 만찬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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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신간, 이용재 평론가 지음 <필름 위의 만찬>은 17년 차 음식 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과 해박한 지식이 스크린 위로 펼쳐지는 흥미로운 안내서다.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 건축 대학원을 졸업한 저자는 애틀랜타의 건축 회사에서 일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이후 음식 평론가이자 번역가로 전향하여 조선일보, 한국일보, 에스콰이어 등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며 전문성을 입증했다. <외식의 품격>, <한식의 품격>, <냉면의 품격> 등 한국 식문화 비평 연작을 비롯해 <조리 도구의 세계>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고, 세계적인 요리책 <실버 스푼>, <뉴욕의 맛 모모푸쿠> 등을 번역하며 자신만의 영역, 스타일을 구축했다.


최근 여러 채널을 통해 영화를 미식의 관점으로 해체하는 시도를 선보인 그는 이번 저서에서 음식을 매개로 명작을 기억하는 감상법을 제안한다. 잘 다듬어진 문장과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책은 독자에게 허기와 욕망, 불안과 공감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환기하며 익숙했던 장면마저 신선하게 되살려내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스크린에 깃든 욕망과 억압의 미학

책은 크게 욕망과 허기, 권력과 기만, 불안과 위로, 공감과 우정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나뉘어 서사 속 식음료의 상징을 탐구한다. 1부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나홍진 감독의 2010년 개봉작 <황해>에 등장하는 처절한 먹방이다. 타향살이의 설움과 쫓기는 자의 본능이 응축된 구남(하정우 분)의 식사 장면, 특히 여러 장의 김을 한꺼번에 입에 욱여넣는 퍼포먼스는 단순한 섭취를 넘어 생존을 향한 맹렬한 욕망을 보여준다. 추가로 황해 편의점 정식, 감자 먹방에 대한 나름의 독창적인 견해를 내놓는다. 후반부 면정학 일당들이 빈집에서 커다란 뼈다귀를 뜯고 곯아떨어지는 장면은 이후 벌어질 잔혹한 칼부림 학살 이전의 정적이고 평화로운 잠시를 보여주는 것이리라.

음식은 때로 폭력과 억압의 도구로 변모하기도 한다. 박찬욱 감독의 2003년 작품 <올드보이>에서 오대수(최민식 분)가 1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영문도 모른 채 갇혀 먹어야만 했던 중국집 군만두가 그 적나라한 예다. 바삭함과 기름기를 머금은 튀김만두는 누군가의 일상을 통제하고 파괴하는 소름 돋는 장치로 작용하며 관객의 뇌리에 각인된다.


권력의 쟁취부터 따스한 연대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식음료는 인물의 성격과 상황을 지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2006년 새롭게 리부트 된 007 시리즈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 분)가 주문하는 '베스퍼 마티니'는 긴장감 넘치는 도박장의 주도권을 단숨에 가져오는 권력의 표상이다. 반면 2022년 화제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등장하는 '에브리씽 베이글'은 세무 조사와 이혼 위기라는 엉망진창인 현실 속에서 다중 우주의 막대한 짐을 짊어진 에블린(양자경 분)의 허무와 혼란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독보적인 오브제다.

이러한 매개체는 계층과 인종의 벽을 허무는 연대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피터 패럴리 감독의 2018년 영화 <그린 북>에서 거친 이탈리아계 백인 운전사 토니(비고 모텐슨 분)와 엘리트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분)가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을 나눠 먹는 장면은 흑백 분리주의 시대의 편견을 가로지르며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따스한 분기점을 만들어낸다.


스크린을 장악한 관능과 기묘한 미식의 향연

책이 안내하는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나만의 영화 속 만찬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18년 개봉작 <어느 가족>에 등장하는 뜨끈한 나베 국수 장면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비가 쏟아지는 날, 누추하고 허름한 집안에서 오사무(릴리 프랭키)와 노부요(안도 사쿠라) 부부가 냄비를 마주하고 국수를 나눠 먹다 맹렬한 정사로 이어지는 신이다. 바닥을 뒹굴다 자칫 솥단지를 엎는 것은 아닐까 조바심이 날 정도로 격렬하고 에로틱한 이 장면은 식욕과 성욕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절묘하게 교차하며 에로틱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가브리엘 액셀 감독의 1987년 작품 <바베트의 만찬>이 선사하는 기묘하고도 성스러운 정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금욕적이고 청교도적인 덴마크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프랑스 최고 셰프 출신인 바베트가 복권 당첨금을 모두 쏟아부어 차려낸 일생일대의 요리는 예술에 가까운 경지를 보여준다. 시각을 압도하는 미식의 향연이 딱딱하게 굳어 있던 마을 사람들의 경계를 허물고 영혼을 구원하는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반면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1989년 영화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는 요리를 가장 잔혹한 복수극의 도구로 비튼다. 폭력적인 남편이자 도둑인 알버트에게 연인을 잃은 아내 조지나가 요리사 리차드와 공모하여 연인의 시신을 거대한 오븐구이로 만들어 남편에게 먹이는 결말은 가히 충격적이다. 식탐과 탐욕, 인간의 추악한 이면을 기괴한 색채와 미장센으로 그려낸 이 인육 만찬은 미식이라는 행위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파괴적인 은유를 제시한다.


미식 평론가의 눈으로 재구성한 시각적 체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마치 짜임새 있는 코스 요리를 대접받은 듯한 포만감이 밀려온다. 저자는 한 끼의 식사에 담긴 인간의 다층적인 심리를 건축학도 출신 특유의 정밀한 시선으로 해체하고, 미식 평론가의 풍부한 감각으로 다시 직조한다.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코끝을 맴도는 요리의 냄새를 텍스트로 맡고 싶은 독자와 시네필 모두에게 <필름 위의 만찬>은 스크린 위 이미지를 새로운 감각으로 번역해 주는 특별한 장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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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을 모으는 내 아이의 첫 ETF -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절세 효과 만점의 ETF 투자법
미즈쑤(김수연)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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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향기 신간, 미즈쑤(김수연) 저자의 <1억을 모으는 내 아이의 첫 ETF>는 자녀 경제 교육의 실질적인 지침을 제공하는 책이다. 저자는 23년 차 직장인이자 미국 회계사이며 현재 독일계 회사 재무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금융 전문가다. 전작 <이제 막 복직한 김 과장에게>, <직장인 연금저축으로 1억 모으기> 등을 통해 직장인과 부모의 현실적인 재무 관리를 조언해 왔다. 저자는 자신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가감 없이 공개하며 읽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초등학생도 단숨에 이해하는 맞춤형 경제 용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어렵게 느껴지는 금융 용어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주식 시장의 다채로운 종목이 담긴 ETF를 사과와 바나나 등 여러 과일을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과일 도시락'에 비유한다. 또한 지수(Index)는 '우리 반 전체 성적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성적표'로 설명하며 거래량은 '이 도시락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 알려주는 숫자'로 명쾌하게 정의한다. 아이에게 경제를 가르치고 싶어도 용어 설명부터 막막했던 부모들에게 접근하기 쉬운 길잡이가 되어준다.


부자 DNA를 심어주는 구체적인 실천 사례

책은 이론에 머물지 않고 일상에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특히 무제한 신용카드를 쓰는 중학생 아이의 에피소드는 부모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무작정 돈이나 카드를 쥐여주는 것은 올바른 경제 교육이 될 수 없다. 저자는 한정된 용돈 안에서 스스로 소비를 통제하고 선택/결정의 주체가 되는 훈련이야말로 진정한 경제 교육임을 강조한다. 통장에 찍힌 87원의 이자를 보며 예금의 한계를 깨닫고 자녀 명의의 투자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 역시 생생한 실전 팁을 제공한다.


사교육 대신 머니트리를 키우는 과감한 결단

한국 사회에서 부모로 살아가며 사교육의 불안감, 압박감에서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저자 역시 아이가 수학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을 때 불안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학원비로 쓰일 돈을 투자금으로 전환하여 아이만의 머니트리(Money Tree)를 심어주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당장의 성적표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어떻게 일하고 자라고 순환하는지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훨씬 가치 있는 유산이라는 것이다.


내 아이의 첫 투자로 ETF가 지니는 중대한 의미 & 목적

저자는 부모가 자녀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유산은 현금이 아니라 '돈을 다루는 감각'이라고 단언한다. 자녀 명의로 첫 ETF를 매수하는 행위는 돈을 단순한 소비의 수단이 아닌 성장의 도구로 인식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아이들은 부모가 모아준 주식을 보며 시간이 누적되어 자본이 스스로 증식하는 복리의 마법을 리얼하게 체험한다. 개별 기업의 파산 위험을 피하고 시장 전체의 성장에 탑재하는 ETF는 긴 시간이라는 아이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와 결합할 때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다. 결국 첫 ETF 투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히 계좌 잔고를 불리는 것을 넘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경제적 자존감 & 노하우를 길러주는 데 있다. 여기에 연금저축계좌와 ISA 계좌 등 절세 계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과세 이연 혜택까지 챙긴다면 아이의 미래를 위한 견고한 비빌 언덕을 완성할 수 있다.


<1억을 모으는 내 아이의 첫 ETF>를 읽고 나면 경제/투자 교육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주는 필수적이고 진지한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바다, AI/로봇/반도체 등 핵심 분야가 급속도로 팽창하는 현 경제 상황에서 아이가 표류하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나침반을 쥐여주고 싶은 모든 부모에게 이 책을 강력히 권한다. 실질적인 행동 지침과 확실한 솔루션을 동시에 안겨주는 실용적인 가이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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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그래픽 노블 : 그림자족의 추방자 전사들 그래픽 노블
에린 헌터 외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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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어린이 신간, 에린 헌터 판타지 소설 <전사들> 시리즈의 그래픽 노블 <그림자족의 추방자>는 무자비한 그림자족 지도자 브로큰스타의 폭정에 맞서는 나이트펠트와 원로 고양이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다루고 있어요. 천식으로 인해 이른 나이에 원로가 된 나이트펠트는 젊고 강한 고양이만 우대하는 비정한 규칙 탓에 진영 밖으로 쫓겨나게 된답니다. 그는 척박한 변두리에서 쫓겨난 늙고 병든 동료들을 이끌며 배고픔과 굶주린 여우의 습격 속에서도 결코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아요. 반면 브로큰스타는 너무 어린 새끼 고양이들(~포)마저 훈련병으로 내몰아 목숨을 잃게 만들고, 종족의 충실한 치료사 옐로팽에게 살해 누명을 씌워 쫓아내는 등 참혹하고 비정한 상황으로 내몰아요. 부당한 권력의 횡포 앞에서도 약자를 돌보며 끈끈하게 연대하는 나이트펠트와 원로들의 모습은 진짜 리더의 자격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요. 역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용기,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전사들 시리즈를 사랑하는 기존 팬들은 물론 새롭게 판타지 세계에 입문하는 어린이 독자 모두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어요!


저자 그룹 에린 헌터가 창조한 광활하고 야생적인 고양이들의 세계를 비주얼한 카툰으로 재탄생시킨 <전사들> 그래픽 노블 <그림자족의 추방자>는 텍스트로만 상상하던 그림자족의 암흑기를 손에 잡힐 듯 생생히 그려낸 특별한 작품이에요. 추방당한 원로 나이트펠트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제임스 L. 배리의 역동적인 작화가 이루는 훌륭한 조화가 돋보여요.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종족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브로큰스타의 잔혹한 통치 이념은 현실 세계의 비정함을 투영하며 우리들에게 의미 있는 화두를 던져요. 특히 힘이 빠지고 병든 원로들이 차가운 눈밭으로 밀려나 여우의 위협에 맞서 동료 풀클라우드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소외된 자들의 연대를 드라마틱 하게 보여준답니다.


종족 고양이들이 마침내 폭주하는 지도자에게 맞서며 그가 친아버지인 래기드스타를 비롯한 동족을 살해했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대목은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요. 책 말미, 동족을 위기로 내몬 전쟁광 브로큰스타가 래기드스타와 별족의 인정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되는 전개는 놀라우면서도 다소 부당하게 느껴진답니다. 반면 핍박받는 그림자족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정의를 행사한 나이트펠트가 정작 별족들에게 완전한 승인을 받지 못하는 애매하고 아이러니한 상황은 아쉬움과 억울함을 자아내요.


과연 큰 상처를 입은 그림자족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나이트펠트는 시련을 딛고 동족의 온전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살아남은 브로큰스타는 클로페이스 등과 힘을 합쳐 훗날 어떤 방식으로 끔찍한 복수를 향해 움직일까요? 그래픽 노블 <그림자족의 추방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남기며 화려한 액션 장면 위주로 흘러가기 쉬운 만화의 한계를 넘어 등장인물들의 갈등, 투쟁을 탄탄한 서사로 엮어냈어요.


텍스트의 장벽을 낮추고 속도감 있는 연출을 더해 평소 글밥이 많은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단숨에 빠져들 수 있는 매력적인 판타지 도서랍니다. 잔혹한 폭력, 온갖 시련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트펠트의 조용한 카리스마를 통해 참된 리더십의 가치를 깨닫게 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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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람 엄금 엄금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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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이자 추리 소설가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치넨 미키토 메디컬 미스터리를 넘어 모큐멘터리 호러라는 새로운 장르에서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저자는 <가면병동>이나 아메쿠 타카오 시리즈 등 전작에서 보여준 치밀한 의학적 지식과 인간 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바탕으로 신간 <열람 엄금>에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교묘하게 무너뜨린다. 출간 전부터 일본 독서 미터 '읽고 싶은 책'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신문 기사, 진단서, 범행 현장 지도, 기괴한 스케치 등 시각적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취한다. 이는 독자가 단순한 관찰자를 넘어 실제 엽기적인 범죄의 1급 기밀문서를 직접 들여다보는 듯한 강렬한 체험을 선사하며 텍스트가 주는 공포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덕분에 실제 사건을 취재하고 조사하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며, 끝까지 팽팽한 텐션을 느끼며 술술 읽을 수 있다.


작품의 중심에는 대낮 도쿄 다마시 축제 현장에서 도끼를 휘둘러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프리랜서 작가 야에가시 신야가 있다. 이야기는 정신 감정 전문의 우에하라 가스미가 나흘에 걸쳐 그를 면담하는 인터뷰 기록으로 전개된다. 야에가시가 남긴 진료 기록과 극단적인 발언들은 그가 앓고 있는 극심한 피해 망상과 환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계속 감시당하고 있다", "곳곳에 있었던 눈"이라는 야에가시의 증언과 수많은 눈알이 그려진 기괴한 스케치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선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을 자극한다.


서로를 감시하도록 설계된 비밀 연구소의 도면이나 정체불명의 여자가 배달한 캔 커피 사진 등 중간에 삽입된 사진 자료, 기사들은 야에가시의 망상이 단순한 정신 질환의 산물인지 아니면 실재하는 기이한 현상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든다.


<열람 엄금>의 가장 충격적인 에피소드는 텍스트의 후반부에 도사린다. 엽기 살인마를 분석하던 정신 감정 전문의 우에하라 가스미가 어느 순간 니시아자부 상가 건물 방화 대량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전락하여 또 다른 정신과 전문의인 우카가미 하루코에게 심문을 받는 구조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관찰자와 피관찰자,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 기막힌 반전은 서사가 쌓아 올린 불안감을 단숨에 폭발시킨다. 광기를 들여다보던 이가 결국 광기에 전염되고 침해되는 듯한 묘사는 치넨 미키토가 짠 정교한 덫에 걸려들었음을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 <열람 엄금>이 선사하는 공포의 핵심은 책을 읽는 이들마저 서사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영리한 설계에 있다. 책 말미.. 검은 배경 위로 선명하게 찍힌 "난 늘 당신을 보고 있어."라는 문장처럼 소설은 페이지 밖의 현실을 향해 섬뜩한 시선을 던진다. 타인의 광기와 비극이 담긴 비밀스러운 문서를 훔쳐보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관음증적 작용을 일으키며 어느새 독자들은 수많은 눈알로 이루어진 괴물 즉 '도메키의 눈'의 일원이 되어버린다. 방관하는 태도로 페이지를 넘기던 이들은 자신이 이 기괴한 정신적 실험에 동참한 가해자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는 꺼림칙한 실감에 빠지게 된다.


텍스트를 읽는 행위 자체가 금기를 깨는, 발칙하고 도발적인 유희가 되는 작품이다. 책의 서두에 명시된 "이 기록은 여러분에게 예기치 못한 정신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경고문은 가벼운 수사가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불길한 테마 그 자체다. 누군가의 내면을 텍스트라는 안전한 매개체를 통해 엿본다고 믿었던 우리는 책을 덮는 순간.. 자신 역시 그 기이한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여운에 사로잡힌다.


치밀하게 짜인 심리 스릴러이자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하는 장르 소설을 찾는 이들에게 지체 없이 권할 만한 결과물이다. 권말에 예고된 대량 살인사건의 씨앗이 되는, 치넨 미키토의 다른 소설 <스와이프 엄금>에 대한 기대감 역시 이 책이 남기는 또 다른 흥미로운 떡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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