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포인트 - 그저 행동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올바른 말을 해야 한다
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혜진 옮김, 배세진 해제 / 우중몽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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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의 『제로 포인트』가 기후위기와 포퓰리즘 같은 동시대의 불안을 어떻게 해석할지 기대됩니다. 지젝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해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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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아파트 3 - 소곤소곤 숲의 요괴 요괴 아파트 3
도미야스 요코 지음, 야마무라 고지 그림, 고향옥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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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어린이 신간, 도미야스 요코 작가의 흥미진진한 글과 야마무라 고지 작가의 개성 넘치는 그림이 만난 <요괴 아파트 3권: 소곤소곤 숲의 요괴> 소개할게요. 푸른들 아파트 3단지 B동 지하 12층에는 아주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가족이 살고 있답니다. 거인할배, 먹보할매, 아빠 머리커, 엄마 길쭉이, 삐딱이, 외눈이, 마음이까지 일곱 식구는 인간들 틈에 섞여 아파트 생활을 시작한 요괴 가족이에요. 여기에 푸른들 아파트 관리소장 나해결, 시청 지역 공생과 직원 진정한, 여신희 같은 다채로운 인간 이웃들이 등장해 요괴들의 인간 세계 정착, 공생을 도와요.


인간 사회에 적응하려는 요괴 가족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규칙은 79페이지에 등장하듯 바로 이웃은 잡아먹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인간을 덥석덥석 잡아먹고 싶을 때마다 규칙을 떠올리며 꾹 참는 먹보할매의 모습이나, 서로를 타일러주는 요괴들의 엉뚱한 대화가 절로 웃음을 자아낸답니다.

평화롭던 아파트 인근 소곤소곤 숲에 새로운 주택 단지 개발이 시작되면서 요절복통 흥미진진한 소동이 벌어져요. 정체 모를 으스스한 목소리가 돌아가라고 속삭이며 인부들을 겁주고 급기야 하늘에서 날아온 거대한 통나무가 현장 감독의 엉덩이를 퍽 때리는 사건이 발생하지요. 비명을 지르며 쩔쩔매는 어른들의 모습과 소리 없이 날아드는 통나무 에피소드는 으스스 무섭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배를 잡고 웃을 만한 포인트랍니다.


소곤소곤 숲을 지키려는 으스스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우리가 아는 메아리가 아닌 '매아리'라는 낯선 이름의 요괴였어요. 책을 읽다 보면 털북숭이 분홍 사자의 모습을 한 매아리의 진짜 정체가 밝혀진답니다. 아주 오랜 옛날 영주의 사냥터였던 이곳에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여우들의 영혼이 뭉쳐서 만들어진 정령이었지요. 외눈이, 마음이 남매는 덤불 뒤에 숨어있는 매아리를 발견하고는 어른들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숨겨주기로 결심해요.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소중한 터전을 잃게 될 매아리의 외로움,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했기 때문이랍니다. 요괴 가족 역시 원래 살던 자연을 떠나 낯선 아파트로 이사를 와야 했던 처지라 보금자리를 잃는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것이지요.


<요괴 아파트 3권: 소곤소곤 숲의 요괴>는 으스스한 요괴 판타지 속에 인간과 요괴, 자연이 어떻게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지 따뜻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책이에요. 겉모습은 무시무시하고 기괴해 보여도 그 속에 담긴 이웃을 향한 배려와 끈끈한 가족애가 잔잔한 감동을 준답니다. 마지막 요괴들과 매아리가 어우러져 한바탕 흥겨운 댄스타임이 펼쳐지는 장면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에요.


야마무라 고지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삽화들이 이야기와 찰떡같이 어우러져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해요. 낯설고 기이한 존재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환경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일깨우고 싶다면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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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
이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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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덤하우스 신간, 이수 에세이 <그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는 상처투성이 과거를 딛고 세상과 화해하는 과정을 담은 진솔한 기록이다. 저자 이수는 아동학대, 주민등록 말소, 부모의 방치라는 가혹한 어린 시절을 견뎌낸 생존자이자 현재 제주에서 활동하는 2030 세대 대상 여행 프로젝트 '이수 투어'의 크리에이터다.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기 돌봄 여행 멘토로 활약하며 대중들과 소통해 온 그녀는 이번 책을 통해 자신만의 단단한 치유와 성장의 궤적을 보여준다. 비극적인 과거에 얽매여 동정을 구하지 않고 여행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타인의 온기를 보듬어 스스로를 껴안는 긍정적인 태도가 돋보인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다시 나아갈 용기를 주는 따뜻한 안내서다.


저자의 삶은 탈출과 유랑, 정착의 지난한 서사다. 폭력이 난무하던 집을 벗어나기 위해 2012년 1월 1일 떨리는 마음으로 지하 방 창문 틈으로 가방을 빼내고 쉼터로 향했던 63페이지의 결단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날갯짓이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게임에 빠져 무책임했던 가족들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한 몸부림. 책의 1장은 그 혹독했던 시절과 엄마에게서 도망쳐야 했던 아픈 기억을 덤덤히 풀어낸다. 이후 여행사 면접장에서 쉼터 입소자로서 가장 원했던 것이 거창한 시설이 아닌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식탁'이었다는 고백은 가족의 온기가 그녀에게 얼마나 절실했는지 짐작게 한다. 이후 해외 선교 활동을 통해 비행기를 타며 처음으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감각을 뼈저리게 체험한다. 2장과 3장을 거치며 저자는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다정한 눈빛과 배려를 통해 오랜 결핍을 채워나간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부모 역시 부모 역할이 처음이었던 나약한 인간이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장면은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진정한 독립의 순간을 보여준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은 우리에게 후회 없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불행의 시간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205페이지.. "불행을 모르는데 어떻게 진짜 행복을 알아볼 수 있을까"라는 문장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불행 속을 지나며 살아간다. 과거의 상처, 트라우마에 발목 잡히지 않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려면, 내 안의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마주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적극적인 자기 돌봄 & 위로가 선행되어야 한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니라 세상의 따뜻함을 발견하고 나를 사랑하는 법을 연습하는 치유의 과정이다.


저자가 제주라는 낯선 공간에 뿌리를 내리고 다른 이들의 여행을 이끄는 크리에이터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여 진짜 행복을 알아보는 안목을 길렀기 때문이다. 타인과 세상을 향해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마침내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게 된 그녀의 고백은 현재를 힘겹게 버텨내는 모든 이들에게 값진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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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낮잠
브라이언 라이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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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데콧 명예상 수상 작가 브라이언 라이스가 짓고, 서현정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긴 그림책 <고양이의 낮잠>은 단순한 동화책을 넘어 다양한 미술관을 탐험하는 작품이랍니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그는 보스턴 미술관 학교에서 수학한 이력을 바탕으로 예술과 상상력을 결합한 독창적인 세계를 그려냈어요. 작가는 자신의 반려묘인 러시안블루 & 샴 믹스묘 '딜런'이 외출 후 수염에 거미줄을 잔뜩 묻히고 돌아온 일화에서 영감을 얻어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해요. 전작 <에번의 개>나 박쥐 시리즈에서 보여준 섬세한 묘사와 서정적인 분위기가 이번 작품에서는 다채로운 미술사 탐험으로 경이롭게 확장되었답니다.


붉은 노을이 비치는 거실, 평화롭게 잠을 자던 아기 고양이 딜런이 사각거리는 생쥐를 발견하며 이야기가 시작돼요. 생쥐를 쫓아 벽에 걸린 2006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집트 유물전 포스터로 뛰어든 고양이는 놀라운 시공간 초월 모험을 마주하게 됩니다. 기원전 이집트의 부조 벽화 속으로 들어간 고양이는 상형 문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고, 14세기 프랑스 왕비 잔 데브뢰의 기도서 속에서는 낯선 자를 잡으라고 소리치는 왕과 병사들을 피해 달아나죠. 멕시코의 구운 도자기 개를 만나 잔뜩 겁을 먹기도 하고, 페트루스 크리스투스의 유화 <젊은 여성의 초상> 속 딸기를 먹는 소녀 앞을 쏜살같이 지나가기도 한답니다. 화려한 색감의 성 안토니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깨뜨릴 듯 넘나드는가 하면.. 아프리카 바울레족의 목조 가면 위에서 까마귀에게 길을 묻거나, 조지아 오키프의 풍경화 <검은 곳 II>를 지나는 추격전이 리얼하게 펼쳐져요.


정신없이 아홉 점의 예술 작품들을 넘나들던 고양이는 어느 순간 생쥐도 먹이도 없는 낯선 공간에서 길을 잃었다는 무서운 사실을 깨닫고 덜컥 외로움에 빠진답니다. 다행히 쥐를 몰아낸 고양이를 향해 환호하는 이집트인들 덕분에 좁고 먼지 낀 문을 열고 나와 마법처럼 원래의 따뜻한 거실로 돌아오게 돼요. 이처럼 액자 안팎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구성은 독자들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새로운 전시실의 문을 여는 듯한 신선함, 감동을 느끼게 한답니다.


<고양이의 낮잠>이 지닌 특별한 매력은 삽화가 컴퓨터 그래픽을 거친 디지털 작업이 아닌 100% 아날로그 방식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이에요. 작가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는 실제 작품들의 모조품을 직접 만들고, 그 안에 고양이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고되면서 매력적인 길을 택했어요. 유화와 아크릴 물감을 칠하는 것은 물론 실제로 금박을 입히고 점토를 빚어 도자기를 만들거나, 유리를 자르고 납땜하여 스테인드글라스를 직접 제작했답니다. 캔버스의 붓 터치부터 고대 유물의 갈라진 틈까지 입체적으로 표현된 그림들은 원작이 지닌 고유한 아우라를 책장 위에 생생하게 구현해 냈어요.


책 말미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사랑이 담긴 노력의 결실이자 상상력의 비행'이라고 찬사를 보냈듯.. 이 책은 예술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뜻깊은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일깨워요. 작가의 땀방울이 가득 녹아 있기에 어린이들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즐거운 놀이터가 되고, 성인들에게는 아름다움을 곁에 두고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아트북으로 다가온답니다. 시간을 초월한 명작들의 발자취를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현실로 돌아와 포근한 낮잠을 청하는 고양이 딜런의 온기를 흠뻑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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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팝니다 - 사랑받는 매장의 여섯 가지 리테일 전략
김용일 지음 / 시공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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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신간, 제일기획 리테일 디렉터로 15년간 현장을 누빈 김용일 저자의 <기억을 팝니다>는 오프라인 매장의 생존 전략을 인지 심리학과 마케팅 관점에서 엮어낸 책이다. 화려하게 만든 매장은 잊히고 오직 기억되는 매장만이 사랑받는 시대다. 저자는 오프라인 매장이 단순히 물건을 쌓아두는 진열의 장소가 아니라 브랜드를 체험하고 기억하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장을 예쁘게 꾸미는 방법 대신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를 묻는다. 이 책은 진열의 기술이 아닌 저자의 실전 노하우를 통해 소비자 머릿속에 각인되는 리테일 전략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도입부와 1장을 아우르는 핵심은 소비자가 매장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서울 외곽의 평범한 매장 방문 일화를 통해 특별할 것 없는 조명과 낡은 집기조차 어떻게 뇌리에 남는지 설명한다. 육중한 자동문 소리, 묘하게 낮은 온도, 고개만 살짝 숙여 인사하는 직원의 적절한 거리감은 튀는 요소 하나 없이 조화로운 인상을 형성한다. 소비자는 매장을 떠난 뒤 자신이 입어본 옷의 디테일보다 '편했다', '정신없었다'와 같은 단순한 한 줄의 감정을 남긴다. 사람들은 정보가 충분할 때보다 되려 모자랄 때 호기심을 느끼고 멈춰 선다.


2장이 다루는 소비자가 빈칸을 견디지 못하는 현상은 스스로 자기 이야기 & 맥락을 대입할 수 있는 '미완성의 여백'을 남겨두는 전략으로 이어진다. 긴 줄이 늘어선 식당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합류하는 '밴드왜건 효과'는 품질보다 확신의 분위기를 먼저 판매하는 행위다. 타인의 선택을 근거로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심리는 매장 앞 대기 줄마저 훌륭한 마케팅 도구로 탈바꿈시킨다.


3장에서는 기억을 고정시키는 감각의 법칙을 다룬다. 시각이 기대를 만들고 청각이 태도를 만든다면 촉각은 신뢰를 쌓아 최종 결정을 돕는다. 오프라인에서 신뢰는 고급 소재를 넘어선 물성으로 구축된다. 손에 닿는 순간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느낌이 직원의 그럴싸한 호객 행위보다 매장의 신뢰를 단번에 결정짓는다.

4장 & 5장은 심리적 기제가 실질적인 구매와 재방문으로 연결되어 브랜드로 완성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사람들이 진짜로 기억하는 것은 로고나 슬로건이 아니라 코너를 돌면 보이던 테이블, 계산대 앞의 리듬 같은 디테일한 장소다. 오프라인 리테일에서 브랜드는 이름이 아니라 좌표로 작동한다. 특정한 감정과 선택 방식이 결합된 공간적 표식은 소비자 입에서 "그 브랜드 가자"가 아닌 "거기 가자!"라는 말을 이끌어낸다. 자연스럽게 연장된 체류시간은 긍정적인 경험으로 치환되어 높은 재방문율을 만든다.


6장이 밝히는 오래가는 매장의 비밀은 화려함에 있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소비자의 선택 비용이 내려가는 곳이 살아남는다. 매번 설명하고 이벤트를 열어야 하는 곳과 달리 선택 비용이 낮아진 매장은 소비자가 더 빨리 이해하고 확신하며 적게 후회하는 디폴트 기본값이 된다. <기억을 팝니다>는 막연한 감에 의존하던 공간 기획을 기억하는 감정의 고정, 확신의 회로, 선택 비용이라는 논리적 언어로 풀어냈다. 


현업 마케터는 물론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라면 소비자의 뇌리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반드시 일독해야 할 책이다. 오픈런이 일상인 타인의 공간을 맹목적으로 벤치마킹하는 수준을 넘어.. 내 매장만의 고유한 서사를 설계하고 이를 기억시키려는 이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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