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근쌤의 인생신당 - 가장 단단하고 따뜻한 삶의 응원
정호근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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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신간 <인생신당>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를 담은 에세이다. 저자 정호근은 1983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선덕여왕>, <허준>, <광개토태왕> 등 이름난 사극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명배우였다. 2014년 11월 돌연 무속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현재 4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정호근쌤의 인생신당'을 운영하며 영적 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최근 MBN <특종세상>을 비롯한 인터뷰를 통해 무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가족사와 남모를 고충을 털어놓으며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뒤로하고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무속인이 된 그의 오랜 관찰과 통찰이 책 전반에 빼곡히 녹아 있다.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전하는 다정한 문장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데 탁월한 힘을 발휘한다.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흔들림 없는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인생신당>은 총 5부로 나뉘어 인생, 성공, 인간관계, 삶과 죽음의 경계에 관한 지혜를 전한다. 1부 시작부터 기러기 아빠로서 떨어져 지내며 겪었던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을 고백하며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좁은 신당 문을 두드리는 수많은 사연을 통해 얄팍한 성공의 잣대, 탐욕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인간 군상의 민낯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저자는 106쪽에서 어떤 일을 하든 기쁜 마음으로 대하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인생이라 정의한다. 돈이 넘쳐도 매일이 지옥인 자산가와 가진 것 없어도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살아가는 평범한 가족의 대비를 통해 진정한 행복의 기준을 묻는다. 인생이라는 홀로 걷는 길 위에서 만나는 인연들을 진심으로 소중히 대하라는 조언은 각박한 일상에 잔잔한 울림을 준다. 공허함을 다스리는 핵심은 과한 욕심을 줄이는 것이라며.. 사랑도 성공도 관계도 결코 영원히 내 손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함을 일깨운다. 183쪽 죽음 역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자연법칙일 뿐이므로 지금 이 순간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내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 정호근의 실제 삶은 한 편의 비극적인 드라마와 같았다. 친할머니부터 이어진 신의 굴레는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과거 두 아이를 가슴에 묻는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겪어야 했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복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리며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나들었다. 노승의 입을 빌린, 쉰한 살 무렵 무당이 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가혹한 운명의 경고 앞에서 그는 좌절했다. 피할 수 없는 파도처럼 신병이 밀려오고 배우로서의 삶마저 한계에 부딪혔을 때 비로소 신의 부름을 받아들였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신의 바다에 기꺼이 몸을 던지겠다는 결단이었다. 삶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사실은 오랫동안 외면해 온 내면의 목소리와 반복되는 신호가 있었다는 뼈아픈 깨달음은 그를 영적인 조언자, 카운슬러의 궤도로 이끌었다. 무속인의 운명을 함께 짊어졌던 여동생마저 작년에 먼저 떠나보내는 시련 속에서도 타인의 아픔을 달래는 일에 매진하는 그의 행보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신당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은 우리에게 분명하고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묻는다. 삶을 결정짓는 것은 정해진 팔자나 운명보다 그 인생을 어떻게 다루고 가꾸느냐는 본인의 굳건한 의지와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것. 최고나 화려함만을 좇으며 자신을 볶아치는 어리석음, 분에 넘치는 욕심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 애초에 내가 통제하고 선택할 수 없는 것들에 신경 쓰며 고통받는 대신 자신의 그릇에 맞는 '편안한 욕심'을 가져야 비로소 마음이 평온해진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처럼 인생은 결국 당신 손에 달려 있다. 절망의 늪에 빠져 홀로 웅크리고 있을 때조차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나의 단단한 마음가짐이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 길을 잃고 공허함에 빠지기보다 내면의 진실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늘 하루를 묵묵히 살아내는 것.. 그것이 <인생신당>이 우리에게 쥐여주는 생의 점사, 다정한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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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하는 남자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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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국민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후계자 '요 네스뵈'는 노르웨이 프로 축구팀 몰데 FK의 선수였으나 부상으로 꿈을 접고 경제학자, 록 밴드 디 데레의 보컬리스트를 거쳐 북유럽 스릴러 문학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이색적인 이력을 지녔다. 전 세계 55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그의 작품 세계는 인간 내면의 어두운 본성과 도덕적 모호함을 파헤치는 날카로운 통찰력, 치밀한 플롯 설정이 특징이다. 작가는 북유럽 복지 국가의 이면에 숨겨진 계층/사회 문제를 하드보일드 문체로 그려내는 스타일을 고수해 왔다. 그는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 질투와 권력에 주목했다고 밝혔으며 신간 <질투하는 남자>는 그 주제 의식을 12편의 단편에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장편 소설과 달리 짧은 호흡 속에서도 극도의 긴장감을 조율하는 작가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기에 장르 소설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할 만한 책이다.


비채 신간 <질투하는 남자>는 작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단편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네스뵈는 <박쥐>, <스노우맨>, <레오파드> 등 베스트셀러 해리 홀레 시리즈를 비롯해 <헤드헌터>, <아들>, <맥베스>, <킹덤> 등 방대한 분량의 장편 소설을 집필해 왔다. 이번 단편집은 단 몇십 쪽만으로 독자의 숨통을 조이는 서스펜스, 스릴러를 구축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영국 범죄작가협회 대거상 단편 부문 최종 후보작과 조셉 고든 레빗 주연의 아마존 프라임 영화 <킬러 히트>의 원작 소설인 표제작 <질투하는 남자>가 수록되어 작품의 탄탄함을 뒷받침한다.


총 12편의 수록작은 1부 질투와 2부 권력으로 나뉜다. 1부의 문을 여는 <런던>은 런던행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숀은 옆자리 승객 마리아에게서 남편의 외도에 복수하고자 자살 에이전시와 계약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듣게 된다. 둘은 사랑에 빠진 듯하지만.. 남자는 치명적인 비밀을 숨기고 있다. 표제작 <질투하는 남자>는 그리스 칼림노스섬을 무대로 치정 사건 전문가인 니코스 발리 경감이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다. 용의자인 일란성 쌍둥이 형 프란츠와 동생 줄리안, 그들이 사랑하는 여인 헬레나 사이에서 벌어진 기만극을 추적하며 감정의 파괴력을 실감 나게 묘사한다. 니코스 경감 또한 과거 암벽 타기를 즐기면서 삼각관계에 빠진 전력이 있는 듯한데.. 막판 서로의 비밀이 밝혀지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명시 <가지 않은 길>의 숨겨진 의미와 얼개가 맞춰지는 서사가 일품이다. 차 안 어디선가 낯선 향기가 나는데? 질투의 대상이 된 두 여자는 비밀을 이미 알고 있다! 가 키포인트.. <쓰레기>는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수거원 이바르가 새벽 거리를 돌며 흐릿한 지난밤의 조각난 기억을 서서히 맞춰가는 과정을 스릴 넘치게 포착한다. <귀걸이>는 택시 기사가 회사 사장의 차 안에서 아내의 귀걸이를 발견하며 전개된다. 우연한 단서 하나가 걷잡을 수 없는 의심으로 번져가는 심리 묘사가 압권.. 아내를 잃지 않기 위해 주인공이 내리는 처절한 선택을 그리며 집착의 서늘한 단면을 조명한다.


2부 권력에 수록된 <기억 파쇄기>는 노화를 멈추는 혁신적인 기술을 발견한 제약회사 연구원의 이야기를 통해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펼친다. 세븐일레븐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새치기하는 무례한 청년을 향해 자신만의 응징을 집행하는 <줄서기>, 팬데믹 이후 무법천지가 된 섬에서 무기를 든 변호사의 사투를 그린 <쥐섬> 등 추리물과 SF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장르적 변주를 보여준다. 총 700 페이지에 달하는 꽤 무게감 있는 분량이지만, 한 번 손에 잡으면 단숨에 반 이상 질주할 수 있는 쾌감, 몰입감을 선사한다.


요 네스뵈 미출간작 중 한국 독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소설로는 호러 스릴러 <나이트 하우스>를 추천하고 싶다. 범죄물에서 한 걸음 나아가 호러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작품으로 고립된 마을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과 십 대 소년의 불안한 심리를 추적하는 작가의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범죄 소설의 틀을 넘어 장르적 확장을 거듭하는 네스뵈의 진면목을 확인하기에 탁월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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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펼침면
이제야 지음 / 먼곳프레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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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시인은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등단했다. 이후 <진심의 바깥> <일종의 마음> 등의 시집과 산문집 <시가 되는 순간들>을 펴내며 2030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작가다. 최근 고아성, 카리나, 문상훈, 박정민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이 그의 작품을 언급하며 이른바 MZ 세대의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먼곳프레스 신간, 세 번째 시집 <슬픔의 펼침면>은 일상의 고단함 속에 숨겨진 서늘한 그늘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시인은 치열한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섣부른 위로 대신 슬픔을 새롭게 정의하고 재회하는 감각을 일깨운다.


서두에 실린 짧은 시인의 말이 눈에 들어온다. 시인은 "우리를 길러낸 건 / 슬픔을 접는 능력이었을걸"이라며 삶의 고통을 대하는 시인들 고유의 태도를 제시한다. 팍팍한 삶을 견디기 위해 슬픔을 접어두는 행위는 현실 도피가 아니다. 언젠가 꼬깃하거나 단정하게 접힌 면을 펼쳐 다시 꺼내어 볼 날을 기약하는 다정하고 성숙한 유예다. "나의 슬픔이 / 너의 슬픔을 되오는 세계에서"는 시인의 내밀한 슬픔을 내보이는 행위를 통해 시집을 펼치는 모든 이들의 슬픔 또한 어딘가의 경계에서 우연히 재회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시집은 1부 '빛나는 존재들의 무게를 받아쓰려고'에서 시작해 4부 '한 이가 한 이를 되오는 세계에서'까지..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상실과 아픔을 부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시인의 마음을 펼치기 시작하는 12쪽 <시소와 시>.. 아끼는 책과 일기를 시소 반대편에 두고 자신을 지탱할 수 있을지 바라보는 시인의 담담한 모습이 떠오른다. 아슬한 수평을 유지할까? 아니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질까? 어찌했든 시인은 빛나는 존재들의 무게를 감각하며 받아쓸 것이다. "꼭 한 번은 슬픔을 펼친 면을 보고 싶다 / 아끼는 것들이 나란히 접히는 모양을"이라는 구절은 펼침면에 고인 아득한 슬픔, 아끼는 것들이 사라지는 두려움을 끌어안으며 읽는 이의 마음에 아릿한 잔상을 남긴다.


110쪽 <유예하는 기분>.. "여전히 우리는 슬픔을 경유합니다 / 백지에 적힌 이야기를 읽지 말아요 / 보이는 슬픔을 다그치지 않기로 해요"라고 고백하며 상실, 공허감에 잇따르는 슬픔을 극복하려 애쓰지 않는다. 그저 선명히 보이는 그 감정을 묵묵히 바라볼 뿐이다. 함부로 자책하지 않고, 나무라지 않으면서 작아질 때까지 접고 접어 저 바다로 흘려보내던가, 아니면 으슥한 골목길 담장 틈에 꽂아둘 수도 있겠지..

120쪽에 수록된 시 <동경과 망각>에서 시인은 동경을 가능케 하는 것은 망각의 능력을 믿어보는 것이라 말하며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 고단한 날마다 잊는 능력"을 청춘의 무기로 꼽는다. 불가역적인 시간 앞에서도 묵묵히 일상을 지탱하고, '잊음'을 통해 내일을 살아갈 힘을 회복하는 단단한 내면이 돋보인다.


150쪽 산문 '당연한 슬픔과 필연한 재회'에서 시인은 삶의 순간순간을 접고 펼치는 면이 유난히 해진 곳들은 어김없이 슬픔이 배어 있었다고 고백한다. 닳고 해진 이 면들은 석양이 물드는 수평선처럼 정의할 수 없는 색이 혼재하는, 일종의 경계와 닮아 있다. 시인은 이 시집이 밖으로 표출하는 고음이 아니라 안으로 절제하는 '저음의 혼잣말' 같다고 덧붙인다. 접어둔 곳들을 다시 펼치기 위해 격렬한 토로 대신 차분한 책갈피가 필요했음을 표현하는 대목이다.


김다솔 문학평론가가 짚었듯.. 오해의 능력으로 멈춘 것들이 되살아나는 영원한 제철을 살아내는 시어들은 각별한 울림을 지닌다. 156쪽 추천사에서 배우 고아성이 "햇빛에 색이 바랜 아주 화려한 찻잔처럼 슬픔에도 품위를 부여하는 글"이라고 찬사를 보냈듯 <슬픔의 펼침면>은 홀로 견디는 밤에 다정한 위안을 건넨다.


세상에 태어난 이들이라면.. 슬픔은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굽이치는 삶의 경계마다 반복되는 고통, 상실, 외로움 속에서 우리에게 왜 시가 필요한지 이제야 시인은 의연한 목소리로 증명한다. 숨 가쁜 일상 속에서 미처 다듬지 못한 무너진 마음을 살피고, 다시 만난 슬픔을 주워 담담한 마음으로 펼쳐 바라보게 하는.. 기어코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귀중한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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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떨어진 폭탄 콩닥콩닥 23
파얌 에브라히미 지음, 하디 바그다디 그림, 제님 옮김 / 책과콩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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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테헤란 출신의 작가 파얌 에브라히미와 일러스트레이터 하디 바그다디가 만나 전쟁의 부조리함을 날카롭게 꼬집은 그림책 <교실에 떨어진 폭탄>이 책과콩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어요. 대학에서 핵물리학을 전공했지만 글쓰기를 택한 파얌 에브라히미는 전작 <진정한 챔피언>에서도 보여주었듯 사회적 쟁점을 위트 있게 풀어내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가랍니다. 여기에 2020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고 2023년 나미 콩쿠르에 입상한 하디 바그다디의 아기자기하고 상징적인 화풍이 더해져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요.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참혹한 분쟁이 벌어지는 지금 이 시대에 평화와 안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귀중한 그림책이에요.


어느 평화로운 봄날.. 고요한 교실 한가운데에 거대한 폭탄 하나가 떨어져요. 다행히 당장 터지지는 않았지만, 폭탄을 발사한 장군은 옮기다가 터질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며 폭탄을 치우지 않지요. 결국 생사를 오가는 위태로움은 고스란히 아이들, 선생님들의 몫이 된답니다. 그림책 속 장면들처럼 아이들은 뛰지도 크게 소리치지도 못한 채.. 숨죽여 폭탄과 어울려 지내는 법을 터득해요. 폭탄 역시 다정하고 착한 친구가 되려 하거나, 옷걸이 또는 커닝을 가려주는 벽이 되어주려고 노력하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기이한 장면들이 이어지지요. 차가운 잿빛의 거대한 불발탄과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일상이 한 공간에 놓인 몽환적인 대비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 방치된 일상의 불안을 생생히 전달해요.


교실 안의 폭탄은 피가 튀는 끔찍한 전면전의 묘사가 아니라 언제 삶을 앗아갈지 모르는 거대한 공포 자체를 상징해요. 어른들의 무책임한 방관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폭탄과 친구가 되어야만 했던 아이들의 처지는 안타깝고 먹먹하게 다가오지요. 마침내 아이들이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 텅 빈 교실에서 홀로 남은 폭탄이 폭발하는 마지막 장면은 서글픈 여운을 안겨준답니다. 아이들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는 최악의 비극은 피했지만, 결국 그들의 안식처이자 배움터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음을 보여주며 폭력이 남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증언하고 있어요.


<교실에 떨어진 폭탄>은 단순히 어린이들에게 반전의 교훈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아요. 위험을 외면하고 아이들을 방패막이 삼은 어른들의 이기적인 세계를 준엄하게 꾸짖으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뼈아픈 질문을 던지지요. 하디 바그다디 특유의 세련된 선과 색감은 시각적인 경이로움을 선사하며 주제 의식을 단단히 받쳐 줘요. 어린이들에게는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철학 도서이자, 어른들에게는 이란, 우크라이나 등 도처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통찰하게 하는 그림책으로서..


모든 세대가 서가에 소장하고 오래도록 펼쳐볼 가치가 충분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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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 - 복종 본능에서 깨어나 주체성을 회복하는 행동과학
수니타 사 지음, 이윤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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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 신간 <저항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는 타인의 기대와 부당한 압박 속에서 주체적인 삶을 되찾는 방법을 행동과학으로 규명한 책이다. 저자 수니타 사는 영국에서 활동한 의사 출신으로 현재 코넬대학교 존슨 경영대학원 조직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인간의 의사결정과 윤리적 행동을 심도 있게 연구해 온 그녀는 수십 년의 연구 결과와 개인적 경험을 녹여내 이 책을 집필했다. 특유의 데이터 기반 분석과 통찰력 있는 스토리텔링은 출간 직후 큰 주목을 받아 아마존 선정 2025년 올해의 책으로 꼽히는 성과를 이루었다. 최근 인터뷰에서 저자는 성장 과정에서 모범생으로 자라며 겪었던 내면의 갈등을 고백하며 저항이 단순한 반항을 넘어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창조하기 위한 긍정적 도구임을 역설했다. 부당한 권위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며 자신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뚜렷한 심리적 해방감을 선사한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순응의 심리를 해부하고 진정한 자아를 회복하는 여정을 안내한다. 1부에서는 인간이 진화적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맹목적인 복종 본능을 지니게 되었음을 설명한다. 2004년 4월 9일 켄터키주 마운트워싱턴 맥도널드 매장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알몸 수색 사기 사건, 권위에 굴복하는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 충격 실험 등 역사적 사례를 통해 순응의 압박과 불안의 덫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2부에서는 거짓된 동의를 멈추고 진정한 거절을 선택하는 과정을 다룬다. 1955년 12월 1일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백인에게 좌석 양보를 거부한 로자 파크스, 2020년 5월 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비극 등을 다루며 도덕적 용기와 굳건한 가치관이 어떻게 세상을 뒤흔드는지 증명한다. 3부는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상 속 저항의 기술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영국으로 이주한 인도 출신 여성 프라드냐의 억압적인 생애와 저자 자신이 병원에서 불필요한 엑스레이 촬영을 거부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단 한 사람의 주체적 행동이 일으키는 거대한 파문을 그려낸다.


타인의 기대에 휩쓸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려면 무엇보다 내면의 잣대를 명확히 세우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간은 집단에서 배제될지도 모른다는 원초적인 두려움 때문에 부당한 요구 앞에서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저자는 이런 억압적 상황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진짜 욕구를 직시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생활과 사회생활에서 불공정한 상황에 놓였을 때 이 책의 지침은 강력한 방어 기제가 된다. 직장 상사가 관행을 핑계로 데이터 조작이나 무리한 업무 지시를 강요할 때 우리는 무리에 동조하려는 본능 탓에 쉽게 타협한다. 저자는 이때 즉각적인 대답을 피하고 스스로 판단할 시간을 확보하는 의도적 멈춤을 실천하라고 제안한다. 회의에서 부당한 의견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려 할 때 단 한 사람이 침묵을 깨고 반대 의견을 내는 것만으로도 집단사고의 오류를 깰 수 있다. 동료나 거래처가 교묘하게 책임을 전가하려 할 때를 대비해 단호한 거절의 언어를 미리 연습해 두는 사전 조치도 좋은 방법이다. 병원 진료나 공공기관 방문 시 겪는 강압 앞에서도 권위자의 말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기보다, 왜 이 절차가 필요한지 질문하고 거부할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거창한 투쟁이 아니더라도 이처럼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묵묵히 '아니요'를 말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핵심이다.


결과적으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은 우리 내면의 두려움을 몰아내고 진실한 자유를 안겨준다. 맹목적인 친절함과 무기력하게 타협하는 태도를 버릴 때 비로소 삶의 주도권을 온전히 쥘 수 있다. 침묵을 깨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과정은 처음에는 두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점차 굳건한 자존감을 형성하게 돕는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용기는 개인의 자존감을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긍정적인 영감을 전파하여 사회 전체의 의미 있는 진보를 끌어낸다. 수니타 사 <저항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에서 제시하는 저항의 행동과학은 부당한 세상을 향해 건네는 지적이고 실용적인 해방의 처방전이다.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 진짜 나를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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