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골 책방이 있다고? - 엉뚱하고 자유로운 남편과 함께 꾸려가는 시골 책방 생존기
이정희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시의 속도를 떠나 다정한 연대를 배우다_이정희 에세이 <이런 시골 책방이 있다고?>

푸른향기 신간, 이정희 작가 지음 <이런 시골 책방이 있다고?>는 30년간 유아교육자로 헌신한 저자가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포내리 끝자락에 책방 '봄길'을 열고 겪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MBTI 'T' 성향을 가진 엉뚱하고 자유분방한 남편 이규대와 꼼꼼하고 추진력 강한 아내가 서로 다른 속도를 맞추며 시골 마을에 정착해 가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진솔하게 그린다. 정호승 시인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봄길' 책방을 중심으로 북스테이, 심야 독서 모임, 플리마켓 등 마을의 문화 사랑방을 만들어가는 부부의 행보가 흥미롭다. 귀촌을 꿈꾸거나 동네 책방 창업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지침서가 됨과 동시에 삶의 속도를 늦추고 온전한 휴식을 찾고자 하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는 에세이다.


낭만과 현실의 경계에서 피어난 발칙한 제안

"나 대신 시골 책방 주인이 되어주면 안 될까?" 남편에게 던진 이 질문 한마디가 모든 여정의 시작이었다. 저자는 이도우 작가의 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속 '굿나잇 책방'을 보며 전원생활의 로망을 품는다. 하지만 아내의 낭만 가득한 계획은 첫 단계인 건축부터 삐걱거린다. 강화도의 산등성이와 유유히 흐르는 염하강이 한눈에 보이는 배산임수의 명당을 찾았으나 집 짓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살던 아파트에서 짐을 빼고 좁은 관사 오피스텔을 전전하며 군에서 제대한 아들까지 합세해 난장판 같은 나날을 버틴다. 우여곡절 끝에 입주한 뒤에도 시련은 이어진다. 매일 저녁 붉은 노을을 보기 위해 세모 지붕에 통창을 냈지만 염하강 철책 너머 군사 지역의 엄격한 통제 탓에 촬영한 사진을 지워야 하는 서글픈 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아내는 지독한 잡초와의 전쟁에서 관절의 아우성을 견디며 정원을 가꾸고 남편은 호텔 같은 품격을 고집하며 중고 물품을 싣고 나른다.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의 좌충우돌 생존기가 쉴 새 없이 펼쳐지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속도가 다른 부부가 만들어가는 다정한 변주곡

<이런 시골 책방이 있다고?>의 가장 큰 매력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부부의 캐릭터와 그들이 엮어내는 불협화음 속의 조화다. 당찬 여행자이자 추진력이 돋보이는 아내 이정희와 달리, 남편 이규대는 스트레스 제로를 무기로 삼으면서도 마음먹으면 앞뒤 재지 않고 뛰어드는 기분파다. 배롱나무꽃을 보고 싶어 하는 아내를 위해 당진까지 내려가 반나절 동안 땀 흘려 나무를 캐오고, 대책 없이 이웃의 밭을 빌려 낡은 관리기로 돌덩이 밭을 갈아엎으려는 '게으른 농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계획형 인간인 아내가 공간의 밑그림을 그리면 천하태평 베짱이 같은 남편은 커다란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를 누비며 '할리 한량'이라는 별명으로 마을 사람들과 허물없이 어울린다. 무인 책방을 지키고 하모니카를 부는 남편의 모습은 처음에는 아내의 애를 태우지만 결국 시골 마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가장 현명한 방식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길 끝에서 길이 되는 공간, 사람을 잇다

봄길 책방은 단순히 책을 파는 소매점이 아니다. 1부에서 무모하게 땅을 구하고 집을 짓는 과정을 그렸다면.. 2부와 3부에서는 북스테이를 열고 독서 모임과 플리마켓을 통해 마을의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는 눈물겨운 정착기를 담아낸다. 부부는 '판매용 서가'와 '책방지기 서가'를 분리하여 누군가의 눈물과 밑줄이 남은 헌책의 가치를 정성스레 지켜나간다. 명절 연휴에는 SNS를 통해 '일일 책방지기'를 구하며 사람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고 정성스레 꽃씨를 심어 화단을 가꾸며 치열한 노동의 결과물을 일구어낸다.

4부 '책방을 닮은 사람들'과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책방을 찾아오는 다양한 이웃과 여행자들의 사연은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산타가 되어주는 이웃, 김포 뻐꾸기, 히말라야로 떠나는 그녀 등 사람과 사람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은 진정한 연대의 가치를 일깨운다.


배추적처럼 소박하고 다정한 연대의 가치

도시의 맹렬한 속도에서 벗어나 시골 마을에 정착한 부부의 삶은 우리에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아등바등 매달리던 김장 프로젝트를 단숨에 해결해 준 동네 아주머니들의 거침없는 손길과 외로운 날 꺼내 먹는 배추적의 담백한 맛은 잊고 지냈던 이웃 간의 정을 환기한다. 은퇴한 방송국 PD 부부가 독서 모임에 합류하고 플리마켓의 단골 셀러가 되는 과정 역시 낯선 이방인들이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방식을 보여준다. 효율성과 성과만을 좇던 도시의 문법을 버리고 때로는 상처 난 책 표지의 먼지를 털어내며 타인의 흔적을 껴안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진정한 휴식과 치유란 단절된 고립이 아니라 느슨하지만 다정한 연대 속에서 완성된다는 진중한 깨달음을 전한다.


서투름을 껴안는 유연하고 단단한 삶의 태도

시골 책방을 꾸려가는 부부의 일상에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들은 좌절하기보다 상황을 유연하게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철책선 앞에서 군인들의 제지로 애써 찍은 사진을 지워야 했던 억울한 순간에도 부부는 자연이 내어주는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넉넉한 위안을 얻는다. 서가에 꽂힌 낡은 책에 먼지가 쌓였다는 손님의 날 선 지적마저 헌책방 지기의 숙명으로 겸허히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무작정 남의 밭을 빌려 갈아엎으려는 남편의 무모한 시도나 죽어가는 식물들을 마당에 옮겨 심어 기어코 살려내는 끈기는 서투름마저 삶의 일부로 끌어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흠결 없는 치밀한 결과를 기하기보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이웃과 함께 땀 흘리고 웃어넘기는 부부의 방식은 각박한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다독여준다.


치열한 경쟁에 지친 이들에게 건네는 처방전

<이런 시골 책방이 있다고?>는 막연히 은퇴 후의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는 예비 귀촌인에게 훌륭한 현실 길잡이가 된다. 낭만적인 환상 대신 척박한 땅을 다지는 공간 기획부터 지역 주민들과 융화되는 생생한 과정까지 오롯이 담겨 있어 동네 서점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성과 중심의 맹렬한 도시 속도에 치여 번아웃을 겪고 있는 3040 직장인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매일 새로운 도화지에 자신들만의 궤적을 그려나가는 부부의 이야기는 묘한 해방감을 안겨준다. 남들의 기준에 맞추려 전전긍긍하던 독자들에게 잠시 멈추어 서서 온전한 나의 호흡을 되찾을 수 있는 따사로운 용기를 심어줄 것이다.


오지 않은 미래보다 오늘을 살아내는 용기

저자는 은퇴 후의 안락한 삶을 맹목적으로 찬양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나 아름다운 노년을 계획하지만 삶은 결코 우리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냉정한 사실을 짚어낸다. 오지 않은 먼 미래를 붙잡고 망설이기보다 선물처럼 주어진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겠다는 저자의 다짐은 단단한 울림을 남긴다. 죽어가는 식물도 살려내는 볕뉘 가득한 정원처럼 시골 책방의 일상은 바쁘고 지친 뇌를 식혀줄 온전한 여백을 제공한다.

현실의 팍팍함 속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으려는 부부의 고군분투는 새로운 인생의 2막을 준비하거나 쳇바퀴 같은 궤도에서 벗어나고 싶은 독자에게 번득이는 영감과 따스한 위안을 던진다. 단지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나만의 온전한 길을 일구어낼 것인가에 대한 정직한 해답을 엿볼 수 있는 뜻깊은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이런시골책방이있다고 #이정희에세이 #시골책방봄길 #푸른향기출판사 #김포가볼만한곳 #귀촌라이프 #전원생활로망 #책방창업준비 #동네책방투어 #북스테이추천 #번아웃극복 #퇴사후일상 #힐링도서추천 #에세이베스트셀러 #부부에세이 #노후준비시작 #마을공동체 #시골살이현실 #마음챙김도서 #가드닝초보 #공간기획 #날씨가좋으면찾아가겠어요 #서포터즈 #도서제공협찬 #신간추천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