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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의 마지막 꼬리별 - 제15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샘터어린이문고 89
곽혜린 지음, 서유은 그림 / 샘터사 / 2026년 10월
평점 :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 읽기 참 좋은 어린이, 초등학생 창작 동화 한 편을 소개할게요. 샘터 출판사에서 출간된 곽혜린 글/서유은 그림 <갈라파고스의 마지막 꼬리별>이랍니다. 제15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을 받은 수상작이에요. 첨단 로봇이 통제하는 차가운 근미래를 배경으로 자연의 섭리와 가족의 사랑을 다루고 있어서, 성인인 제가 읽으면서도 커다란 위안을 받았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누리'라는 상처 입은 열 살 아이예요. 누리의 아빠는 멸종 위기종을 복원하는 꼬리별 연구소의 소장이고, 가족은 집안의 모든 시스템을 관리하는 인공지능 집사 '블루'와 살고 있죠. 누리의 곁을 지키는 단짝은 세상을 떠난 반려묘 고로를 대신해 아빠가 사준 로봇 고양이 '고록스'랍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특별한 동물, 아빠가 과학 기술로 탄생시킨 갈라파고스 땅거북 '다윈'과 '찰스'가 등장해요. 누리의 엄마는 동물들의 자연 방생을 주장하다 아빠와 의견 충돌을 겪고 별거 중이어서, 누리의 마음속에는 늘 서글픈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어요.
시대적 배경은 수많은 동물이 자취를 감추고 인공지능이 일상을 지배하는 미래 사회예요. 누리는 전학 간 학교에서 '재수 없는 연구소 딸'이라 불리며 따돌림을 당하고, 부모님의 다툼과 별거로 매일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소에서 지내던 늙은 땅거북 다윈이 뱃속에 세 개의 알을 품게 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요. 누리는 초음파에 찍힌 알들을 보며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이지만, 든든한 친구 '로이'의 응원을 받으며 용기를 냅니다. 다윈과 찰스가 본능적으로 고향인 갈라파고스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누리는 부모님을 설득해 거북이들을 드넓은 바다로 돌려보내는 방생 여정에 동참하게 돼요. 이 험난한 프로젝트를 통해 이기적인 욕심과 오해로 엇갈렸던 누리의 가족은 비로소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고 흩어졌던 마음을 하나로 모으게 된답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누리가 다윈이 품은 알을 보며 자신의 상처를 겹쳐 보던 순간이에요. "나 같아. 알이 버려지는 게 꼭 내가 버려지는 것 같아."(62쪽)라며 눈물짓는 누리의 모습은 가정의 불화로 불안에 떠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해 가슴이 아팠답니다. 하지만 누리는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아요. 거북이들의 방생을 반대하는 엄마를 향해 "다원이랑 찰스는 그냥 복제 동물이 아니야. 내 가족이야."(79쪽)라고 외치며 생명을 지키려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마침내 갈라파고스 해변에 도착해 다윈이 둥지를 트는 결말 부분도 빼놓을 수 없어요. "하얗고 동그란 알을 세 개 낳았다. 마치 커다란 진주 같은 알이었다."라는 문장처럼.. 캄캄한 밤하늘 아래 빛나는 새 생명의 탄생은 그 자체로 커다란 감동을 전해줍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희생된 동물들을 진심으로 보호하려던 엄마의 애정, 학자로서의 명성에 몰두하다 점차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아빠, 그리고 외톨이였던 누리가 생명을 통해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오랜 여운을 남겨요.
엄마, 아빠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하고 싶은 이유는 단순한 생태계 보호 메시지를 넘어 가족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에요. 작가의 말에서 "부모님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푹 숙이는 세상의 모든 누리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어요. '너희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이야'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라고 전한 진심이 이야기 곳곳에 녹아 있답니다. 특히 서유은 작가님의 포근하고 정감 가는 그림이 더해져, 삭막한 설정 속에서도 온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함께 읽으며 우리가 진짜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되새겨보기에 충분한 작품이에요.
<갈라파고스의 마지막 꼬리별>을 접한 아이들은 멸종 위기 동물들의 처지에 공감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해요. 느릿느릿한 거북이들이 무사히 푸른 바다를 헤엄쳐 고향으로 돌아가길 응원하며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무뚝뚝한 로봇 고록스와 누리의 우정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답니다. 무엇보다 누리가 부모님과 다시 화합하고 눈물을 흘릴 때 커다란 안도감을 느끼며, 생명과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자연스럽게 깨닫는 모습이 돋보였어요.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와 환경 문제에 대해 아이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에도 참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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