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페페페
짐리원 지음 / 아작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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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 신간, 짐리원 소설집 <펫페페페>는 다가오는 기후 위기와 비인간 생명체, 변형되는 인간의 신체를 낯설고 다정한 시선으로 조명하는 작품이다. 단편 <올림픽공원 산책지침>으로 2023년 제3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부문 우수상을 받으며 역량을 입증한 작가는 <과학동아>에 <엔딩의 발견>, <여름농장의 비밀>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문제를 꾸준히 다루어 왔다. 저자는 소개 글을 통해 어두운 시대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마음이 밝아지는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는 다짐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창작 배경은 멸망을 앞둔 세계 속에서도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애틋하게 기록하려는 밀도 있는 문장으로 이어진다. 생태계의 붕괴나 신체 훼손 같은 디스토피아적 설정 앞에서도 거창한 영웅주의 대신 평범한 사람들의 작고 연약한 연대를 내세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 파국 속에서도 희망의 단초를 발견하길 원하는 독자들에게 권유할 만한 책이다.


상실을 애도하고 생명을 돌보는 다채로운 서사

<펫페페페>에는 총 10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무기여 안녕>은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공터에 서식하는 투명동네이무기를 지켜보는 노아의 고뇌를 다루며 폭력과 돌봄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짚어낸다. <올림픽공원 산책지침>은 기후 대격변 이후 서늘한 가을 날씨를 느끼기 위해 미래에서 온 여행자의 애틋한 여정을 그린다. <모든 코끼리가 아스팔트 길을 건너고 나서>는 과거 데니소바인이 지구 생태계 재구축을 위해 빌려 간 울리매머드 7만 마리와 털코뿔소 9만 마리를 호모 사피엔스에게 반환하려 하자 민지와 은수가 겪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목도리와 우주적 불행의 이야기>는 화재로 사망한 재현과 남겨진 견우, 아영의 사연을 통해 부분적 생명형 부정 상태의 영혼을 위로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특히 전생의 기억을 저장하는 'RnAD'라는 설정과 환생의 확률을 계산하며 다가오는 우주적 불행에 맞서는 인물들의 모습이 여운을 남긴다. 영혼이 풍선처럼 떠다니는 영혼철을 배경으로, 영혼을 곶감처럼 말려 먹는 기이한 식습관을 지닌 연우와 그를 지켜보는 해진의 이야기를 다룬 <연우의 레시피>는 기상천외한 설정 속에서도 십 대들의 불안한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기억과 사회>는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기후 우울증을 피하고자 과거의 감각을 지우는 딥클렌징 시술의 역설을 서늘하게 포착하며, <수면예찬>은 생태계 파괴를 멈추고자 인류 전체를 무기한 수면에 들게 하는 극단적 처방을 다룬다. 인간의 노동 효율,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연 손을 절단하고 칩을 삽입하여 자동 수작업을 구사하는 기괴한 미래를 그린 <손>은 인공 핸드에 적응하여 변모하는 선오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의 비정한 이면을 비춘다. 몸에 돋아난 진짜 날개를 떼어내려는 영이와 이삭의 사투, 가짜 날개를 패션처럼 소비하는 '엔젤코어' 유행을 대비시킨 <날개주의보> 역시 타자의 신체를 규정짓는 사회적 폭력성을 통찰력 있게 고발한다.


통제를 넘어선 연대, 표제작 <펫페페페>의 공존 방식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은 표제작 <펫페페페>이다. 거대 기업 영생 바이오의 비밀 실험으로 인해 주요 플라스틱인 PET와 폴리에틸렌 등을 녹이고 분해할 수 있게 된 오리(펫페 & 페페)들을 구출하려는 예나와 보현의 분투가 중심을 이룬다. 인간이 만든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생명을 도구화하는 어른들의 세계에 맞서 예나는 흰 오리 페페를 가방에 숨기고 달린다. 인간이 정해놓은 안전한 결말을 포기하더라도 새롭게 탄생한 생명체 스스로가 생존 방식을 결정짓도록 옥상 끝에서 오리를 하늘로 날려 보내는 선택을 한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통제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생명들을 기꺼이 놓아주는 두 소녀의 결단을 통해 드러난다. 안전한 실험실의 울타리를 벗어나더라도 오리가 직접 창공을 비행하도록 돕는 행위는 억눌린 자유를 되찾는 쾌감을 선사한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빚어진 참상 속에서도 타자를 향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려는 연대 의식이 잔잔한 파동을 남긴다.


종말의 문턱에서 마주한 눈부신 일상

아작 신간 <펫페페페>는 거대한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다루면서도 파괴적인 스펙터클에 의존하지 않는다. 뒤표지에 적힌 "세계는 끝나기 직전에도 아름답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세계를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오래된 이유다"라는 문장처럼 멸망의 과정 속에서도 여전히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과 남겨진 사람들의 체온에 집중한다. "이런 날씨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이상해"라는 대사는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무력감을 느끼기보다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사소한 친절을 건네는 힘을 믿는 작가의 태도는 굳건하다. 일상적인 공간인 서울의 골목과 아파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기묘하고 따뜻한 서사들은 서서히 끓어오르고 넘치고 무너지는 지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안이 되어준다. 투명한 이무기와 플라스틱을 먹는 오리들이 펼치는 도시생태 SF를 통해.. 사라지는 계절을 지나 아직 오지 않은 여름으로 향하는 짐리원의 세계를 직접 확인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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