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 개정판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평점 :
김지영 작가의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개정증보판은 2018년 첫 출간 이후 독자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을 타고 중쇄를 거듭하며 해외로 번역 출간된 화제의 도서다. 이 책은 재활병원에서 하루 평균 열다섯 명의 환자를 돌보며 고된 일상을 버텨내던 평범한 작업치료사의 40개국 유랑기를 담았다. 매일 반복되는 팍팍한 업무와 이별의 아픔 속에서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결심한 저자는 사표를 던지고 1년 7개월 동안 긴 여행에 오른다. 그녀의 글은 화려한 수사 대신 진솔하고 담백한 문체로 여행지에서 마주한 날것의 감정을 투명하게 그려내는 것이 강점이다. 치열한 현실에 치여 온전한 휴식이 필요한 청춘들과 일상에서 벗어나 세계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손꼽힌다.
낯선 길 위에서 마주한 청춘의 맨얼굴
안락한 일상을 뒤로하고 떠난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다채로운 이국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프롤로그 "나는 행복해지기로 했다"에서 저자는 치매 환자 P 님에게 뺨을 맞고 아프고 힘들어야만 하는 청춘은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자각한다. 어리고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당하던 삶에 회의를 느낀 후 홀연히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어린 시절 영화 <나 홀로 집에>, <어거스트 러쉬>의 배경이 된 도시를 꿈꾸며 첫 목적지로 삼은 뉴욕에서는 초보 여행자의 엉성한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인천을 떠나 베이징을 거쳐 뉴욕에 도착한 그녀는 당당하게 7일권 교통카드를 내밀었지만 지하철 검표원에게 단호한 거절을 당한다. 하지만 그런 서투름조차 풋풋한 낭만으로 치환된다.
이후 이집트 다합으로 넘어간 저자는 그곳에서 평생의 반려자가 된 진우를 만난다. 까만 피부에 비쩍 마른 몸, 마치 보따리장수 같은 첫인상을 지녔던 그와 나란히 다이빙을 배우고 다합의 붉은 노을을 공유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은 한 편의 청춘 영화처럼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또한 네팔 포카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를 오르며 만난 맨발의 여성 포터 에피소드는 커다란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제멋대로 갈라진 발뒤꿈치로 무거운 짐을 지고도 수줍게 "나마스떼"라는 평화의 인사를 건네는 포터의 모습은 삶의 숭고함과 여행이 주는 성찰을 넌지시 건넨다.
타인의 잣대를 벗어나 온전한 나를 마주하는 여정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기록한 '서른 즈음' 대목에서 저자는 노후를 대비하라는 지인의 참견에 분명한 선을 긋는다. 타인의 걱정을 가장한 우월감에 흔들리지 않고, 삐뚤삐뚤할지라도 자신만의 궤적을 긍정하는 태도는 동세대의 커다란 공감을 자아낸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마주한 '여행에서 무엇을 얻었나요?'라는 질문에는 여행이야말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행위지만, 무언가를 잘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커다란 위안임을 깨닫는다. 치열한 경쟁과 비교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시선은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시원한 해방감을 선물한다.
길 위에서 건져 올린 다채로운 인연과 애틋한 가족애
아프리카부터 남미, 유럽을 관통하는 여정은 단순히 장소의 이동을 넘어 타인과의 진정한 연대를 보여준다. 모로코 페즈의 미로 같은 골목에서 만난 현지인 무하메드는 낯선 이방인에게 묵묵히 친절을 베풀고, 떠나는 날 "김, 이제 찻값을 지불할 시간이야"라는 농담 섞인 포옹으로 따스한 온기를 전한다.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는 폭우로 전기가 끊긴 호스텔에서 프랑스인 조엘 부부와 촛불에 의지해 빗소리를 듣는 낭만을 누린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자리한, 만우절 단 하루만 존재하는 '우주피스 공화국' 에피소드는 일상에 유쾌한 반전을 선사한다. 또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낯선 거리에서 성을 매매하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통념에 대해 고찰하는 장면은 여행이 지닌 사유의 확장을 증명한다.
타지에서 겪는 생경한 경험뿐만 아니라, 내밀한 관계에 대한 솔직한 고백도 눈길을 끈다. '어쩌면 가장 맛있었을 엄마의 라면' 편에서는 시간의 굴레에 갇힌 어머니를 향해 "나는 여전히, 영원히, 엄마가 필요해요"라며 속마음을 털어놓아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태국 방콕에서 189일을 함께한 평생 인연 진우를 먼저 한국으로 떠나보내며 느끼는 막막함과 두려움은 씩씩해 보이던 여행자의 여린 이면을 꾸밈없이 드러낸다.
늦은 여름의 단꿈, 시간의 흐름이 빚어낸 일상의 단단함
에필로그 '늦은 여름의 단꿈'에서 기나긴 유랑을 마치고 돌아온 서울의 풍경은 낯설게 다가온다. 비가 무섭게 내리고 동네 치킨집이 인형 뽑기방으로 변해버린 일상은 평범하고 지루한 우물 속 같다. 하지만 이국의 낯선 세계에서 하늘을 날고 열렬히 사랑했던 기억은 한낱 꿈이 아니라 현재를 버텨내는 자양분으로 작용한다. 이번 개정증보판이 지니는 가장 돋보이는 매력은 이렇듯 시간의 흐름이 빚어낸 성숙한 시선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방황을 마치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앓아누웠던 20대의 저자는 어느덧 30대가 되어 글을 쓰는 전업 작가로 안착했다. 책 속에 빈번하게 등장하던 진우와 부부의 연을 맺었고, 남몰래 오답에 동그라미를 쳐주는 다정한 사람 곁에서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고백한다. 초판이 길 위에서 느끼는 역동적인 생존기였다면.. 개정판은 폭풍우를 무사히 통과한 후 다다른 평온한 항구에서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독자를 동시에 다독이는 편지와 같다.
푸른향기 개정판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는 단순히 이름난 명소를 나열하거나 소비적인 관광을 과시하는 흔한 유람기가 아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생전 처음 무거운 책임감을 체감하고, 이집트 다합에서 한국의 내 방으로 돌아가는 것을 '따뜻한 악몽'이라 부를 만큼 도전적인 자기 고백록이다. 과장된 수식어나 억지스러운 교훈 없이 툭툭 던지는 문장 속에는 세상을 향한 애정이 다분히 배어 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길을 잃고 서성이는 이들에게 이 책은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타인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행복해지는 길을 따라 여행하며 글을 쓰는 김지영 작가의 단단한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예쁜것은다너를닮았다 #김지영작가 #푸른향기 #여행에세이추천 #퇴사후세계여행 #세계여행에세이 #베스트셀러도서 #도서리뷰 #서평블로그 #20대책추천 #30대책추천 #위로가되는책 #마음이편안해지는책 #인생책추천 #독서기록 #감성에세이 #힐링도서추천 #배낭여행기 #에세이베스트셀러 #에세이추천도서 #자기계발도서 #동기부여책 #책추천해주는곳 #예스24추천도서 #책읽기습관 #서평단 #서포터즈 #도서제공협찬 #신간추천리뷰 #에세이추천리뷰 #책추천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