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마음 - 내 아이의 수학 정서를 높이는 초등부모의 대화법
강미선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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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저자의 <수학의 마음>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수학교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20여 년간 초중고 학생과 예비 수학교사를 지도해 온 교육 전문가의 통찰이 담긴 에세이이다. 국내 최초 수학 전문 서점인 '데카르트 수학책방'을 정유숙 대표와 함께 운영하며 수학교육 대중화에 앞장서는 저자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2년 출간된 <수학은 밥이다>를 전면 개정하여 도서출판 푸른향기에서 새롭게 펴낸 이 책은 점수나 경쟁 중심의 교육에 지친 학부모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저자는 수학을 문제 풀이의 도구가 아닌, 아이의 정서와 태도를 기르는 매개체로 바라보아야 함을 지속적으로 역설한다. <강미선 쌤의 개념잡는 분수비법>, <조선수학의 신 홍정하> 등 30여 권의 저서를 집필한 베테랑 저자가 전하는 현실적인 조언은 불안감에 시달리는 학부모들에게 확고한 나침반 역할을 한다.


다시 태어난 완전 개정판, 그 의미와 가치

<수학은 밥이다>에서 <수학의 마음>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유는 명확하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자녀의 수학 학습 문제로 고통받는 부모와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30대 중반, 대학원을 다니며 학생들을 가르치던 초보 엄마 시절에 쓴 초판의 열정은 그대로 유지하되, 긴 시간 축적된 교육 현장의 경험과 다듬어진 이론을 더해 더욱 단단한 에세이로 완성되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과거의 책이 절판되어 시중에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꼭 개정판을 내달라고 요청한 독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팍팍한 학습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수학의 본질을 잃지 않고, 호기심과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를 바라는 저자의 진심이 책의 곳곳에 녹아 있다. 문제의 정답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수학적 정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은 이 개정판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다.


성적이라는 환상을 깨는 인상적인 에피소드

인상적인 대목은 단연 아이와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에피소드이다. 과거 담당 피디가 촬영의 재미를 위해 아이에게 100점을 맞고 싶다고 대답하길 요구했을 때, 아이는 단호하게 95점을 맞겠다고 고집을 부려 실랑이가 벌어진다. 저자는 당시 5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들을 다그쳤던 자신의 과거를 담담하게 고백한다.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아이의 숨통을 막는 일인지 깨달아가는 과정은 깨달음을 선사한다. 만점에 대한 강박을 버릴 때 비로소 삶의 여유가 생기고, 아이가 스스로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통찰은 학부모의 불안한 심리를 찌르는 날카로운 조언이다. 부모의 과도한 기대가 아이의 수학적 호기심을 어떻게 짓밟는지 돌아보게 하며 진정한 학업 성취는 여유로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기다림의 미학을 증명하는 브라질의 실험

책의 중반부에 소개되는 브라질의 블록 쌓기 실험 역시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부모와 아이가 짝을 이룬 팀과 교사와 아이가 짝을 이룬 팀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판이하게 달랐다. 부모들은 시행착오를 경제적 낭비로 치부하며 아이에게 정해진 정답의 경로만 지시했다. 반면 교사들은 실수를 이해의 과정으로 여기고 아이의 의견을 물으며 충분히 기다려주었다. 이는 수학적 사고력이 마치 공장의 생산품처럼 단기간에 찍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효율성만 따지며 자녀를 다그치던 부모라면, 이 대목에서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빼앗았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될 것이다.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스스로 왜라고 질문을 던지며 답을 정당화하는 태도야말로 평생을 살아가는 데 유용한 자산이 된다는 저자의 철학이 잘 드러난다.


부모의 기다림과 질문이 만드는 수학적 대화법

아이가 수학의 묘미를 느끼고 온전히 즐기게 하려면 부모의 조급함을 내려놓는 태도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새롭게 추가된 책의 여러 에피소드에서 엿볼 수 있듯, 아이가 문제의 해답을 곧바로 찾지 못할 때 정답을 다그치기보다는 최소 삼 분 정도 여유를 두고 스스로 생각할 틈을 주어야 한다. 단순한 계산 결과에 급급한 아이에게는 "왜 그렇게 생각했어?"라며 풀이 과정을 되묻거나, "그림으로 한 번 그려서 풀어볼까?"라고 제안하며 논리적 근거를 설명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현명하다. 또한 수학은 무조건 답이 하나뿐이라는 낡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해결 방식을 탐구하도록 장려하는 대화가 필수적이다. 남들보다 선행학습을 서두르는 빠른 철학을 가진 부모가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느린 철학을 가졌다고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12년이라는 장기적인 교육과정의 안목을 둔 상태로 자녀의 성향에 맞는 학습 스케줄을 짜는 지혜가 요구된다. 맹목적인 암기가 아니라 억지스럽지 않게 개념을 납득하는 과정을 거칠 때.. 아이는 비로소 수학을 세상을 살아가는 든든한 무기이자 친구로 삼게 된다.


평생의 동반자로 자리 잡는 수학의 진정한 의미

책의 말미, 저자는 수학을 입시를 위한 단순한 점수 획득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세태를 꼬집는다. 시험 문제의 정답만을 맞추는 데 매몰되면 졸업과 동시에 수학과의 인연은 단절되며, 자칫 과목 자체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짚어낸다. 저자는 수학을 일컬어 살아가며 마주하는 곤란한 상황에서 해결 과정을 귀띔해 주는 유익하고 다정한 친구라고 묘사한다. 보이지 않지만 늘 곁에서 자신을 돕는 든든한 학문이라는 믿음이 생길 때, 아이의 마음속 불안은 가라앉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수학은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도구가 아니라, 삶의 도구 그 자체라는 에필로그의 통찰은 학부모의 뇌리에 강한 잔상을 남긴다. 대학 입시라는 좁은 관문을 넘어서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동반자로서 수학을 대할 때.. 내 자녀의 첫 수학은 비로소 가정에서 올바른 닻을 내리게 된다.


편견을 깨는 실전 지침 & 총평

<수학의 마음>의 전체적인 구성은 부모의 성향을 진단하는 장부터 초등수학 가르치기의 실제, 선행학습과 자기 주도 학습의 허와 실까지 체계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수학은 반복 학습만이 능사인지, 답은 오직 하나뿐인지 등 부모들이 흔히 착각하는 선입견을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토파즈 효과를 조심하라는 경고나, 언어력이 탄탄할수록 수학적 사고도 높아진다는 조언은 실전에서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지침이다.

단조로운 문제 풀이 요령을 넘어 수학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다른 실용서들과 궤를 달리한다. 푸른향기 개정판 <수학의 마음>은 아이의 수학 교육을 빙자하여 부모 자신의 불안을 달래고 있던 어른들에게 건네는 따끔하면서도 다정한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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