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신세계 - 동물이 가르쳐준 인간의 12가지 경이로운 감각
재키 히긴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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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 신간 <감각의 신세계>는 출간과 동시에 생명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며 과학 도서 시장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철저한 문헌 고증과 전 세계 학자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거쳐 탄생한 이 저작은 저자 재키 히긴스가 야생 동물 다큐멘터리 현장에서 축적한 시청각적 스토리텔링 기법이 텍스트로 치환된 탁월한 결과물이다. 복잡한 신경과학 기제를 다루면서도 전개 속도가 빠르고 묘사가 시각적이다. 저자는 인터뷰를 통해 동물들의 기이한 지각 능력을 빌려 역설적으로 인간 내면에 숨겨진 미지의 영역을 발견하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이 책은 전문적인 생물학 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부터 뇌과학과 진화론의 철학적 의미를 탐구하려는 지식인까지.. 다차원적인 감각 확장을 경험하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강력히 권할 만한 교양서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연구실을 거친 재키 히긴스는 지난 20여 년간 영국 BBC 채널 4,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채널 등에서 <호라이즌>을 비롯한 다수의 저명한 야생 동물 다큐멘터리를 연출해 온 베테랑 제작자다. 그의 첫 저서인 <감각의 신세계>는 출간 직후 영미권 과학계와 독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며 여러 매체의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다. 저자는 오랜 시간 카메라 렌즈 너머로 관찰해 온 동물들의 생태를 바탕으로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굳어져 온 인간의 '오감'이라는 한정된 틀을 산산조각 낸다. 번역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색맹의 섬> 등 저명한 과학 도서를 우리말로 옮겨 온 이민아 번역가가 맡아 가독성을 높였으며,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과 김정호 야생동물 수의사가 이 책이 선사하는 통찰을 추천하며 신뢰도를 더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기원과 숨겨진 잠재력에 호기심을 품은 모든 이에게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지적 안내서로 부족함이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류를 깬 열두 가지 감각의 지도

우리는 흔히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라는 다섯 가지 감각만을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책은 서문에서부터 라틴어 '센티레(sentire)'에 어원을 둔 '지각 있는 존재(sentient beings)'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며 철학자 대니얼 데닛과 T.H. 헉슬리의 통찰을 빌려온다. 저자는 공작사마귀새우부터 오리너구리까지 총 열두 종의 동물을 각 장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중요한 점은 이 동물들의 초감각을 나열하며 감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거울삼아 인간의 신경계 심연에 잠들어 있는 다채로운 감각적 역량을 치밀하게 추적한다는 사실이다. 균형감각, 시간감각, 방향감각, 욕망과 고통을 인지하는 감각 등 책이 제시하는 열두 가지 범주는 인간이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하게 만든다.


갯가재와 귀신고기가 일깨우는 시각의 재발견

시선을 끄는 대목은 빛과 색을 다루는 1장과 2장의 서술이다. 1장에서 저자는 열두 개의 광수용체를 지닌 공작사마귀새우를 통해 인간 색각의 비밀을 파헤친다. 19세기 말 노벨상 수상자인 물리학자 레일리 남작 존 윌리엄 스트럿의 적록색맹 연구를 시작으로 네덜란드의 H.L. 더프리스를 거쳐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가브리엘 조던에 이르는 과학사의 흐름을 짚어낸다. 이를 통해 정상적인 세 개의 원뿔세포를 넘어 네 가지 유형의 원뿔세포를 지녀 1억 개의 색을 구분할지도 모르는 인간 '사색형색각'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심해에 서식하는 네눈박이귀신고기를 매개로 인간의 야간 시력을 재조명한다. 1934년 8월, 윌리엄 비비와 오티스 바턴이 바티스피어라는 초보적인 잠수정을 타고 버뮤다 인근 대서양 800미터 심해로 하강했던 역사적인 일화를 실감 나게 묘사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희박한 광자를 포착하기 위해 거울과 같은 반사 망막을 진화시킨 귀신고기의 생존 전략은 경이롭다.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1974년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이 발표한 에세이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를 인용하며, 다른 생명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상상력이 과학적 사실과 결합할 때 비로소 인식의 확장이 일어남을 증명한다.


올빼미의 침묵과 두더지의 코가 증명하는 감각의 다면성

시각 외의 감각을 다루는 장들도 흥미로운 지적 자극을 선사한다. 3장의 큰회색올빼미는 인간이 청각을 통해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능력을 돌아보게 한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나이젤 피크 교수의 비행 소음 연구에 따르면 큰회색올빼미 깃털 구조는 난기류를 차단하며, 안면의 파라볼라 안테나 구조와 비대칭 귀를 활용해 쥐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의 3차원 근원지를 정확히 파악한다. 조류학자 팀 버케이드가 찬사한 이 입체 음향 탐지 능력은 1910년 헬렌 켈러가 시각장애보다 청각장애의 고충이 더 크다고 호소했던 편지 내용과 맞물려 듣는다는 행위의 본질을 일깨운다.

4장의 별코두더지는 촉각이 지닌 섬세한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시사한다. 밴더빌트 대학교 켄 카타니아의 관찰 결과, 별코두더지는 포유류 중 유일하게 수중에서 기포를 뿜어내며 냄새 분자를 흡수하고 22개의 살덩어리 촉수로 대상을 인지한다. 신경학자 폴 바키리타와 파스쿠알레오네의 시각피질 공간 인지 이론이 증명하듯, 이 두더지의 코는 눈이 수행할 법한 역할을 촉각으로 대체하며 자연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준다.


여기에 6장의 골리앗메기와 8장의 큰공작나방 에피소드가 더해진다. 탐험가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브라질 아마존에서 마주했던 골리앗메기는 콧구멍 옆과 턱 위아래로 뻗은 수염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탁한 물속의 맛을 온몸으로 감지한다. 장 앙리 파브르가 눈앞에서 목격하고 노벨상 수상자 아돌프 부테난트가 화학 물질 규명에 나섰던 큰공작나방의 페로몬 수용 능력은 후각이 단순한 냄새를 넘어 생명체의 열정과 이끌림을 지배함을 입증한다.

이어지는 10장에서는 이스트테네시 주립대 토머스 존스 연구실의 먼지거미가 등장한다. 23시간에서 25시간을 오가는 변덕스러운 생체 주기를 지닌 이 거미는, 1930년대 생물물리학자 르콩트 뒤 누이가 고민했던 객관적 시간의 본질과 인간 내면에 각인된 시간감각을 묻는다. 

또한 12장에서 배수관을 자유자재로 빠져나가는 참문어의 기상천외한 탈출 일화와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베니 호크너의 연체 로봇(옥토봇) 연구는 뼈 없는 동물의 유연함을 통해 인간 고유의 몸 감각을 새롭게 정의한다. 각 동물의 특이한 생태적 특징은 인간의 해부학과 신경망을 설명하기 위한 은유이자 실증적 근거로 충실히 기능한다.


움벨트의 확장, 일상에서 12감각을 깨우는 방법

그렇다면 지각 있는 존재로서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경이를 발견해야 할까?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의 지적처럼..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감각이 허락하는 '움벨트(Umwelt, 환경세계)' 안에서만 현실을 인식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전체 우주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일상을 다채롭게 물들이는 해답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규정한 5감의 좁은 한계를 스스로 허무는 데 있다. 시계를 보지 않고 오직 내면의 생체 리듬에 기대어 흐르는 시간을 가늠해 보거나, 낯선 길에서 내비게이션을 끄고 원초적인 방향감각을 동원해 목적지를 유추해 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눈을 감은 채 피부에 닿는 공기의 미세한 파동에 온 신경을 집중하거나, 평소 의식하지 못했던 공간의 냄새에서 특정한 감정과 기억을 길어 올리는 훈련도 좋다. 시각과 청각에 압도된 현대 문명 속에서 잠들어 있던 나머지 감각의 안테나를 예민하게 세울 때, 단조롭던 일상은 12차원의 눈부신 신세계로 탈바꿈한다.


경이로운 연결을 향한 과학적 사유

<감각의 신세계>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생물학적 호기심으로 시작된 여정이 어느새 인간 뇌과학과 인지 철학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동물들의 초감각은 우리와 무관한 기이한 현상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의 기원과 한계를 비춰주는 명징한 프리즘이다. 저자 재키 히긴스는 다큐멘터리 감독 특유의 생생한 묘사력과 과학자의 엄밀한 논리를 직조하여 생명의 신비를 텍스트로 구현했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감각이 무뎌졌다고 느낄 때.. 이 책은 잊고 있던 내면의 다채로운 창을 다시 열도록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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