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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영혼의 왈츠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6월
평점 :
프랑스를 넘어 한국 독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 <영혼의 왈츠> 1, 2권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개미>, <타나토노트> 등으로 독창적인 상상력을 입증한 그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인류의 기원과 미래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고 있음을 밝혔다. 과학적 지식과 철학적 사유를 결합하는 그만의 고유한 서술 방식은 전미연 번역가의 매끄러운 문장과 만나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인류 멸망이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서 과거로 회귀하여 해답을 찾는 여정을 그리는 이 책은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시공간을 초월하는 지적 모험을 즐기는 독자, 역사와 인류학에 호기심을 가진 이들에게 주저 없이 권할 만한 소설이라 평가한다.
파국을 막기 위한 12만 년의 시간 여행
소설은 세상의 종말이 단 5일 남았다는 충격적인 설정으로 막을 올린다. 아포칼립스 D-5일인 8일 일요일부터 D-2일인 11일 수요일까지 숨 가쁘게 카운트다운이 진행되는 가운데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르네 톨레다노의 딸 외제니가 새로운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파리 울름가 26번지에 위치한 퀴리 병원 병실에 혼수상태에 빠진 어머니를 둔 채 외제니는 아버지의 안내를 받아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는 최면을 통해 109번째 전생으로 향한다. 그녀가 당도한 곳은 기원전 12만 년 전의 타분 동굴이다. 그곳에서 호모 사피엔스인 엄지와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인 검지가 조우하는 원시의 풍경이 리얼하게 펼쳐진다. 횃불을 밝힌 동굴에서 흑표범의 습격에 맞서 싸우는 주술사 아버지와 두 남녀의 처절한 생존 투쟁은 현재의 멸망 위기와 교차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주술사 아버지가 코끼리 가족의 매장 풍습에서 영감을 얻어 시신을 묻고 영적 생활을 시작하는 대목은 인류 문명의 발단에 대한 작가의 경이로운 상상력을 보여준다.
몽매주의에 맞서는 지식과 영혼의 수호
이 작품은 <기억>, <꿀벌의 예언>을 잇는 판도라 연작의 세 번째 이야기를 다룬다. 세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구원한다는 주제 의식을 보여준다. 서사의 전면에 나선 외제니는 전생 체험을 통해 이집트의 아크나톤, 인도의 싯다르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 페르시아의 자라투스트라 등 시대를 풍미한 역사적, 철학적 인물들의 삶에 접속한다. 깨달음을 얻은 선각자들이 시공간을 넘어 서로 조우하고 사유를 나누는 장면은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과거의 위대한 유산은 현재 소르본 대학교 도서관을 불태우려 하는 신나치주의, 극단적 공산주의 등 몽매주의 학생 세력의 폭력, 혐오와 대비된다. 외제니와 동료 라파엘 헤르츠는 무지와 혐오로 세상을 통제하려는 이들의 작전을 막아내며 도서관이라는 인류 지식의 보고를 수호한다. 작가는 인공지능과 첨단 과학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도리어 반지성적인 몽매주의가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음을 날카롭게 경고한다. 흩어진 영혼의 형제들을 찾아내어 연대하고, 무지에 맞서 지혜를 지켜내는 외제니의 투쟁은 AI 로봇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두 거대한 세계관의 경이로운 결합
주목할 만한 점은 저자가 이 소설을 가리켜 <천사들의 제국>과 <꿀벌의 예언>을 합쳐 놓은 작품이라 밝혔다는 사실이다.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막기 위해 시간을 넘나드는 <꿀벌의 예언>의 타임슬립 구조에 인간의 영혼과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천사들의 제국>의 영적 세계관이 융합되었다. 무엇보다 베르베르 세계관의 상징적인 인물인 미카엘 팽송과 에드몽 웰즈가 미래의 도서관 사서로 재회하는 에피소드는 마니아들에게 벅찬 감동을 안긴다. 천사로서 인간의 운명을 이끌던 이들이 이제는 우주적 도서관에서 인류의 모든 지식과 영혼의 기록을 관장하는 사서로 등장하여 외제니의 여정에 철학적 깊이를 더한다. 각기 다른 연작으로 존재했던 세계관들이 하나의 유니버스로 통합되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지적 카타르시스..
총 2권, 700여 페이지를 읽고 나면 거대한 서사시를 감상한 듯한 여운이 남는다. 작가는 뇌과학, 고고학, 역사학을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을 소설이라는 무대에 정교하게 옮겼다. 단조로운 선악 구도에서 벗어나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하고, 피타고라스와 싯다르타의 조우를 통해 인류 영성의 기원을 묻는다.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치밀한 교차 편집과 속도감 있는 전개 덕분에 독자의 몰입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책 말미 감사의 말을 통해 창작 과정에서 모차르트의 레퀴엠, 비발디, 데드 캔 댄스 등 시대를 초월한 명곡들을 들으며 서사의 배경을 구상했음을 짐작게 한다. 또한 각 장 사이에 삽입된 마야 점성술이나 역사적 사건들을 다룬 에드몽 웰즈의 백과사전 항목들은 단순한 허구를 넘어 현실의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객관적으로 성찰하도록 돕는다. 역자 전미연의 유려한 해설이 덧붙여져 베르베르 특유의 철학과 영성, 과학이 결합된 지적 탐구의 정수를 온전히 맛볼 수 있다.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절실한 것은 차가운 AI 시스템이나 맹목적인 극단주의가 아니라 태초부터 이어져 온 끈질긴 생명력, 지식의 보존, 영혼의 연대 의식임을 일깨운다. 인공지능과 고도화된 기술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도리어 인간 본연의 가치와 지성을 상실한다면 파국을 면하기 어렵다는 작가의 경고는 서늘하게 다가온다. 과거의 지혜를 발판 삼아 미래로 나아가는 영혼들의 장엄한 춤사위는 혐오와 무지로 분열된 현시대에 강렬한 울림을 던진다.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내면의 진화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통찰을 담아낸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영혼의 왈츠>는 현대인들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적 나침반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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