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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쇼크 - 금리가 재편하는 새로운 부의 질서
제이미 러시 외 엮음, 임경은 옮김, 박정호 감수 / 교보문고(단행본) / 2026년 6월
평점 :
거대한 전환의 시작, 자연이자율이라는 북극성을 주시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최고 석학들인 제이미 러시, 톰 올릭, 스테파니 플랜더스가 공저한 <머니 쇼크>는 장기 저금리 시대의 종언과 고금리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예리하게 분석한 경제 전망서다. 영란은행, 국제통화기금, JP 모건 등에서 실물 경제와 정책을 다뤄온 저자들은 치밀한 데이터 분석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후 변화, 지정학적 갈등이 촉발할 '돈의 가격' 상승을 강력히 경고한다. 웬디 칼린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경제학 교수, 크리스 자일스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거시경제 대가들의 극찬을 받은 이 책은 자연이자율을 경제의 북극성으로 삼아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려는 모든 이에게 필독서로 다가온다.
무너지는 제로 금리의 환상, 2012년 저점을 지나 상승장으로 향한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저금리 시대가 특수한 역사적 예외였음을 데이터로 증명한다. 저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 1.7%로 저점을 찍은 실질 자연이자율은 2030년경 2.8%까지 구조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 역시 약 4.5%에서 4.8%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며 장기 실질금리 하락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한다. 인상적인 대목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불러올 파장이다. 평생 돈을 모으며 전 세계적인 저축 과잉을 주도했던 이들이 이제 은퇴 자금을 소비하는 주체로 돌아서면서 자본의 가격 즉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통찰은 섬세하면서도 서늘하다.
또한 1990년대 이후 누렸던 평화 배당금이 사라진 현실을 구체적인 수치로 짚어낸다. 일본이 국방비를 GDP의 2%로 늘리고 영국이 2.5%로 상향하며, 32개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중 23개국이 국방비 지출 2%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신냉전의 도래를 실감케 한다. 방대한 경제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면서도 스토리텔링을 놓치지 않은 점이 돋보인다.
금리 패러다임을 바꾸는 8가지 요인과 우리의 생존 전략
저자들이 책을 통해 제시한 금리 상승의 핵심 동력은 다음과 같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생산 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저축액 축소
인공지능 쇼크로 인한 막대한 인프라 및 자본 투자 수요 급증
한계에 다다른 미국 등 주요국의 국가 부채와 재정 압박
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 전환을 위한 수십조 달러의 청구서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역사적 냉전의 귀환으로 인한 국방비 폭증
저축 과잉의 진원지였던 중국의 경제 구조 변화와 성장 둔화
무기화된 달러에 반발하는 지정학적 갈등과 기축통화의 흔들림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가 실물 경제와 자본 배분에 미치는 왜곡
이러한 요인들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다. 미 의회예산처 전망에 따르면 2020년대 후반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05% 이상으로 치솟는다. 정부 부채가 쌓일수록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는 과거의 레버리지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한다.
기축통화의 균열과 페트로 달러의 변심, 대안 자산의 부상
미국이 달러를 무기화하여 금융 제재를 가하면서 지정학적 갈등의 중심에 있는 국가들은 달러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페트로 달러를 더 이상 미국 국채에 쌓아두지 않고 자국 내 첨단 인프라나 주식 등 생산적 자산에 투자한다는 점은 경제 지형을 뒤흔드는 결정적인 변화다. 미 국채 수요가 감소하면서 금리는 더욱 구조적인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책에 요약된 제재 대상국들의 달러 대체 전략을 살펴보면, 이들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융 자산 수요를 줄이고 금과 같은 실물 안전자산 수요를 대폭 확대한다. 디지털 암호화폐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트 코인 역시 특정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강점 덕분에 가상 자산 진영의 피난처로 떠오른다. 중국은 양자 무역 결제와 국가 결제 시스템을 통해 위안화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애쓰고 있다. 결국 세계 경제는 단일 기축통화의 지배력에서 벗어나 실물 금, 가상 자산, 다극화된 주요국 통화가 혼재하는 다원화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더 비싼 세상, 장기 고금리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
저자들은 세계가 분열하고 탄소 가격이 상승하면서 향후 10년 동안 매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약 0.5% 포인트 끌어올려질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대응해 중앙은행들은 정책 금리를 0.75에서 1.25% 포인트 더 높게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 금리가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문다면 수출 중심이자 가계 부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한국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한계 상황에 놓인 기업들은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 위험에 처하고, 늘어난 대출 이자로 실질 소득이 급감한 개인과 자영업자는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는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외형 확장보다 재무 건전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사업을 재편해야 한다. 개인과 자영업자는 무리한 빚내서 투자하는 행위를 경계하고 고정 지출을 줄이며 현금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중동 전쟁의 장기화 & 멈추지 않는 인플레이션 압력
이스라엘과 하마스 그리고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록 오늘 트럼프가 협상 타결을 발표했다고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다시 분쟁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글로벌 원유 공급망을 위협하고 해운 물류에 차질을 빚어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리는 강력한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시점을 계속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글로벌 자금이 생산적인 투자가 아닌 안보와 비용 방어에 소모되면서 장기적으로 '저성장 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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