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현장과 청와대, 북미 정상회담을 취재하고, 한국인 최초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언론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중앙일보 전수진 기자. 뉴욕타임스(NYT) 객원 칼럼니스트이자 영문 저서 <North Korean Women in Power>를 펴내며 날카로운 이성으로 세상을 분석하던 그녀가 뜻밖에도 무대 위 백조의 언어인 '발레'를 통해 삶의 중심을 이야기한다.
<발끝으로 인생의 중심을 잡는 법>은 어깨 통증을 핑계로 우연히 시작한 발레가 어떻게 한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고 삶의 균형 감각을 되찾아주었는지 기록한 에세이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 박연준 시인, 박기영 가수 등 각계의 예술가들이 입을 모아 찬사를 보낸 이 책은, 팽팽하게 날이 서 있던 한 기자가 매일 자신의 몸을 마주하며 길어 올린 예술적 감수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번아웃과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현대인들에게 저자는 “바닥을 쳐야 날아오른다"라는 솔직한 위로를 건넨다.
“발레는 나의 '최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라고 선언한 저자의 여정은 책의 목차를 따라 3막으로 전개된다. ‘1막: 바닥(다정하진 않지만 발레라는 구원)’에서 저자는 끊임없이 무너지는 자신을 마주한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통째로 거울인 스튜디오에서 군살과 표정 등 감추고 싶은 콤플렉스에 적나라하게 직면한다. 하지만 저자는 피하지 않는다. "창피함의 절대량을 채워야 다음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럼에도 창피하기 싫어서 피한다면 발전은 없다"라는 뼈아픈 깨달음 때문이다. 발레라는 잔인하고도 절대적인 아름다움 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해져야 하며, 기꺼이 낮아지고 실패를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성장이 시작됨을 말한다.
‘2막: 중심(매일 버티며 성장하는 기쁨)’은 뼈를 깎는 루틴 속에서 자신만의 축을 세우는 과정이다. 발레 스튜디오에서 만난 스승들의 조언이 삶의 지혜로 바뀌어 빛을 발한다. 순서를 대차게 틀려버린 학생에게 “틀려도 괜찮아요. 틀리면 또 어때요. 당당하게 하세요. 그러다 보면 오히려 옆 사람이 나를 따라 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라고 격려하는 선생님, 두 시간의 클래스 내내 무려 25번이나 “숨 쉬세요”, “코로 들이마셔서 입으로 살짝 내뱉으세요”, "숨을 참지 말아요"라고 외치는 선생님의 조언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종종 완벽해지기 위해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힘을 주고 호흡마저 멈춘 채 긴장하며 살아간다. 허나 발레는 불필요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숨을 쉴 때 비로소 중력을 거슬러 도약할 수 있음을 가르친다. 서두에 적힌 자기 자신을 이기려 하지 말고(Don't work against yourself), 스스로와 함께 해내라는(Work with yourself) 가르침은 밸런스를 잡으려는 그 '시도' 자체가 삶의 용기임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마지막 ‘3막: 풀업(호흡, 이토록 발레로운 인생)’에 이르러 저자는 발레 클래스 사전에는 후퇴가 없음을 역설하며 무거울수록 가볍게 날아오르는 비법을 터득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을 인용하며 "자기 자신을 동정하다니, 이런 비겁한 녀석"이라며 자기 연민이라는 비겁함에서 빠져나올 것을 주문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