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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사랑을 말하는 순간에 ㅣ 부크크 청춘 시선 5
김바다 지음 / 부크크(bookk) / 2025년 9월
평점 :
상흔이 깎아낸 절벽 위, 처절하게 부서지며 빛나는 푸른빛의 순애보
독립출판 플랫폼 부크크(Bookk) 신간, 김바다 지음 <파도가 사랑을 말하는 순간에>는 마르지 않는 눈물의 문장들로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며 잔잔하지만 강력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소설이다. 작가는 깊고 우울한 감정 묘사, 숨이 턱 막히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찾아내는 서사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읽는 내내 깊은 바다에 빠진 듯 숨을 쉴 수 없었지만.. 끝내 책장을 덮고 나면 심장 한편에 지워지지 않는 파도 소리가 남는다는 독자들의 평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소설은 지독한 멍에처럼 얽힌 비극적 가족사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주인공 봄하람과 그녀의 삶에 불현듯 찾아온 구원자이자 또 다른 상실의 아픔을 지닌 백우현의 일렁이는 바다를 닮은 사랑 이야기다. 초반부는 하람이 겪어야 했던 지옥 같은 가정 폭력의 실태를 끔찍할 만큼 생생히 묘사한다. 어머니 고하연과 동생 봄하루가 노출된 가정사, "하루야, 엄마 아빠가 때리려 하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라며 동생에게 방어 자세를 가르쳐야 했던 남매의 모습은 가슴을 찢어지게 한다. 가장 경악하게 만드는 장면은 8년 전 술김에 하루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아버지 봄윤의 존재다. 그가 탈옥하여 하람의 숨통을 조여오는 극한의 공포와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깊은 절망감을 마주하게 된다.
그 짙은 어둠 속에서 백우현은 하람에게 유일한 숨구멍이자 탈출구다. 만날 우, 빛날 현. 세상의 물결과 만날 때 빛을 띄울 것이라는 그의 이름처럼.. "백우현이야, 나를 한 번만 믿어줘!"라며 내민 손은 거친 파도 속 단 하나의 구명정이자 푸른 소다맛 슬러시 같은 강렬한 위안이었다. 사실 우현은 하람의 험난한 초년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옛 친구였음이 밝혀지며 두 사람의 인연은 더욱 애틋해진다. 허나 소설은 이들의 사랑을 순탄하게 두지 않는다. 하람의 생일인 3월 18일은 역설적이게도 우현의 부모를 잃게 한, 어선 침몰 사건이라는 끔찍한 바다의 비극이 일어난 날이다. 하람 또한 같은 날, 정신이 온전치 않은 엄마와 알코올 중독자인 아빠로 인해 동생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인 동시에 상처를 상기시키는 매개체인 것이다.
열여덟 살에 세상을 떠난 친구 한지은의 죽음,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꽃말이 달갑지 않은 플루메리아의 등장은 우리는 같이할 운명이 아니야, 교문에서도 바다에서도.. 라는 체념 섞인 대사와 맞물려 이들의 사랑이 거대한 운명 앞에서 얼마나 위태롭게 흔들리는지를 보여준다.
이 로맨스 소설은 끝없이 몰아치는 파도 앞에 세워진 모래성처럼.. 위태로우면서도 처절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인간이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의 임계점을 시험하듯 주인공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지만, 그 끝에서 나누는 교감은 너무나 순수하고 투명하다. 107페이지, "오른손을 베개 밑에 넣고 왼손은 심장에 올리고 보고 싶은 사람 이름을 소리 내서 세 번 말하면 꿈에 나온대."라는 미신 같은 속삭임은 현실에서 온전히 이뤄질 수 없는 이들의 애절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눈물겨운 명장면이다.
결국 <파도가 사랑을 말하는 순간에>는 잔혹한 세상의 폭력과 운명의 얄궂음 앞에서도 부서질지언정, 끊임없이 서로를 향해 밀려드는 파도 같은 사랑을 증명해 낸다. 삶의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고 바닥을 차고 오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깊이, 상처 입은 영혼들을 기꺼이 보듬어 안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페이지 곳곳에 배어 있다. 누군가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그리워해 본 적 있는 모든 이들의 영혼을 적실 올해의 로맨스 소설로 주저 없이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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