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철학 심리 부를 다룬 전작들에 이은 <세계척학전집>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학문적 엄근진?을 탈피해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지식의 파편들을 모았다는 파격적인 기획 의도를 지닌다. 이번 신간은 인류가 2500년 동안 축적해 온 진화생물학, 고전, 철학, 현대 심리학의 정수를 빌려 사랑이라는 거대한 환상을 낱낱이 파헤친다. 개인의 감정 문제로 치부되던 연애의 실패를 인간이라는 종 자체에 설계된 보편적 패턴으로 재해석한다.
책은 크게 네 가지 공식으로 사랑의 궤적을 해부한다. 파트 1 사랑의 정체에서는 테노브 리머런스 개념부터 스턴버그, 플라톤 등의 시선을 빌려 우리가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의 실체를 폭로한다. 사랑은 낭만이 아니라 두뇌의 화학적 작용이자 착각임을 분명히 한다. 파트 2 끌림의 구조는 피셔 헨드릭스 라캉의 이론을 통해 왜 하필 그 사람에게 강렬하게 이끌리는지 진화론적 심리적 당위성을 증명한다. 무의식에 각인된 결핍이 어떻게 상대를 선택하게 만드는지 파고든다.
파트 3 파국의 공식에서는 가트맨 페렐 사르트르 키르케고르를 소환해 관계가 무너지는 필연적인 패턴을 분석한다. 서로의 다름을 인지하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는 권태와 갈등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짚어낸다. 파트 4 사랑의 기술에 이르면 채프먼 드 보통 에리히 프롬의 지혜를 빌려 낭만적 신화를 넘어 잘 사랑하는 법을 후천적으로 학습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사랑은 자연 발생적인 감정이 아니라 훈련과 이해를 통해 가꿔야 하는 기술임을 강조한다.
책장을 넘기며 마주하는 문장들은 아프지만 명징하다. 본문 19페이지 파트 1의 첫 장은 "당신은 그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다"라는 도발적 선언으로 시작된다. 내가 사랑한 것은 상대방 자체가 아니라 내 결핍이 투영된 환상이었음을 서늘하게 일깨운다. 파트 3 존 가트맨 부부 연구를 다룬 161페이지 "15분이면 안다"라는 구절은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라는 관계 붕괴의 징후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저자의 철학은 서두를 장식하는 단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