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제퍼슨 - 미국 민주주의의 토대를 세운 건국의 아버지 그레이트 하모니 9
존 미첨 지음, 원희래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토머스 제퍼슨>은 출간 직후 국내외 주요 서점과 언론의 열렬한 찬사를 받으며 역사 전기 분야의 기념비적 저작으로 자리 잡았다. 21세기북스에서 출간된 이 책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제3대 대통령인 제퍼슨의 복잡한 내면과 정치적 여정을 치밀한 사료 고증으로 되살려낸다.


저자 존 미첨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걸출한 전기 작가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대통령 역사가다. 앤드루 잭슨의 전기 <미국의 사자>로 퓰리처상을 거머쥐었고 <운명과 권력>, <미국의 영혼>, 링컨 전기 <그리고 빛이 있었다>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전작들을 통해 지도자의 권력 의지와 시대적 소명을 특유의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서술했다. 2024년 백악관으로부터 국가인문학훈장을 수훈했으며 2026년 2월 미국 국립헌법센터의 건국 250주년 기념 사업 학자로 임명되는 등 학술적 권위를 입증받은 지식인이다. 권력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그의 서술 방식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전체 940 페이지 정도로 책이 꽤 묵직하다. 대략 3분의 1은 주석, 참고 문헌 등에 할애하고 있다. 한 인물의 삶을 복기하기 위해 이 정도 지면 두께가 필요하다니.. 그의 생애가 얼마나 충실하고 밀도 높게 이루어져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책의 목차는 제퍼슨의 역동적인 생애를 연대기 순으로 정교히 펼쳐낸다. 출생부터 윌리엄스버그에서의 지적 성장 과정을 다룬 1부 후계자 시절을 지나 2부 혁명가 시기에는 저명한 인사로 발돋움하여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꾼 독립 선언서 작성의 막전막후를 서술한다. 3부와 4부에서는 버지니아 주지사로서의 개혁과 몬티셀로에 당도한 영국군의 위협 속에서 겪은 좌절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5부와 6부는 파리에서의 외교관 생활과 조지 워싱턴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서 겪은 치열한 권력 투쟁을 그린다.


7부 야당 지도자 시절을 거쳐 8부에서는 마침내 1801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여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 나가는 파란만장한 여정이 이어진다. 마지막 9부는 은퇴 후 몬티셀로에서 학자와 철학자로서 보낸 생의 마지막 순간들을 차분하게 비춘다.


제퍼슨의 삶은 이상주의와 실용주의의 절묘한 균형을 보여준다. 숭고한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부르짖으면서도 현실 정치의 험난한 지형 속에서는 타협과 유연함을 잃지 않았다. 자신을 향한 맹렬한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은 고도의 정치적 수완은 이념의 양극화로 갈등하는 현대 사회에 뜻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철저한 문헌 교차 검증을 거친 미첨의 서술은 인물의 밝은 빛과 짙은 그림자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신격화된 위인의 초상을 거둬내고 결점 많고 번뇌하는 인간 제퍼슨의 맨얼굴을 복원해 냈다는 점에서 이 평전은 문학사적, 역사적 가치가 뛰어나다.


극단적인 진영 논리와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현재 트럼프 시대의 정치 지형에 비추어 볼 때 제퍼슨의 철학은 날카로운 시사점을 던진다. 제퍼슨 당대에도 알렉산더 해밀턴을 위시한 연방주의자들과 치열한 이념 갈등이 존재했다. 1801년 제퍼슨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우리는 모두 공화주의자이며 모두 연방주의자다."라고 선언하며 분열된 국가를 봉합하는 데 주력했다. 현대의 정치가들은 맹목적인 적대 정치를 멈추고 이념적 대립을 넘어 국가적 이익을 위해 타협을 모색하는 그의 유연한 실용주의를 본받아야 한다. 권력의 정점에서도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제도를 존중했던 포용의 리더십은 분열을 조장하는 작금의 정치 세태에 강력한 경종을 울린다. 대중들 역시 확증 편향과 혐오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력으로 권력을 감시하는 깨어 있는 시민 의식을 실천해야 한다.


책 속에서 파악되는 제퍼슨은 대단히 입체적인 인물이다. 1800년에서 1801년으로 넘어가는 워싱턴의 겨울.. 190센티미터의 장신이었던 그는 매일 아침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는 절제된 습관을 평생 유지했다. 파리 외교관 시절에는 60점이 넘는 그림과 은식기, 도자기를 수집하는 탁월한 심미안을 지녔다.


젊은 시절 윌리엄스버그에서 윌리엄 스몰 교수, 조지 위스 변호사, 프랜시스 포퀴 총독, 페이턴 랜돌프 등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지성을 벼려낸 학구열은 훗날 그가 위대한 정치가로 성장하는 확고한 밑거름이 되었다.


21세기북스 신간 <토머스 제퍼슨>은 미국 민주주의의 기원을 탐구하고자 하는 독자,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리더의 참된 자질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식민지 시대의 수도였던 윌리엄스버그는 제퍼슨에게 더없이 잘 맞는 도시였다. 최신 서적들이 지적인 분위기를 북돋우고 있었고, 버지니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숙녀들과 저명한 인사들이 어우러지는 활기찬 사교계가 있었다."

48p


"몬티셀로의 방에서 제퍼슨은 서재(종종 '캐비닛'이라 불렸다)와 벽난로가 있는 방 사이 벽감에 놓인 침대에서 동쪽을 향해 잠들었다. (...) 밤이 되면 서재 서쪽 벽에 놓인 괘종시계가 똑딱거리면서 매 순간 방 안의 침묵을 깨뜨렸다."

567p






#토머스제퍼슨 #존미첨 #21세기북스 #미국대통령 #위인전기 #역사책추천 #미국민주주의 #건국의아버지 #독립선언서 #실용주의 #정치철학 #신간도서 #책리뷰 #도서추천 #GreatHarmony #트럼프시대 #정치양극화 #시민의식 #리더십 #포용의정치 #서평단 #도서제공협찬 #신간추천리뷰 #평전추천리뷰 #책추천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