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리아 제국의 역사 - 국내 최초 출간! 페르시아와 로마보다 먼저 세계 제국의 시스템을 설계한 최초의 제국 더숲히스토리
야마다 시게오 지음, 박재영 옮김, 이희철 감수 / 더숲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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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숲 신간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는 고대 오리엔트사 권위자 야마다 시게오가 집대성한 국내 최초의 아시리아 통사다. 한국 출판계에서 아시리아 제국의 흥망성쇠 전체를 단독으로 깊이 있게 다룬 기록은 이 책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학술적, 대중적 의의가 매우 크다. 이 책은 성경이나 그리스 고전의 조연으로만 인식되던 아시리아를 역사의 주연으로 끌어올린 역작이라 할 수 있다. 페르시아와 로마보다 앞서 세계 제국의 시스템을 설계한 최초의 제국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방대한 고고학적 데이터와 점토판 사료 등을 바탕으로 제국의 역사를 생생하게 복원했다,


저자 야마다 시게오는 일본 쓰쿠바대학교에서 서양사를 전공하고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에서 아시리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세계적인 학자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그는 구약성경이나 헤로도토스의 기록을 넘어 19세기 중반부터 진행된 발굴 조사와 쐐기문자 번역을 통해 탄생한 최신 학술 정보를 동아시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힌다. 철저한 문헌 검증을 거친 그의 연구 스타일은 신화와 전설의 장막을 걷어내고 실증적인 고대 서아시아의 민낯을 직시하게 한다.


책은 기원전 2000년경 티그리스강 중류의 도시 국가 아수르에서 출발한다. 고아시리아 시대 아수르 상인들은 아나톨리아 고원의 카네시를 거점으로 웅대한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자본주의적 상업 시스템을 운영했다. 샴시 아다드 1세 시기 북 메소포타미아를 호령하던 아시리아는 기원전 18세기 중반 이후 사료가 급감하는 암흑기를 맞이하지만 중아시리아 시대로 접어들며 투쿨티 니누르타 1세 등의 정복 활동을 통해 이집트, 히타이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역 국가로 성장한다.


진정한 제국의 기틀은 신아시리아 시대 티글라트 필레세르 3세의 정복과 통합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그는 광범위한 영토를 통제하기 위해 행정주를 세밀히 분할하고 정복민을 강제 이주시키는 다방향 이주 정책을 펼쳤다. 아람어와 아카드어의 이중 언어 사용 정착, 중앙 집권적인 행정 체계, 도로망 구축, 상비군 운용 등은 훗날 페르시아와 로마 제국이 차용한 세계 제국 시스템의 바탕이 되었다.


제국의 최전성기인 사르곤 왕조 시대는 치열한 정복 전쟁과 찬란한 문명이 교차한 시기였다. 신수도 두르 샤루킨을 건설한 사르곤 2세의 영토 확장, 장대한 수도 니네베를 재건하고 유다 왕국의 예루살렘을 포위했던 센나케립, 웅장한 바빌론 재건과 이집트 원정을 감행한 에사르하돈의 서사가 펼쳐진다. 학자 군주였던 아슈르바니팔은 제국 전역의 문헌을 수집해 세계 최초의 국립도서관인 아슈르바니팔 도서관을 세웠고 예술적 걸작인 사자 사냥 부조를 남기며 아시리아 문화의 정점을 찍었다.


영원할 것 같던 제국은 기원전 7세기 말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걷는다. 무자비한 정복 전쟁과 강제 이주가 역설적으로 주변국의 극심한 반발을 초래했다. 엘람 왕국과의 소모전, 정치적 혼란, 가뭄에 따른 식량 위기가 제국의 국력을 갉아먹었다. 결국 나보폴라사르가 이끄는 바빌로니아와 신흥 강국 메디아의 연합 공세에 의해 수도 니네베가 함락되고, 새로운 거점 하란마저 무너지며 거대 제국은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한다.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는 폭력과 야만의 제국이라는 서구 중심적 편견을 걷어내고 거대 제국의 시스템을 발명한 개척자로서 아시리아를 재조명한 훌륭한 역사서다. 찾아본 결과.. 한국 출판 시장에 아시리아만을 단독으로 깊이 있게 파고든 다른 역사서는 사실상 전무하다.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를 다른 관점에서 폭넓게 접하고 싶다면 폴 크리워첵(Paul Kriwaczek)의 저서 <바빌론: 메소포타미아와 문명의 탄생 Babylon: Mesopotamia and the Birth of Civilization>을 추천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전체의 흐름을 다루면서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의 치열한 패권 경쟁을 밀도 있게 묘사한 책이다. 류모세의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구약편 3부> 같은 역사서를 통해서도 이스라엘과 유다 왕국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던 막강한 제국 아시리아의 팽창기를 성서적 관점에서 교차해 읽어볼 수 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아시리아 제국의 숨겨진 역사를 다룬 다양한 저서가 선보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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