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스즈키 고지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문학 출간 <유비쿼터스>는 <링>으로 전 세계에 J-호러 열풍을 일으킨 스즈키 고지가 16년 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15년 전 발생한 사이비 종교 단체의 집단 사망 사건과 동일한 패턴의 참사가 현재에 재현되며 벌어지는 거대한 미스터리를 다룬다. 텔레비전에서 기어 나오는 원혼 대신 식물과 미생물이라는 자연의 근원적 요소를 공포의 주체로 삼은 작가의 독창적 시도가 인상적이다. 전통적인 귀신 이야기에서 벗어나 미해독 문서인 보이니치 필사본, 남극 심층의 얼음, 엽록체와 시아노박테리아를 엮어낸 치밀한 과학 호러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극한의 재난 앞에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고 인류를 구원하려 애쓰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 특유의 인간 찬가를 보여준다는 호평이 주를 이룬다.


저자 스즈키 고지는 1957년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에서 태어나 게이오기주쿠대학교 프랑스 문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낙원>으로 일본 판타지 노벨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링>, <나선>, <루프>로 이어지는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호러의 제왕으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에는 <엣지>로 셜리 잭슨상을 받으며 문학성을 국제적으로 입증했다. 그는 기이한 초자연적 현상에 과학적 논리와 추리 기법을 결합하는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지구 생명체 총중량의 99.7퍼센트를 차지하는 식물의 관점에서 생명의 역사를 다시 서술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신이 세상을 물로 심판할 때도 식물은 멸망의 대상이 아니었음을 지적하며 도처에 편재하는 자연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때 발현되는 진정한 공포를 탐구하고자 이 거대한 4부작의 서장을 열었다고 전했다.


소설은 행방불명된 손주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탐정 마에자와 게이코가 학계에서 이단아로 취급받는 물리학자 츠유키와 손을 잡으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그들은 아마카와 나루미라는 인물을 추적하고 수수께끼의 교환 일기를 해독하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선다. 책은 인류의 문명을 조종해 온 보이지 않는 존재가 일상을 어떻게 잠식하는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 전역에서 돌연사가 급증하고 태풍과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사람들은 살기 위해 쓰키시마, 도요스, 아리아케를 거쳐 제6다이바로 피난을 떠난다.


특히 제2장 변사 편에서 기이한 변사체를 묘사한 장면은 끔찍한 시각적, 후각적 공포를 선사한다.

"시신이 반출된 후에도 시신에서 스며 나온 액체로 만들어진 사람 형상은 그대로 남아서 쓰러진 시신의 형태를 유지한 채 강렬한 악취를 발생시킨다."(79쪽)라는 문장은 생명이 소멸하고 부패하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커튼을 걷자 유백색에서 다갈색, 검붉은 색으로 변해 흩어지는 사람 형상의 묘사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만들어낸 기괴한 섭리를 탁월하게 포착한 장면이다.


스즈키 고지는 미지의 생명체에 잠식당하는 인류의 무력함을 그리면서도 끝까지 사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주인공들의 의지를 꺾지 않는다. 도쿄만 일대가 2주 동안 거대한 불바다가 되어버린 참혹한 결말부에서 게이코, 츠유키, 우에하라, 유리는 참상의 끝을 지켜본다.

"불바다가 시아노박테리아를 불살라버렸다고는 하지만.."(393쪽)라는 담담한 서술은 압도적인 재난 앞에서 인간이 치러야 했던 가혹한 희생과 일시적인 안도를 동시에 전달한다.


<유비쿼터스>의 진정한 공포는 유령이나 괴물이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는 식물과 미생물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자연적인 존재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있다. 인류가 스스로를 지구의 지배자라고 믿어온 오만함을 무너뜨리고 태초부터 존재해 온 거대한 생명 네트워크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섬뜩하게 일깨운다.


보이지 않는 위협이 일상을 붕괴시키는 과정은 근래 인류가 겪은 팬데믹의 기억과 맞물려 더욱 현실적이고 서늘한 체감을 안겨준다. 단순한 공포 장르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을 묻는 묵직한 철학적 스릴러이자 앞으로 이어질 거대한 4부작의 서막으로서 독자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스즈키고지 #유비쿼터스 #현대문학 #호러소설 #일본소설 #과학호러 #미스터리소설 #스릴러도서 #신간리뷰 #책추천 #독서기록 #보이니치필사본 #링작가의귀환 #서평 #베스트셀러 #소설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장르문학 #기후위기 #생태호러 #미생물 #독서 #추리소설 #신간추천리뷰 #책추천리뷰 #서평단 #도서제공협찬 #김은모옮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