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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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장편소설 <나의 친구들>은 상처 입은 영혼들이 연대하며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구원의 서사다. 다산북스에서 번역, 출간된 이 책은 <불안한 사람들>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단행본이다.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2025 굿리즈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냉소적이면서도 다정다감한 인물들이 빚어내는 대사가 짙은 여운을 남긴다는 평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 화가의 작품을 둘러싸고 형성된 아이들의 우정과 십 대 소녀의 이야기가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은 평범한 스웨덴 블로거에서 전 세계 19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난 인물이다. 데뷔작 <오베라는 남자>를 필두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베어타운> 시리즈, <일생일대의 거래> 등을 통해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독보적인 휴머니즘을 선보여 왔다. 그는 세밀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우리 주변의 결핍되고 소외된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내는 스토리텔링에 탁월하다. 평소 그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유머의 힘을 굳게 믿는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거창한 영웅 주의보다 평범한 인간이 일상에서 내리는 소소한 선택과 연대가 삶을 견디게 한다는 철학이다. 책 말미 감사의 말에서 아내와 18년을 함께하며 감자튀김의 절반을 양보했다는 유쾌한 고백이나 페테르 보를란드 편집자, 자녀들, 반려견 동키를 향한 애정 어린 문구는 작가 특유의 다정함이 그의 삶과 소설을 관통하는 뼈대임을 짐작하게 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의 비극을 품고 엉뚱한 방식으로 서로의 삶에 깊숙이 개입한다. 십 대 소녀 루이사는 미술품 경매장 사건에 얽히면서도 스스로를 천재라고 여기는 당돌함을 지녔다. 열차 안에서 낯선 엄마의 부탁으로 갑작스럽게 아기를 안게 된 루이사가 "전혀 번거롭지 않아요"라며 퉁명스럽지만 다정하게 응하고 곁에서 테드가 자랑스러운 미소를 짓는 장면은 이들의 미묘하고도 끈끈한 유대를 보여준다. 끔찍한 가정 폭력을 겪은 탓에..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도 잦은 음주와 불면으로 늙어 보이는 요아르를 향해 테드가 "머리가 많이 빠졌네"라고 농담을 던지는 에피소드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친구들 특유의 티키타카를 증명한다. 이들은 겉으로는 거칠고 투박한 태도로 무장했지만 삶의 벼랑 끝에 몰린 결정적인 순간에는 기꺼이 서로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준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삶의 비극과 절망에 굴복하지 않고 우정과 예술이라는 굳건한 치유의 방식을 제시한다. 삶이 우리를 무자비하게 짓누를지라도 곁에 있는 누군가와 온기를 나눈다면 충분히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묵직한 진심을 던진다. 책 서두에 적힌 "무엇이든 창조하고 싶은 모든 젊은이들에게. 일단 저질러보길."이라는 문장은 실패와 상처를 두려워하는 이들을 향한 배크만의 다정하고도 굳센 응원이다.


<나의 친구들>의 가장 큰 강점은 죽음과 상실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관통하면서도 특유의 유쾌함을 잃지 않는 탁월한 감정선 조율에 있다. 핏줄로 이어진 가족이 아닐지라도 기꺼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대안 가족의 형태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각박하고 파편화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불완전한 인물들의 맹목적인 연대는 진정한 구원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다음 문장은 배크만식 철학과 위로의 정수를 웅변한다.



"단 한 가지 당연한 게 있다면,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사람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다. (...)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때, 인생을 낭비하는 때야말로 최고의 순간이다."



우리는 이 역설적인 문장을 통해 살아 숨 쉬는 현재의 소중함과 곁에 있는 친구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삶의 어느 순간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말없이 어깨를 내어줄 친구의 존재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탁월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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