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 신간, 다이앤 수스의 시집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은 미국 미시간주 시골 마을에서의 빈곤했던 유년기,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 마약에 중독된 아들과 그의 연인, 펑크 록에 심취했던 뉴욕에서의 혼란스러운 방황 등 시인 자신이 통과해 온 굴곡진 생애를 14행의 소네트 형식에 날것 그대로 담아낸 묵직한 자전적 텍스트다. 엄격하고 정형화된 소네트 형식을 파괴하며 현대인의 난해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가장 솔직하게 기록한 이 시집은 올해의 압도적인 문학적 성취로 극찬할 만하다. 출간 직후 2022년 퓰리처상을 비롯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펜/뵐커 시문학상 등 권위 있는 미국 주요 문학상을 동시에 휩쓰는 기염을 토하며 평단과 대중의 뜨거운 지지를 증명했다. 표지에 적힌 인간의 언어로 쓴 짐승 같은 이야기라는 강렬한 수식어처럼 거칠고 파괴적인 언어의 물결이 시종일관 우리의 가슴을 서늘하게 찌른다.
1956년 인디애나주에서 태어나 미시간주 소도시와 시골 변방에서 성장한 다이앤 수스는 오랜 기간 캘러머주대학과 웨스턴미시간대학교 등에서 시 창작과 문학을 가르쳤으며 지역 사회정신 건강 상담가로 일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1998년 첫 시집 <너를 텅 비워버리는 것>을 출간한 이후 주니퍼 시문학상을 수상한 <늑대 호수, 바람에 젖혀진 하얀 가운>과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네 개의 다리를 가진 소녀> 등 총 여섯 권의 시집을 펴내며 미국 문단에서 확고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녀는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서 자신이 겪은 지독한 가난과 지속적인 상실의 경험이 모든 시적 기원이라고 밝혔다. 억압받고 소외된 계급의 목소리를 문학적으로 해방시키기 위해 가장 보수적이고 백인 남성 중심적인 시 형식인 소네트를 의도적으로 차용하고 비틀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문학적 스타일은 얌전하고 정제된 우아함에 머무는 대신 온갖 비속어와 일상어를 거침없이 섞어 쓰는 대담한 파격성에 기초한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다이앤 수스의 이번 초역 시집은 현대 미국 문단에서 가장 야생적이고 생생한 에너지를 지닌 작품으로서 깊은 문학사적 의미를 지닌다. 서구 문학사에서 '소네트'는 셰익스피어 시대부터 줄곧 귀족적인 낭만이나 이상화된 사랑을 읊는 고상한 지식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다이앤 수스는 이 고결한 형식을 흙먼지가 날리는 시골 바닥으로 사정없이 끌어내려 가난 질병 마약 죽음이라는 비루하고 질척이는 현실을 담아내는 파격적인 그릇으로 개조해 버렸다. 주류 문학에서 철저히 소외된 변방의 삶을 여과 없는 거친 언어로 고백하면서도 고도로 직조된 문학적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점이 다이앤 수스가 오늘날 현대 미국 문단에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핵심 이유다. 시인은 삶의 고통을 섣불리 위로하거나 가짜 희망으로 미화하려는 얄팍한 시도를 철저히 거부한다. 우리는 시집 전체를 무겁게 관통하는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맹렬하게 박동하는 뜨거운 생명력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다이앤 수스의 짐승 같은 고백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책을 덮고 나서도 뇌리에 깊이 박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서늘하고 아프도록 아름다운 시구절들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직사각형 안에서 자랐다> 소네트의 서두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