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하이드어웨이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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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셜에서 출간된 후루우치 가즈에의 신작 소설 <도쿄 하이드어웨이>. 현대 도시인의 고단한 일상 속 작은 쉼터이자 은밀한 오아시스를 여섯 편의 단편으로 그려낸 소설집이다. 도쿄의 IT 기업 ‘파라다이스 게이트웨이’ 등을 중심으로 사회에 갓 진입한 MZ 세대 신입사원부터 중간 관리자·거품경제 세대 임원 그리고 괴롭힘당하는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위치의 인물들이 자신만의 ‘은신처(Hideaway)’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영화사, 중국어 번역가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관찰력은 빌딩 숲속 점심시간 풍경과 직장인들의 내면 갈등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들의 고립과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연대, 작은 위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각 단편마다 현실에 지친 등장인물들이 자신만의 은밀한 오아시스이자 아지트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재충전하는 모습을 통해 ‘타인의 간섭, 방해 없이 숨 고르고 리프레시 할 공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방주의 앞길은 험난할 것이다.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콘크리트 정글을 항해해야 하니까. 사회도 회사도 공평하지 않다. 그러나 물러서지 말자. 다들, 지지 말자."_116p



책을 읽으며 지난 사회생활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은 소모적인 나날들. 다양한 인간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성과를 쫓아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갈등이 빚어지고 트러블이 발생하는 법. 스트레스와 피로에 찌들어 사무실과 회의실에 갇혀 있다 보면 가끔은 삭막하고 냉정하고 무감각한 공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가까이는 비상로 램프가 깜박이는 외부 계단일 수도 있고, 허름한 자재 창고일 수도 있다. 때로는 인근의 으슥한 카페나 그늘에 방치된 공원이나 놀이터 벤치도 숨어드는 아지트로 딱이다. 외부 출장이나 세미나를 빙자해 아무 극장이나 찾아 흘러간 영화들을 보며 잡생각을 떨치고 어느새 깊은 잠에 들기도 했었지. 돌이켜 보면 처절하고 다이내믹한 정글 콘크리트 도시, 서울에서 제정신으로 살아남으려면 자신만의 오아시스이자 은신처, 즉 '하이드어웨이'를 마련하고 틈틈이 은신할 필요가 있었다. 은밀한 나만의 도피처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총성 없는 전쟁터와 같았던 지난 사회생활을 어찌 버텼을지 가늠이 되지를 않는다. 더불어 뜻이 맞는 이들이 각자의 하이드어웨이를 소개하고 날 초대하지 않았다면, 영영 고립되고 소외된 하루하루를 버티다 지치고 스러졌으리라.


인플루엔셜, 후루우치 가즈에 소설집 <도쿄 하이드어웨이>는 각자의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다 자신만의 하이드어웨이를 찾아 숨어든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는 유난히 애착이 가고 공감되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은밀한 아지트를 떠올릴 것이다. 정글 콘크리트를 헤매다 어느 으슥하고 깊은 동굴을 찾아 누운, 숨을 헐떡이며 상처 입은 짐승처럼.. 은신하며 상처를 핥는 야수의 점점 차오르는 숨소리와 빛나는 두 눈을 보라. 얼마 후 기력을 되찾은 우리는 다시금 빌딩 숲을 헤치며 크레이지 한 세상을 탐험하며 고투를 계속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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