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탁월한 취향 - 홍예진 산문
홍예진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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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사전의 말을 옮기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경향.


모든 이는 취향을 지니고 있다. 각자의 천성, 후천적인 학습, 경험 등에 의해 취향은 자라나고 가지 치며 뿌리내린다.

홍예진 작가. 그녀는 산문집 <매우 탁월한 취향>을 통해 자신의 고유하면서 섬세한 취향을 속속들이 소개한다.


한국과 미국, 유럽 각지에서 거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망각의 수렁에 잠기는 일상 순간들을 포착하여 그녀만의 언어로 건져 올린다. 리버럴한 대학 시절 단편 영화 스태프로 참여하고, 유학생인 남편과 신혼 시절 마주친 단독 주택을 들여다보며 잠긴 상념들. 과거 동시간에 같은 지점에 머무른 이들이 이제는 각자의 길로 뿔뿔이 흩어져 다른 생으로 뻗어갔음을 깨닫고 우수에 젖는다. 

자신은 지금 여기서 머뭇거리고 고인 물처럼 정체되어 있는데, 다른 이들은 꿈과 현실의 거리를 좁히며 활어처럼 파닥대며 바다 멀리 떠나버린 것 같은.. 인간관계의 거리감, 격차에 따른 서글픔, 우울함. 익숙한 이 감정은 저자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때때로 마주하는 회한, 울림 아니던가?



그런가 하면..

서울에서 떠올린 할머니에 대한 흐릿한 기억들. 손녀의 팔을 깨물던 그녀의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그녀는 슬며시 웃음을 흘린다. 프랑스 파리의 허름한 대학가, 미국 뉴잉글랜드 해안가의 작은 도서관 등 마주친 공간에 대한 애정은 읽는 이에게도 은밀한 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의 탁월하고 우아한, 따스하면서 세심한 취향을 엿보면서, 무뎌지고 둔감해진 나 자신의 취향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하루에 취향에 맞는 한 권의 책과 한 편의 영화, 음악을 즐긴다면 만족한다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말처럼.. 나 또한 밀도 높은 하루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던 시절이 있지 않았던가?


지금 현재를 온전히 즐기고, 마주치는 이들의 느낌, 대화에 집중한다. 매 순간을 스치는 감정을 놓치지 않아야만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다. 고밀도의 삶이 이어지면 평범하고 고루한 취향 수준을 끌어올린다.

홍예진 작가의 산문집 <매우 탁월한 취향>은 모래알처럼 흩어진 일상들을 고유한 언어로 다지고 빚어,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단단한 성취를 이루었다. 우리는 느리게 천천히, 그녀의 섬세한 취향을 맛보면서 각자의 내면에 고이 잠든, 느슨해진 취향을 일깨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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