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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방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8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7월
평점 :
시리즈 8권 <잠긴 방>에 이르러 베테랑 형사 '마르틴 베크'는 오십 줄에 경정 진급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혼 후 싱글 라이프에 적응했고, 섹스와는 거리가 멀어진지 오래다. 주된 경찰 업무와 거리를 두고, 관련 인물들을 시니컬하게 바라보는 그는 밀실에서 죽은 어느 사내의 최근 삶과 마지막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작중 혼란한 스웨덴의 사회상은 현재 시점과 근접해 있다. 당시 주지사인 '도널드 레이건'은 불시에 북유럽 순방에 나서, 스웨덴이 베트남 참전을 결정한 미국의 정책을 지지해 주길 내심 바란다. 연일 벌어지는 반전 시위와 공산주의 척결 시위의 날 선 대립에 일선 경찰들은 지쳐 가고, 민생 치안은 뒷전으로 밀린다. 이 틈을 타서 도심 대형은행을 급습하여 현금을 탈취하고 민간인을 살해하는 강력 범죄가 발생하고, 범죄 용의자가 혈혈단신 여성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채로 현직 경찰들에게 비상이 걸린다.
실적 달성에 목이 마른 일선 검사가 사건을 진두지휘하고, 내로라하는 베테랑 형사들이 참전한 가운데 마르틴 베크는 감금된 밀실에서 총탄에 맞아 숨진 남자의 신원과 사망 경위를 재조사한다. 공동 저자들은 경찰 고위층과 언론이 주목하는 대형 범죄와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일찍이 자살로 치부해 버린 밀실 살인사건을 번갈아 다루면서 70년대 스웨덴 사회에 만연한 계층 간 격차와 대립, 치안 공백을 페이지 위로 떠올린다.
마르틴 베크는 이혼/솔로 계층이 날로 개인화되고, 음지에 고립되어 종국에는 개/고양이 사료로 연명하는 현실을 묵묵히 바라본다. 자신 또한 그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으며 언제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을 수 있음을 깨닫곤, 어느 여인이 보내는 친근한 손길에 멜랑꼴리한 마음을 열기도 한다. 사건은 대소사를 뛰어넘어 어떻게든 매듭이 풀리는 듯하지만.. 감옥에 갇힌 자가 진범인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잠긴 방>에서 별개의 건으로 보이는, 거리감 있는 두 사건이 결국 그 뿌리가 맞닿아 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능수능란하고 심오한 서사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다. 어느새 시리즈의 끝이 머지않았다. 두 권 밖에 남지 않았음에 못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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