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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끔찍한 남자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7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평점 :
"포위망은 점점 좁혀지고 있지."
말름이 흡족하게 말했다. 하도 구닥다리 같은 표현이라서 주변 사람들은 속으로 비웃을 힘조차 없었다.
_<어느 끔찍한 남자> 300p
어느새 마르틴 베크 시리즈 일곱 번째 권이다.
<어느 끔찍한 남자>는 전작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에 비해 느릿한 템포로, 진중하면서 염세적인 분위기로 시작한다. 항상 범죄 현장 주변의 대략적인 지도를 서문 다음에 실는데, 이번엔 달라가탄 대로 옆의 '사밧스베리 병원'이 주 무대인 듯싶다.
초반부터 살인자는 주도면밀하게, 계획적으로 움직인다. 칼빈용 총검을 챙겨 폭스바겐 자동차를 몰고 어딘가로 향하는 사내는 진작에 살인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총검으로 무참히 살해된 자는 사밧스베리 병원에 입원한 어느 중환자. 수술 이후 간신히 몸을 가누어 거동을 시작하자마자 그는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다. 새로이 등장하는 몇몇 형사들이 눈에 띄는 가운데, 고참 형사인 '마르틴 베크' 또한 긴급 호출을 받고 유혈이 낭자한 현장으로 출동하는데.. 놀랍게도 피해자를 신원 확인한 결과, 그는 전직 경찰서장이었다.
당연히 같은 경찰 입장에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피의자를 검거해야 하지만, 수사를 거듭할수록 피해자의 정체와 지난 행적이 밝혀지면서 선과 악을 가르는 경계가 모호해진다. 사실상 악인에 가까운, 부패한 전직 경찰의 죽음은 정의로운 심판인가? 살인자는 부당한 피해를 입은 자들의 원한을 갚은 심판자로서 면죄부를 받아야 하는가? 선과 악의 자의적인 구분, 집단 여론의 향방을 떠나 마르틴 베크는 법 집행자로서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마땅한 걸까?
수사가 진행될수록 베크의 고뇌는 깊어진다. 그를 신뢰하는 독자들 또한 수사관의 딜레마에 빠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도덕적 판단의 근거가 흔들린다. 마르틴 베크가 깊은 수렁에서 탈출해 어떻게 수사를 마무리 짓는지 지켜보라. 든든하고 듬직한 동료들이 흔들리는 베크의 심중을 헤아려 조력자로서 활약하는 모습을 바라보라. 피의자가 쏜 총알은 부패하고 관료제에 물든 경찰들의 심장부를 향한 통렬한 한 방이었다.
서문에 담긴 '리 차일드'의 말처럼,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북유럽의 냉소적이고 계층화된 사회상을 거울처럼 반영하는데 성공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단순한 범죄 누아르 소설이 아닌, 일종의 사회 다큐이자 르포 문학처럼 읽히는 이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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