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공간 미스터리물의 신개척자, 국내 상륙하다!

방주 ㅣ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2월

내가 홍수를 땅에 일으켜

무릇 생명의 기운이 있는 모든 육체를 천하에서 멸절하리니

땅에 있는 것들이 다 죽으리라.

그러나 너와는 내가 내 언약을 세우리니

너는 네 아들들과 네 아내와 네 며느리들과 함께

그 방주로 들어가고..

_ 구약 창세기 제6장 17절, 18절

치밀하고 빈틈없는 사건 전개와 충격적인 막판 반전으로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를 뒤흔든 유키 하루오 작가의 <방주>가 국내 상륙했다. <교수상회>로 알려진 유키 하루오는 다음 작품으로 클로즈드 서클물을 택했다.

살인 현장을 담담히 그리는 프롤로그부터 심상치 않다. 슈이치는 대학 친구들 그리고 사촌 형 쇼타로와 함께 산속 지하에 숨겨진 폐허를 찾아간다. 지하 3층으로 이루어진 폐건축물은 지하수에 떠있는 거대한 방주 형태를 띠고 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기괴한 건축물을 세운 걸까? 핵 공격, 대홍수, 지진 등 세기말 아포칼립스에서 도피하기 위한 은신처일까? 아니면 정체불명 사이비 컬트 세력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전파하고 관철시키기 위한 은밀한 신전일까? 여러 방들과 고문실, 기계실, 창고 등이 도열한 지하 방주에 슈이치를 비롯한 여러 등장인물들은 발을 들이는데..

지하에 웅크린 방주를 탐험하는 이들은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고, 묘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새로이 발을 들인 가족들 또한 석연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며 방주 안의 룸을 차지한다. 하룻밤을 보내는 사이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반이 무너지고 물이 차오르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는 가운데.. 누군가가 연이어 살해되면서 방주 안은 공포와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든다.

저자는 인물들의 혼란한 심리와 동선을 따라가면서 긴박감 넘치는 추리 서사를 쌓아 올린다. 갈수록 줄어드는 생존자들 중 알리바이를 획득한 자는 소수.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폐쇄 감금된 지하 방주에서 연이어 살인을 벌이는 동기는 무엇일까? 마침내 살인범의 정체가 밝혀지고 모두가 방주를 벗어날 거라고 믿는 순간.. 극한의 미친 반전이 독자들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후덥지근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같은 날, 소름이 돋고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 폐쇄 공간 미스터리물의 신경지.. 모두들 유키 하루오_<방주>를 손에 쥐고 읽어보시라! 진땀 흘리는 열대야는 저만치 물러날 테니까..

유키 하루오_<방주> 다음 시리즈는 <십계>라고 한다. 냉큼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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