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뱁, 잉글리시, 트랩 네오픽션 ON시리즈 25
김준녕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미친 내용을 누가 믿어줄까?

만약 이 모든 것이 소설이라면, 작가의 머리가 이상한 것이 분명했다._315p



한국인의 삶은 영어와의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초딩부터 대딩까지 학딩 시절에 이어 사회에 뛰어든 직딩 시절까지

영어는 애증의 대상이자 흠모하는 상대였다. 평생을 걸고 영어에 매달렸음에도

외국인과 능숙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이는 소수 중의 소수.

불편한 진실이지만 감히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어린아이들이 한글을 깨치기도 전에 영어 유치원에서 경쟁적으로 영어를 배우고,

원어민 수준의 영어 발음을 따라 하려 아이들에게 설소대 수술을 시키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까지 했다. 방학이면 캐나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호주, 오클랜드 등으로 영어 캠프를 떠나고, 유명 영어 학원은 어린 초등생부터 50대 직장인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심지어 대학 동창 중에는 집에서 가족들과 영어만으로 대화를 한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할 때는 서투르고 혀 짧은 영어로 대화하다가, 아이들이 자리를 비우면 기다렸다는 듯 배우자와 한국어로 대화하고 아닌 척 시치미를 떼는 이들..



<빛의 구역>, <사랑에 관해 쓰지 못한 날>을 펴낸 김준녕 작가는 영어에 미친 한국의 현실을 놓치지 않았다.

<붐뱁, 잉글리시, 트랩>을 통해 한국의 영어 우월주의를 심도 있게 다루고, 단순히 풍자하는 것을 초월해 유머러스한 환상 소설로 한 차원 격상시켰다.

서두에 등장하는, 소가족 블랙 코미디처럼 펼쳐지는 식탁에 둘러앉은 라이언 가족 간의 대화는 어색하고 불완전한 영 문장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단문이 아닌 완전한 영어 문장으로 끝맺기를 강요하는 엄마, 아빠의 바람은 자신들 또한 답답함을 참지 못해 Fuck You!를 남발하는, 웃지 못할 참사로 마무리되곤 한다. 집에서 쫓겨나 파주 영어마을에 갇히는 라이언은 다양한 인물들과 교류하며 기상천외한 이벤트를 겪게 된다. 날로 쇠락하는 영어마을은 일반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괴짜에 꼴통들이 활보하는, 즉 영어 우월리즘에 전념하는 파시스트 혹은 반대로 혐오주의에 빠진 레지스탕스가 대립하는 판타지 월드처럼 그려진다. 영어 마을에 복무하는 권력자와 다국적 백인들이 Full Sentence, 완전한 영어 문장으로 말할 것을 강권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식음을 제한하고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한다. 시대착오적인 영어 파시즘이 횡행하는 가운데, 은밀한 지하 세계에서는 자신만의 언어로 소통하고자 하는 저항 운동이 태동하기 시작하는데..


말미에 이르러 대 환장 물난리가 터지면서 터널 밖 이세계에 당도한 괴짜 캐릭터들은 그곳의 정체를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책 내용과 엔딩이 궁금하신 분들은 김준녕 작가의 <붐뱁, 잉글리시, 트랩>을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작가는 영어 엘리트주의에 빠진 한국 사회의 집착 & 광기에 영감을 받아, 한 마디로 미친 소설을 펴냈습니다. 해외 어학연수나 잘나가는 영어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기존 장르를 파괴하는 장편의 다국어 랩을 듣는 듯한 이 소설을 정독하는 것이 당신의 정체된 영어 실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비결임을.. 감히 약속하는 바입니다. 꼭 읽어 보세요!





#서평단 #붐뱁잉글리시트랩 #김준녕작가 #네오픽션 #자음과모음 #영어열풍 #콩글리시 #신간추천리뷰 #장강명작가추천 #한국문학추천 #소설추천 #영어파시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