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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 - 변화 가득한 오늘을 살아내는 자연 생태의 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4월
평점 :
"날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_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어릴 적 외가에서 고슴도치를 발견한 적이 있다. 연탄 풍로 안 깊숙이, 몸을 웅크리고 벌벌 떨고 있던 녀석은 근처 야산에서 인가로 내려온 듯했다. 미동도 하지 않던 그 고슴도치는 이후 어찌 되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낯선 도시는 녀석에게 생경하고 충격적인 곳으로 남았으리라.
마들렌 치게_<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는 진화 생물학자의 눈으로 지켜본, 낯선 곳에서 생존하고 투쟁하는 생물들에 대한 탐구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 프랑크푸르트에 나타난 야생 토끼들을 관찰한다. 자신은 고층 빌딩이 즐비한 대도시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음을 토로하면서, 시골보다 도시에 토끼 무리가 많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추적하기 시작한다. 토끼들은 수대에 걸쳐 서식지를 옮기면서 생활을 하면서, 어디서 적응이 용이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릴 수 있는지에 대해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토끼들이 천적에게 쫓겨 희생 당하고, 개체 수가 감소하는 위기에 처했겠는가. 결국 토끼들은 인간들이 이룩한 문명에 가깝게 생활하는 것이 진화론적 관점에서 타당한 최선의 선택임을 동물적으로 터득했다.
저자는 도시 토끼들이 최선의 서식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그들을 생존하게 하고,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를 구축하는 동력을 제공했다고 설명한다. 가뭄을 기억하고 전파하는 개나래새, 기생충을 물리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절단하는 민달팽이, 늪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호흡뿌리를 발달시키는 맹그로브숲 등.. 자연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스트레스에 대응하고, 환경에 적응하다가 끝내 진화하는 과정을 거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인간 또한 스트레스를 무작정 회피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서식지를 찾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적응 반응임을 인식하고 인생의 동반자처럼 대할 것을 조언한다. "날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라는 니체의 말처럼 적절한 스트레스는 다양한 환경에서 자신을 생존케 하고,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유하기 위한 필수 요소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평안을 누리고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처소는 본능적으로 파악 가능하다. 각자의 DNA, 유전자에 적합한 환경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각자가 외진 곳에서 고독을 감당하는 살쾡이나 독수리인지, 문명 가까이 무리 생활을 즐기는 토끼, 비둘기인지 등을 판단하여 그에 적합한 환경을 찾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뜻을 따라 복잡한 인간관계를 피해 산골 오지에 은둔한다 해도, 그는 사무치는 외로움과 공포, 나날이 영역을 침범하는 자연에 대항해야 하는 난관에 처할 수도 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가 없는 무해 청정 구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숨을 쉬는 한 스트레스는 모습을 달리해 자신을 덮칠 것이고, 이를 친구로 삼을지 적으로 대할지는 각자의 생각에 달린 것이다. 분명한 것은 온갖 압박을 견디고 자신의 일부로 체화한 자만이 낙원에 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들렌 치게는 <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를 통해 자연에 속한 모든 생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스트레스를 친구 삼아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고 친절히 설명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메가 도시 서울을 비롯한 한국 각지에서 일상을 지속하는 자신이 대견스러워질 것이고, 어디서든 적응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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